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어 모르면 밥도 못 먹는다"…경희대 상권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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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상권 '중국식 간판' 난무
동대문구, 외국어 표기 불법 간판 단속
불편 사례도 잇따라
"중국인 중심 상권 확대될 것" 전망
동대문구, 외국어 표기 불법 간판 단속
불편 사례도 잇따라
"중국인 중심 상권 확대될 것" 전망
"거리만 지나다녀도 중국어가 쉽게 들려요. 마치 중국에 온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서울 시내 대학 중 중국 유학생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인근 상권이 '차이나 타운'으로 변모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경희대는 지난해 기준 외국인 학생 수가 4439명으로 서울 36개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중 중국인 학생 비율은 3071명으로 69.1%를 차지했다. 중국 학생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가게들이 줄줄이 들어섰고, 한글 없는 중국어 간판을 내건 곳도 여럿이다.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가게에서 어떤 메뉴를 판매하는지 알 수 없을 지경으로, 민원이 빗발치면서 경희대가 위치한 서울시 동대문구는 특별 정비까지 실시했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특허된 상표)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이날 방문한 경희대 주변에는 중국식 한자 표기법인 간체자로만 쓰인 간판이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상호부터 메뉴판까지 전부 간체자로 표기돼 중국어를 모를 경우 번역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업종인지 쉽게 구별이 되지 않았다. 모두 옥외광고물 관련 법률 위반을 위반한 적발 대상이다. 마라탕과 동파육 등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중국 요리 전문점뿐 아니라, 한국 음식 전문점에도 간체자가 함께 적혀있었다. 운전면허연습장까지 중국인 전용으로 한글 병기 없이 운영되다 적발됐다.
간체자 간판은 한글 표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업주들의 선택이었다. 구 관계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점포의 경우, 한국어 표기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업주들이 많다"며 "한글 병기를 지속해서 요청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아 지자체 차원에서 본격 안내문을 배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현재까진 행정지도 외에 관련 행정 처분이 마련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이곳의 터줏대감들은 달라진 분위기에 위기감을 토로했다. 회기역 인근에서 10년간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했다는 업주는 "원래 중국인이 이 정도까지 많진 않았는데, 최근 3~4년 사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지금은 방학 기간이라 그렇지, 개강하면 하루에 중국인을 100명 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만 대상으로 하는 가게에는 직원도 중국인만 고용해 한국 손님이 들어가면 소통할 수 없는 곳도 여럿이었다. 문제는 이런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식자재마트 직원 최모 씨는 "원래 이곳은 마라탕 전문점이었다"며 "중국 유학생을 겨냥해 업종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동네는 손님의 90%가 중국인"이라며 "2월 말이 지나면 춘제를 보낸 중국 유학생들이 돌아가 식료품과 간식을 많이 사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낙지 모둠 전골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도 "원래 카페를 운영했는데, 이곳에 워낙 중국인들이 많다 보니 이들이 좋아하는 매운 음식으로 업종을 전환했다"며 "중국인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의 연도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대학 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전년 대비 약 8.9% 증가한 18만1842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15만~16만명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급증해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회기역 인근 중국인 중심 상권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관측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중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일부 상권이 형성됐다가, 이를 향유하려는 국내 거주 중국인들까지 몰리면서 상권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이점이 있어 중국인들이 밀집할 수 있는 위치"라고 분석했다.
김세린/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서울 시내 대학 중 중국 유학생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인근 상권이 '차이나 타운'으로 변모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경희대는 지난해 기준 외국인 학생 수가 4439명으로 서울 36개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중 중국인 학생 비율은 3071명으로 69.1%를 차지했다. 중국 학생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가게들이 줄줄이 들어섰고, 한글 없는 중국어 간판을 내건 곳도 여럿이다.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가게에서 어떤 메뉴를 판매하는지 알 수 없을 지경으로, 민원이 빗발치면서 경희대가 위치한 서울시 동대문구는 특별 정비까지 실시했다.
'중국 거리'로 변한 경희대 상권…동대문구, '특별 정비 실시'
6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서울시 동대문구 건설교통국 도시경관과는 경희대 인근 회기동 일대에 '외국어 간판 한글 병기 안내문'을 배포하고 외국어 불법 간판 단속을 지난 2일 진행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회기동 일대는 동대문구 내에서 외국어 간판이 가장 많고, 관련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이라며 "월 2회 단속하면서 한글 병기 요청 안내문을 배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특허된 상표)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이날 방문한 경희대 주변에는 중국식 한자 표기법인 간체자로만 쓰인 간판이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상호부터 메뉴판까지 전부 간체자로 표기돼 중국어를 모를 경우 번역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업종인지 쉽게 구별이 되지 않았다. 모두 옥외광고물 관련 법률 위반을 위반한 적발 대상이다. 마라탕과 동파육 등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중국 요리 전문점뿐 아니라, 한국 음식 전문점에도 간체자가 함께 적혀있었다. 운전면허연습장까지 중국인 전용으로 한글 병기 없이 운영되다 적발됐다.
간체자 간판은 한글 표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업주들의 선택이었다. 구 관계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점포의 경우, 한국어 표기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업주들이 많다"며 "한글 병기를 지속해서 요청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아 지자체 차원에서 본격 안내문을 배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현재까진 행정지도 외에 관련 행정 처분이 마련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이곳의 터줏대감들은 달라진 분위기에 위기감을 토로했다. 회기역 인근에서 10년간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했다는 업주는 "원래 중국인이 이 정도까지 많진 않았는데, 최근 3~4년 사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지금은 방학 기간이라 그렇지, 개강하면 하루에 중국인을 100명 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만 대상으로 하는 가게에는 직원도 중국인만 고용해 한국 손님이 들어가면 소통할 수 없는 곳도 여럿이었다. 문제는 이런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식자재마트 직원 최모 씨는 "원래 이곳은 마라탕 전문점이었다"며 "중국 유학생을 겨냥해 업종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동네는 손님의 90%가 중국인"이라며 "2월 말이 지나면 춘제를 보낸 중국 유학생들이 돌아가 식료품과 간식을 많이 사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낙지 모둠 전골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도 "원래 카페를 운영했는데, 이곳에 워낙 중국인들이 많다 보니 이들이 좋아하는 매운 음식으로 업종을 전환했다"며 "중국인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유학생 증가세…중국인 중심 상권 확대될 것"
중국인 유학생은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들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으로 다소 주춤한 시기도 있었지만, 엔데믹 이후 유학생 수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의 연도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대학 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전년 대비 약 8.9% 증가한 18만1842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15만~16만명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급증해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회기역 인근 중국인 중심 상권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관측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중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일부 상권이 형성됐다가, 이를 향유하려는 국내 거주 중국인들까지 몰리면서 상권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이점이 있어 중국인들이 밀집할 수 있는 위치"라고 분석했다.
김세린/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