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경영권 담보하지 않는 거래 받아들이기 힘들어"
"주주 계약 맺고 영구 관리하려…사모펀드 먹튀 규정"
"팬오션 통해 우리나라 해운물류 경쟁력 높이겠다"
하림 "HMM 팔 생각 있었나…지속적 경영간섭 우려 있었다"(종합)
하림그룹은 7일 HMM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거래 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매도자 측이 인수 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영 간섭을 할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림그룹은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 인수전에 참여, 경영권 이전 우선협상대상자로서 매각 측인 한국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와 7주간 협상을 벌였으나 이날 매각 측으로부터 협상 결렬을 공식 통보 받았다.

하림 측은 매도자 측에 ▲ HMM의 현금배당 제한 ▲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의 조항이 담길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매도자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림그룹은 이날 오전 공식 입장을 통해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 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림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매각 측이 대주주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10% 지분을 갖고서 종전처럼 관리하려고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경영권 참여) 기간을 한정해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영구적으로 하려고 한 것이다.

그럼 (우리도) 지속적인 경영간섭을 받는다는 부분에서 더 이상 (협상을)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팔 생각이 없었다.

정부 방침이 민영화이다 보니 시늉만 하면서 방해하는 식이었다.

하나 갖고 나오면 해결하고, 또 다른 문제를 갖고 나오는 식이었다"라고도 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의 5년간 주식 의무 보유 조건에 대해 "(사모펀드의 인수전 참여를) '먹튀'로 규정했다"며 "해운 주식은 폭등이 없어 수익이 나 봐야 20% 정도다.

(사모펀드는) 4%도 안 되는 지분을 갖고 들어와서 적당한 시점에 이익을 내고 빠져나갈 계획이었는데 이를 먹튀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사모펀드 지분율을 낮춰보겠다고 제시하면서 용인해달라고 했으나 5년 이후에만 매각해야 한다고 했다"며 "사모펀드 특성상 장기 보유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에 대한 부당한 비난과 허위 주장들이 일부 언론과 노조 등을 통해 제기됐지만,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응할 수 없었던 것 또한 비밀준수계약을 성실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하림은 당초 HMM 인수를 통해 종합 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국내 해운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 뒤 HMM의 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김홍국 회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해운 산업이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하려면 규모화가 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글로벌 5위 안에 들어가겠다"며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동기를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은 "1위 선사인 HMM이 매물로 나와서 인수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HMM 인수와 별개로) 이 사업은 그것대로 간다"고 말했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물류 시설과 주거시설 등을 설립하려는 것으로, 하림그룹의 '숙원사업'이다.

하림 측은 이번 HMM 인수협상 무산에도 벌크 전문 선사인 팬오션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물류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