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받은 유전자 검사 업체 인바이테가 파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에 주가는 하루 만에 77% 급락했다. 투자 회사의 연이은 파산에 소프트뱅크 실적에도 우려의 시선이 쏟아진다.

파산설에 주가 10센트 밑으로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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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인바이테는 전날보다 77.12% 하락한 0.08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 인바이테가 파산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WSJ는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인바이테가 15억달러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 기업인 FTI컨설팅, 로펌 커클랜드&앨리스 등과 협력해 파산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바이테는 심장병, 암 등의 분야에서 유전체 검사를 수행하고 소비자에게 결과 분석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지난 몇 년 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2021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소프트뱅크로부터 12억달러를 조달했을 때도 투자받은 자금을 주로 자산 인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혁신적인 바이오 기업’이라는 찬사와 함께 주가는 2020년 초 16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56달러로 치솟았다. 특히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아크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에 인바이테를 편입하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우드 CEO는 “인바이테는 게놈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제한된 성장성

기대와 달리 인바이테는 수익구조를 갖추는 데 실패했다. 2013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2억2000만달러 이상의 현금을 소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WSJ는 “유전자 검사의 문제점은 소비자들이 한 번만 테스트하면 된다는 것”이라며 “이런 기업이 매출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바이테 매출은 2020년 2억8000만달러에서 2021년 4억6000만달러로 늘었지만 2022년에는 5억1600만달러로 증가 폭이 줄었다.
또 마이너스 손…12억弗 바이오 투자금 날린다
인바이테는 최근 일부 사업 매각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고 했지만 오랜 시간 영업이익을 창출하지 못한 것이 재무적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도 내려앉았다. 2020년 말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갔다. 작년 초엔 1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시가총액은 2020년 말 70억달러에서 현재 255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또 투자 실패한 소프트뱅크

인바이테의 파산 우려 소식에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의 또 다른 투자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공유오피스 운영기업 위워크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소프트뱅크는 약 143억달러의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위워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2019년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이 미국 실리콘밸리 자택을 담보로 9200만달러 대출을 받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가 2018년 10억달러를 투자한 실리콘밸리 건설 스타트업 카테라는 2021년 파산했다. 2020년에는 소프트뱅크가 10억달러를 투자한 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가 회계 부정에 휘말리며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세계 주요국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자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기술 기업의 평가 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프트뱅크는 2023회계연도 상반기(2023년 4~9월) 1조4087억엔의 적자를 냈다. 2021회계연도와 2022회계연도에도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AI)에 사업 초점을 맞추고 AI 혁신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9월 IPO를 마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상장 자금으로 AI 기업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