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엔 6일 쉬어라"…뜻밖의 지시에 놀란 공무원들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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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관 휴가 독려하는 최상목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은 지난달 말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공무원 연가(휴가) 사용 협조 요청 공문을 내려보냈다. 설 연휴를 맞아 소속 기관 공무원들이 설 연휴 기간 전후에 연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국·과장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부터 자유로운 연가 사용 분위기 조성을 위해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사처의 이 같은 지침이 내려왔을 때만 해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주요 부처 공무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매년 명절 때마다 연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주문이 내려왔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약발’이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간부급 공무원은 “각종 업무가 산적한 상황에서 누가 한가롭게 설 연휴에 연가를 앞뒤로 붙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설 명절을 맞아 기재부에선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말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설 연휴 기간 전후로 연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각 실·국장에겐 사무관들이 자유롭게 연가를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사무관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기재부 일부 부서에선 설 연휴가 시작되는 9일 전날인 8일에 연가를 낸 사무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처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 연가 일수는 재직기간에 따라 다르다. 재직기간 1개월 이상 1년 미만은 연가가 11일이다. 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가가 늘어난다. 재직기간 6년 이상부터는 연가가 동일하게 21일 발생한다. 이 연가를 부득이하게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최대 20일 한도에서 연가보상비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 탓에 공무원들의 평균 연가 소진율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 부문에선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동계·하계기간 중 5일 연속 휴가조차도 중앙부처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지방자치단체는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MZ 공무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재직기간 5년 이상 10년 미만인 공무원에게 장기재직 휴가 명목으로 5일간의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근무자에게 적용됐던 장기재직 휴가를 5년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중앙부처에선 장기재직 휴가는커녕 배정된 연가도 제때 쓸 수 없다는 한탄이 나온다.
과거에 비해선 연가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점엔 공감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부서 업무나 상사 스타일에 따라 연가를 쓸 수 없는 이른바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사안마다 다르다)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연가를 부득이하게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연가보상비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3799억원이 책정됐다. 작년(3701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공무원이 연가만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국민 세금으로 투입되는 연가보상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최 부총리의 지시에 기재부 사무관들이 환영한다는 것이야말로 공직사회의 연차 문화가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들은 자유로운 연가 사용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선 장·차관 등 고위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경제부처 사무관은 “장·차관들이 하계·동계 시즌 때 5일 연속 휴가를 내거나 명절 때 앞뒤로 연차를 활용하게 된다면 다른 간부들도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인사처의 이 같은 지침이 내려왔을 때만 해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주요 부처 공무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매년 명절 때마다 연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주문이 내려왔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약발’이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간부급 공무원은 “각종 업무가 산적한 상황에서 누가 한가롭게 설 연휴에 연가를 앞뒤로 붙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설 명절을 맞아 기재부에선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말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설 연휴 기간 전후로 연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각 실·국장에겐 사무관들이 자유롭게 연가를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사무관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기재부 일부 부서에선 설 연휴가 시작되는 9일 전날인 8일에 연가를 낸 사무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처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 연가 일수는 재직기간에 따라 다르다. 재직기간 1개월 이상 1년 미만은 연가가 11일이다. 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가가 늘어난다. 재직기간 6년 이상부터는 연가가 동일하게 21일 발생한다. 이 연가를 부득이하게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최대 20일 한도에서 연가보상비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 탓에 공무원들의 평균 연가 소진율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 부문에선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동계·하계기간 중 5일 연속 휴가조차도 중앙부처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지방자치단체는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MZ 공무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재직기간 5년 이상 10년 미만인 공무원에게 장기재직 휴가 명목으로 5일간의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근무자에게 적용됐던 장기재직 휴가를 5년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중앙부처에선 장기재직 휴가는커녕 배정된 연가도 제때 쓸 수 없다는 한탄이 나온다.
과거에 비해선 연가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점엔 공감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부서 업무나 상사 스타일에 따라 연가를 쓸 수 없는 이른바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사안마다 다르다)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연가를 부득이하게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연가보상비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3799억원이 책정됐다. 작년(3701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공무원이 연가만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국민 세금으로 투입되는 연가보상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최 부총리의 지시에 기재부 사무관들이 환영한다는 것이야말로 공직사회의 연차 문화가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들은 자유로운 연가 사용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선 장·차관 등 고위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경제부처 사무관은 “장·차관들이 하계·동계 시즌 때 5일 연속 휴가를 내거나 명절 때 앞뒤로 연차를 활용하게 된다면 다른 간부들도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