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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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자녀를 둔 30대 A씨는 회사 급여가 수개월째 연체되자 작년 1월 인터넷 대출 카페를 통해 급전을 빌렸다. 20만원을 7일간 빌리고 40만원으로 갚기로 했다. 이자율은 연 4562%에 달했다.

A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조부모, 부모, 친구 등 11명의 연락처와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내줬다. A씨가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업체는 A씨가 과거 다른 대부업체에 제공한 나체사진을 친지들에 유포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업체들이 나체사진 등 민감정보, 피해자 신용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 20대 B씨는 한 불법대부업체로부터 2021년 5~9월 17회에 걸쳐 급전을 빌렸다. 10만∼20만원씩, 3~14일을 빌렸는데 그때마다 이자로 6~20만원을 지불했다. 이자율이 연 1520∼7300%에 달했다.

B씨가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이 업체는 다른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게 해 '돌려막기'를 시켰다. 이 과정에서 B씨 가족은 폭언과 협박을 받았고, 직장에도 대부 사실이 알려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채무는 계속 불어났고 B씨는 결국 이 업체에 원금 225만원, 이자 178만원을 줬다.

금융감독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이렇게 A씨와 B씨를 상대로 성착취 추심 등을 벌인 악랄한 불법 대부계약 2건을 선별해 무효화 소송지원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A씨 사례의 불법대부업체 총책 등 4명을 대상으로 계약 무효확인 및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피해 위차료 1000만원을 청구했다. B씨 대상 업체 사장 등 3명에는 계약무효확인, 기지급 대출원리금 반환 및 불법추심에 대한 위자료 300만원을 청구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례는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 무효화를 위한 첫 소송지원 사례로, 향후 지속적인 소송지원을 통해 반사회적 불법사금융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과 법률구조공단은 지난해 12월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대부계약 상담 사례 가운데 반사회·불법성이 큰 사례의 무료 소송을 지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금감원이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 공단은 소속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다.

민법 103조의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인정될 경우 원금을 포함한 대부계약 전체를 무효로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이를 인정한 판례는 없다. 금감원과 공단은 악랄한 불법채권 추심, 성착취 추심은 반사회적 계약인 만큼 계약 무효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연 7300%의 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수십억원의 이자를 챙긴 미등록 대부업 조직을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무등록 대부업, 법정이자율 초과 등 위반 혐의로 불법대부업체 총책 등 조직원 30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피해자 598명을 상대로 약 315억원 상당의 대출을 해준 후 연 7300%, 최대 연 2만7375%의 이자로 수십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당한 한 피해자는 원금 100만원을 6일 동안 빌리고 이자만 180만원, 또 다른 피해자는 40만원을 2일 동안 빌리고 100만원을 상환했다. 지난해 6월 ‘가게 운영이 어려워 사채를 썼다가 감당하지 못해 신고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자영업자는 두달간 1억 6000만원을 대출받아 2억 1000만원의 상환액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해당 진정서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동일 범죄조직이 채무자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른 대부업자인 것처럼 속이고 광고문자를 보내는 점에서 조직적 범죄임을 포착했다. 이후 사무실을 특정해 증거물을 확보하고, 증거분석을 통해 배후에 가려진 총책과 산하팀의 범행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해 범죄조직 30명을 검거했다. 총책 등 조직원들은 대부분 가까운 지인 사이로 세를 불려 범죄집단을 형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