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오를 주식은 안 오르고, 테마株만…한국증시 떠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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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종목 발굴하더라도 주가는 그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결국 기관 수급 중요
답답한 국장보단 美 주식에 관심 갖기도
[마켓PRO] "오를 주식은 안 오르고, 테마株만…한국증시 떠야 하나"
"국장을 떠나야 할지 고민이 듭니다."

전직 주요 증권사 투자은행(IB) 본부장이자 투자자문사를 운영 중인 A대표는 국내 증시에선 밸류에이션 평가 등의 투자 기법이 통하질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라야 할 주식은 오르지 않고, 테마에 올라탄 엉뚱한 종목 주가만 오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주식투자를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국장이란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이 단어는 한국 주식시장의 줄임말로 '국내 주식을 사지 마라'는 의미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주식 전문가들도 개인 투자자들처럼 국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알짜 종목을 찾더라도 좀처럼 주가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A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이 도박장과 같은 초단타장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A대표가 운영하는 투자자문사는 IT 섹터에 강점을 두고 있으며, 운용자금만 1000억원에 가깝다. 그는 운용 자금 대부분을 국내 상장 주식이나 비상장주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의 화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관련해선 주주환원이나 지배구조 등의 주주가치보단 수급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가가 꾸준히 오르기 위해선 장기간 롱(매수)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는 기관 투자자가 필요하단 주장이다.

A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이 단타장으로 변질된 이유로 '기관의 수급 부재'를 꼽는다. 장기 투자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는 기관 투자자를 대신해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수급이 바뀌는 추세다.

실제로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해외투자에 집중하고 있어 국내 증시가 위기 상황에 처할 경우 코스피 하단을 받치는 매수 주체가 충분할지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된다. 저점 인식에 따른 매수가 뒤따를 수 있지만 국내 증시보다 해외 증시에 비중을 두면서 매수자금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대표는 공모펀드가 위축된 것도 국내 증시의 단타 성향을 짙어지게 했다고 말한다. 그는 "공모펀드는 장기투자를 통한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데, 그간 정부의 규제로 인해 공모펀드 시장은 점차 위축됐다"면서 "공모펀드에서 장기 투자를 유도할 만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고 말했다.

A대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이던 종목이 사라졌단 점이다. 실적이나 밸류에이션 중심으로 알짜 종목을 찾더라도 테마를 타지 않으면 주가는 제자리걸음이란 설명이다.

그는 "국내 주식시장에선 영업이익이 늘고, 재무 건전성이 개선된 종목을 찾더라도 무조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엉뚱한 종목이 테마에 올라타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를 보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국장을 정리하고, 미국 주식시장으로 떠나야 할지 고민이 든다"고 덧붙였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