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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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의 4분기 어닝시즌이 중간 지점을 돌고 있는 가운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 기업 중 절반 이상은 '어닝쇼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2차전지와 정유 업종이 특히 부진했다. 다만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일부 종목들은 '저PBR'주 열풍으로 주가가 올랐다.

◆4분기 주요 종목 절반은 어닝쇼크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200, 코스닥150 지수 내 상장사는 총 119개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350개 상장사 중 34%가 2023년 실적 발표를 마쳤다.

이 중 4분기 어닝쇼크를 낸 기업이 62개로 절반 이상이었다.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대비 실제 영업이익이 10% 이상 낮은 기업은 53곳, 기존 추정 대비 적자가 심화한 기업은 3곳이었다. 기존에는 흑자 전망이었으나 실제로는 적자 전환한 기업은 6곳이었다. 반면 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이 10% 이상 높거나, 컨센서스 대비 흑자전환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은 19개에 불과했다.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 기준으로 봐도 기존 전망 대비 부진했다. 증권사 전망치가 존재하는 111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합산액은 20조2300억원으로 증권사 컨센서스 합산액인 25조7789억원보다 21.5% 낮았다.

다만 일회성 비용 및 성과급 지급 등을 고려하면 4분기 어닝쇼크는 매년 반복되는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 기준으로 보면 4분기 실적은 증권사 전망치 대비 평균 18.7%를 밑돌았다"며 "현재까지 4분기 실적은 평균 대비 조금 더 부진한 수준"이라고 했다.

◆정유·2차전지 울고 SK하이닉스 웃고

어닝쇼크를 기록한 업체 다수는 정유 및 2차전지 종목이 다수를 차지했다. S-Oil은 4분기 영업이익이 75억원에 그쳐 컨센서스인 837억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과 정제마진 하락 등이 주된 요인이다. SK이노베이션도 정유 사업이 악화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바이 유가가 9월 평균 92.9달러에서 12월 평균 77.6달러까지 급락하여 정유사의 재고 평가손익이 악화했다"며 "유가 하락으로 인한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영업이익은 3382억원, 삼성SDI는 311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증권사 컨센서스 대비로 42.4%, 29.1% 낮은 금액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더불어 스마트폰·전자기기용 배터리 수요도 부진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업체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독보적이었다. 당초 514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뒤엎고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더불어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증가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메모리(HBM) 매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현대로템도 해외 수출 호조로 증권가 예상치를 90.3% 웃돈 6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증권가 전망을 각각 43.5%, 46.3% 웃돈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일부 종목은 4분기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저PBR주' 열풍으로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두산과 LG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각각 25.5%, 68.7% 밑돌았다. 그러나 두산 주가는 최근 10거래일 동안 14.9%, LG는 23.5% 뛰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