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저평가된 명품주…케링그룹, '구찌 리부트' 프로젝트 성공할까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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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종목 집중탐구
경쟁사 대비 저조한 성적 낸 케링그룹
시장선 “적정 가치 대비 36% 저렴” 평가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클로에, 알렉산더맥퀸, 브리오니, 부쉐론, 포멜라토, 크리드, 린드버그, 마우이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럭셔리 브랜드를 10곳 넘게 소유하고 있다. 의류부터 쥬얼리, 향수, 선글라스까지 장르도 불문이다. 시가총액은 483억4000만유로(7일 기준·약 69조원)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에 이어 세계 4위 명품 업체로 꼽힌다. 프랑스 케링그룹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정점을 찍었던 케링그룹 주가가 3년째 하락세다. 간판 브랜드 구찌의 매출 증가세가 바닥을 기면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케링그룹 주가가 30% 넘게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탄탄한 재정이 뒷받침되고 있는 가운데 ‘구찌 리부트’에만 성공하면 반등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호주 기반의 금융서비스 업체 심플리월스트리트도 현금흐름할인법(DCF)에 기초해 케링그룹의 적정 주가를 556유로로 산출했다. 미래 현금 흐름을 고려할 때 현재 주가가 약 35%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포브스 역시 케링그룹을 “명품 업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거래되는 기업 중 하나”로 꼽았다. 작년 한 해 LVMH와 에르메스가 각각 8%, 33% 오르는 동안 케링그룹 주가는 16% 빠졌다. 구찌부터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 핵심 브랜드들이 줄줄이 부진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케링그룹 매출은 전년 대비 11.4% 감소한 44억6000만유로(약 6조3712억원)로, 월가 예상(45억2000만유로)을 밑돌았다. 전체 매출의 10%에도 못 미치는 아이웨어 부문을 제외한 전 브랜드 판매 실적이 부진했다.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매출이 각각 7%, 12%, 7% 꺾였고. 발렌시아가 알렉산더맥퀸 등 기타 브랜드 매출도 15%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선 케링그룹의 경기 민감도가 동종업체 대비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고가 전략을 펴는 에르메스 등에 비해 대중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엘레나 소콜로바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케링그룹 산하 브랜드들은 에르메스나 리치몬드보다 ‘열망 소비자’(MZ세대나 중산층 등 소득 수준이 비교적 낮지만 명품 소비를 열망하는 이들)에 대한 익스포저(노출도)가 높다”며 “이들은 경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경기 둔화 우려에) 이들의 소비 성향은 크게 낮아진 상태”라고 짚었다.
프랑수아 헨리 피노 케링그룹 회장은 “어려운 거시 경제 상황 속에서 명품 산업 전반의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의 조직 개편은 이 같은 환경하에서도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케링그룹 주가는 2021년 8월 13 찍었던 정점(788.9유로) 대비 50% 넘게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실적만 보면 케링그룹의 자금 사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펀더멘털(기초 체력) 측면에서 비교적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링그룹 매출은 2018년 137억유로에서 2022년 200억유로로 지난 5년 동안 4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9억유로에서 56억유로까지 늘었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은 작년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구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매출 신장을 위해 마케팅에 투자를 올인했던 동종업체들과 달리 마진과 유동성 창출 능력을 보존하는 데 힘썼던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거시 경제 환경이 악화할 땐 사세 확장보다 이익 보존에 집중하는 ‘리테일러 정신’(retailer mentality)이 케링그룹에 내재돼 있다는 설명이다.
소콜로바 애널리스트는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확실한 촉매제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간판 브랜드인) 구찌의 부진이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구찌는 루이비통에 이어 럭셔리 가죽 제품 부문에서 글로벌 2위 수준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케링그룹이 구찌를 부활시킬 수 있는 인적 자본을 확보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현 주가 수준은 타당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장 마크 듀플레는 구찌의 부활을 위한 4가지 전략적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홍보 투자 확대 △제품 품질 향상 △독점적 유통 구조 확립 △사업부 간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등이 그것이다. 명품 산업 전문 컨설턴트인 수산나 니콜라티는 포브스에 “명품 브랜드는 나무와 같아서 뿌리가 깊지 않으면 번창할 수 없다”며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브랜드 가치를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경쟁사 대비 저조한 성적 낸 케링그룹
시장선 “적정 가치 대비 36% 저렴” 평가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클로에, 알렉산더맥퀸, 브리오니, 부쉐론, 포멜라토, 크리드, 린드버그, 마우이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럭셔리 브랜드를 10곳 넘게 소유하고 있다. 의류부터 쥬얼리, 향수, 선글라스까지 장르도 불문이다. 시가총액은 483억4000만유로(7일 기준·약 69조원)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에 이어 세계 4위 명품 업체로 꼽힌다. 프랑스 케링그룹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정점을 찍었던 케링그룹 주가가 3년째 하락세다. 간판 브랜드 구찌의 매출 증가세가 바닥을 기면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케링그룹 주가가 30% 넘게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탄탄한 재정이 뒷받침되고 있는 가운데 ‘구찌 리부트’에만 성공하면 반등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가장 저평가된 명품주
독립 투자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는 지난 5일 공개한 리포트에서 케링그룹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4.7배(올해 1월 29일 기준)로, 동종업체 중앙값인 21배를 큰 폭으로 밑돌고 있다고 짚었다. 모닝스타는 케링그룹의 적정 주가를 600유로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현 주가보다 36%가량 높은 수준이다.호주 기반의 금융서비스 업체 심플리월스트리트도 현금흐름할인법(DCF)에 기초해 케링그룹의 적정 주가를 556유로로 산출했다. 미래 현금 흐름을 고려할 때 현재 주가가 약 35%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포브스 역시 케링그룹을 “명품 업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거래되는 기업 중 하나”로 꼽았다. 작년 한 해 LVMH와 에르메스가 각각 8%, 33% 오르는 동안 케링그룹 주가는 16% 빠졌다. 구찌부터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 핵심 브랜드들이 줄줄이 부진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케링그룹 매출은 전년 대비 11.4% 감소한 44억6000만유로(약 6조3712억원)로, 월가 예상(45억2000만유로)을 밑돌았다. 전체 매출의 10%에도 못 미치는 아이웨어 부문을 제외한 전 브랜드 판매 실적이 부진했다.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매출이 각각 7%, 12%, 7% 꺾였고. 발렌시아가 알렉산더맥퀸 등 기타 브랜드 매출도 15%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선 케링그룹의 경기 민감도가 동종업체 대비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고가 전략을 펴는 에르메스 등에 비해 대중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엘레나 소콜로바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케링그룹 산하 브랜드들은 에르메스나 리치몬드보다 ‘열망 소비자’(MZ세대나 중산층 등 소득 수준이 비교적 낮지만 명품 소비를 열망하는 이들)에 대한 익스포저(노출도)가 높다”며 “이들은 경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경기 둔화 우려에) 이들의 소비 성향은 크게 낮아진 상태”라고 짚었다.
외형 대비 탄탄한 재무 구조
케링그룹은 최근 몇 달 동안 공격적 투자와 경영 쇄신 등을 단행하며 주가 부양을 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럭셔리 향수 브랜드 크리드를 인수했고, 한 달 뒤 카타르 사모펀드 메이훌라로부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의 지분 30%를 사들였다. 전체 매출의 70%를 책임지는 구찌의 수장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2013년부터 생로랑 최고경영자(CEO)로 일해 온 프란체스카 벨레티니에 그룹 내 전 브랜드 총괄을 맡기는 등 내부 변화도 컸다.프랑수아 헨리 피노 케링그룹 회장은 “어려운 거시 경제 상황 속에서 명품 산업 전반의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의 조직 개편은 이 같은 환경하에서도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케링그룹 주가는 2021년 8월 13 찍었던 정점(788.9유로) 대비 50% 넘게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실적만 보면 케링그룹의 자금 사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펀더멘털(기초 체력) 측면에서 비교적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링그룹 매출은 2018년 137억유로에서 2022년 200억유로로 지난 5년 동안 4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9억유로에서 56억유로까지 늘었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은 작년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구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매출 신장을 위해 마케팅에 투자를 올인했던 동종업체들과 달리 마진과 유동성 창출 능력을 보존하는 데 힘썼던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거시 경제 환경이 악화할 땐 사세 확장보다 이익 보존에 집중하는 ‘리테일러 정신’(retailer mentality)이 케링그룹에 내재돼 있다는 설명이다.
소콜로바 애널리스트는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확실한 촉매제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간판 브랜드인) 구찌의 부진이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구찌는 루이비통에 이어 럭셔리 가죽 제품 부문에서 글로벌 2위 수준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케링그룹이 구찌를 부활시킬 수 있는 인적 자본을 확보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현 주가 수준은 타당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장 마크 듀플레는 구찌의 부활을 위한 4가지 전략적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홍보 투자 확대 △제품 품질 향상 △독점적 유통 구조 확립 △사업부 간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등이 그것이다. 명품 산업 전문 컨설턴트인 수산나 니콜라티는 포브스에 “명품 브랜드는 나무와 같아서 뿌리가 깊지 않으면 번창할 수 없다”며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브랜드 가치를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