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복원 신경 쓰지 말고, 서울 용적률이나 확 올리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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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논객
서현 지음/효형출판
378쪽|2만2000원
서현 지음/효형출판
378쪽|2만2000원
한국의 도시 미관이 아름답다고 하긴 어렵다. 외국인의 시선에선 이국적이고 특색 있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좋은 도시 환경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건축가들의 인문교양서가 제법 인기가 있다. 건축가이자 건축 비평가인 서현 서울대 교수가 쓴 <도시 논객>도 그런 류의 책이다. 스테디셀러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비롯해 다수의 건축 교양서를 쓴 그는 언론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묶어 이번 책을 냈다. 한국 건축에 대한 비평이자 건축 에세이다.
그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의 용적률을 대폭 높이자고 말한다. 높은 곳에서 서울을 내려다보거나 위성 지도로 보면 생각보다 밀도가 높지 않다. 토지가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 중심부의 용적률은 1800%가 넘고, 구도심도 500%가 넘는다고 한다. 런던 역시 용적률이 500%에 달한다. 반면 서울은 300%는 넘지 않는다. 그는 “용적률 상한제가 아니라 용적률 하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광화문 월대 등 유행처럼 옛 모습을 복원하는 것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일제 강점기가 남겨놓은 인적 청산에 실패한 나머지 한국은 물적 청산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이고, 그 도를 넘어 일제 강점기 너머 조선이란 전제 군주국을 과도하게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광화문 오른쪽에 남겨진 공터는 의정부 터인데, 의정부 건물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서 교수는 “의정부 터에 관한 자료로 남은 것은 흐릿한 흑백 사진 몇 장과 모호하게 그려진 배치도 정도”라며 굳이 모조품 수준의 조선 건축물 복원에 집착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교량이나 육교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다 하나 같이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 각지에 나비, 고추, 사과, 두루미를 매단 육교나 가로등, 심지어 보가 세워졌다.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곳에 논리적 근거도 없는 형태의 현수교와 사장교가 랜드마크라며 세워졌다. 무지개를 형상화했다는 다리는 여고 동창회장 명품 가방처럼 도시마다 하나씩 구비하고 있는 듯하다.”
건축학자들의 책은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공허할 때가 많다. 수많은 건축가가 저마다 책을 통해 한마디씩 내놓지만 정작 현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이런 식으로 밖에 건축이 이뤄지지 않는지, 어떻게 해야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실천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그저 뒤로 물러앉아 비평만 할 뿐이다. 이 책도 그런 한계를 보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그래서인지 건축가들의 인문교양서가 제법 인기가 있다. 건축가이자 건축 비평가인 서현 서울대 교수가 쓴 <도시 논객>도 그런 류의 책이다. 스테디셀러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비롯해 다수의 건축 교양서를 쓴 그는 언론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묶어 이번 책을 냈다. 한국 건축에 대한 비평이자 건축 에세이다.
그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의 용적률을 대폭 높이자고 말한다. 높은 곳에서 서울을 내려다보거나 위성 지도로 보면 생각보다 밀도가 높지 않다. 토지가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 중심부의 용적률은 1800%가 넘고, 구도심도 500%가 넘는다고 한다. 런던 역시 용적률이 500%에 달한다. 반면 서울은 300%는 넘지 않는다. 그는 “용적률 상한제가 아니라 용적률 하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광화문 월대 등 유행처럼 옛 모습을 복원하는 것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일제 강점기가 남겨놓은 인적 청산에 실패한 나머지 한국은 물적 청산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이고, 그 도를 넘어 일제 강점기 너머 조선이란 전제 군주국을 과도하게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광화문 오른쪽에 남겨진 공터는 의정부 터인데, 의정부 건물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서 교수는 “의정부 터에 관한 자료로 남은 것은 흐릿한 흑백 사진 몇 장과 모호하게 그려진 배치도 정도”라며 굳이 모조품 수준의 조선 건축물 복원에 집착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교량이나 육교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다 하나 같이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 각지에 나비, 고추, 사과, 두루미를 매단 육교나 가로등, 심지어 보가 세워졌다.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곳에 논리적 근거도 없는 형태의 현수교와 사장교가 랜드마크라며 세워졌다. 무지개를 형상화했다는 다리는 여고 동창회장 명품 가방처럼 도시마다 하나씩 구비하고 있는 듯하다.”
건축학자들의 책은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공허할 때가 많다. 수많은 건축가가 저마다 책을 통해 한마디씩 내놓지만 정작 현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이런 식으로 밖에 건축이 이뤄지지 않는지, 어떻게 해야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실천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그저 뒤로 물러앉아 비평만 할 뿐이다. 이 책도 그런 한계를 보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