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시 경북 포항이 2차전지에 이어 바이오헬스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관련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3년여 동안 바이오헬스산업 분야에서 7건의 정부 주관 공모사업에 연이어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관련 사업비만 2132억원에 이른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철강도시 포항, 2100억 들여 바이오헬스 육성
포항시는 2025년까지 350억원을 들여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1만3000㎡에 그린바이오에 특화한 연구·장비·공간과 창업보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조성에 나서고 있다. 앞서 구축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동물용 의약품 등 첨단 그린바이오에 특화한 유망 벤처기업 육성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27년까지 300억원을 확보해 해양바이오메디컬 융복합형 연구시설·장비 구축 및 기업 공동 활용 지원을 위한 해양수산부의 ‘해양바이오메디컬 실증연구센터 건립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런 성과를 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포항은 지난 10년간 철강산업 침체 속에서도 포스텍을 중심으로 바이오헬스산업 기반을 세계적 수준으로 착실히 끌어올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 등 세계 5개국만 보유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중 한 대를 포스텍이 갖춘 것이 대표적이다. 이 시설은 질병을 유발하는 세포막 단백질을 초고화질로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미래 신약 개발용 핵심 연구 장비다. 포스텍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에는 차세대 면역항암제와 자폐증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 입주해 있다.

포항시는 최근 글로벌 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인 강스템바이오텍(대표 나종천)과 오가노이드산업 육성 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분야 시장 선점에 본격 나섰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 유사체로 ‘미니 장기’ ‘유사 장기’ 등으로 불린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2010년 설립된 바이오기업으로,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와 오가노이드, 의약품 위탁 개발 및 생산 등을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 회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구조 기반 신약·백신 개발과 인공장기,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등을 적극 육성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연계한 융합산업과 해양바이오 등의 신분야를 개척해 환동해 바이오 클러스터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강덕 시장은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산업을 합한 것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철보국’을 뛰어넘는 ‘바이오보국’ 실현을 위해 정부의 바이오특화단지도 반드시 포항으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