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보스턴미술관 홈페이지
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보스턴미술관 홈페이지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사리가 85년 만에 돌아온다. 사리를 봉안하는 용기인 사리구는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온다.

문화재청은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를 임시 대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사리는 이와 별개로 조계종에 기증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 및 사리구에 관한 논의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보스턴미술관 측은 '사리 반환 가능, 사리구 반환 불가'라는 입장을 제시했으나, 종단과 문화재청이 사리만의 단독 반환에 반대하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의 미술관 방문을 계기로 논의가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개성 화장사 혹은 양주 회암사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리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도굴돼 일본으로 유출됐고, 보스턴미술관이 이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리구 안에는 작은 크기의 팔각당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있다. 현재 석가모니 부처, 지공스님·나옹스님의 사리 등 총 4과(果)가 남아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인 사리구가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은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는 불교의 성물로, 환지본처의 의미를 새기며 최대한 존중하여 모실 것"이라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