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규제 푸는 걸론 안 돼…국회 가면 뭉텅이로 뽀개겠다" [총선, 경제통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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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전 중기부 장관 인터뷰
중구·성동구을 예비후보
주거 공간에 창업공간도 함께 구상
재래시장은 스토리 살려 개발
명문학교 늘려 인구 유출 막겠다
중구·성동구을 예비후보
주거 공간에 창업공간도 함께 구상
재래시장은 스토리 살려 개발
명문학교 늘려 인구 유출 막겠다
서울 중구·성동구을은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3선을 지낸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까지 출마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이 전 장관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암호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이공계인이면서, 디지털 보안 분야로 창업해 기업도 꾸려본 IT 기업인 출신이다.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윤석열 정부의 초대 중기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이런 삶의 궤적을 토대로 중구·성동구을에도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도시 모델을 적용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국회에 들어간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뭉텅이로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
▶중구·성동구을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좀 확실하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내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인들을 만나느라 전국을 많이 다녔다. 그때 보니 양극화·공동화 문제가 곳곳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하물며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다. 중심지인데도 2022년 기준 하루에 54.6명이 전입하는데 57.9명이 전출한다. 서울의 중심도 인구 소멸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구는 서울에서 전통시장이 가장 많은 곳이다. 곳곳이 현대화되고 있지만 새로운 상권으로 도약하지 못한 곳에선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중기부에서 어떻게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성동구도 2018년 소폭으로 인구가 올랐다가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달동네가 있던 곳에서 부촌으로 빠르게 변화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엔 젊은이들이 들어와 벤처 ·스타트업 기지를 조성하면서 테크 중심을 넘어 삶과 문화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장은 세대교체가 일어나야 한다. 상인들, 사람에 대한 세대교체도 있지만 이 업에 대한 세대교체도 있다. 전통시장을 계속 이런 식으로 유지하는 게 맞는가. 성동의 경우도 달동네로 시작해 오래된 노후화된 건물이 많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도전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게 일시적일 것인지 진짜 새로운 문화 재개발 공간으로 일어날지는 아직 모르는 거다.
저는 전국을 다니면서 중구가 안고 있는 문제, 성동이 시작한 도전 이런 것들을 버무려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지역이 겪는 문제가 우리나라 도시들이 가진 문제와 상당 부분 겹친다. 그래서 여기를 랜드마크로 삼아 솔루션을 내보려고 한다."
▶중구·성동구을에 여권 출마자가 몰려 격전지가 됐다.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긴 하지만 여당 입장에서도 해볼 만한 '한강벨트'라서 그런가.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성동의 재개발과 종부세 이슈의 영향이 있다. 그러나 민심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선거를 해봐야 한다. 역대 이 지역 국회의원도 민주당 출신이 더 많지 않나."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도 같은 지역에서 출마 선언했다. 다른 예비후보들과의 차별점, 경쟁력은?
"다 3선 의원이시고 훌륭한 선배님들이시다. 다만 '배워서 아는 사람이 있고 해봐서 아는 사람이 있다'지 않나. 제 삶의 영역에서 쌓인 노하우도 있다.
예를 들어 중기부 장관할 때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를 성공시켰다. 14년 동안 입법화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거다. 저도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모든 프로세스에 같은 저항이 있었지만 저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해 설득했다. '이 법안을 포기하면 20년 기업인으로 살았던 제 인생을 부정해야 한다'고 설명드렸다. 현장에 있던 사람의 돌파력,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후보들이 선거 때면 재개발 공약을 내건다. 하지만 부처 간 조율 문제도 있고, 예산이라는 건 한정돼 있어서 '그 예산을 갖고 오겠다'는 말은 쉽지만, 약속을 지키기 쉽지 않다. 지금 새로운 도시 트렌드는 주거 공간과 산업 공간, 문화 공간이 하나로 모이는 것이다. 저는 국무위원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조금은 실질적인 솔루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최대 경제 현안은 뭔가.
"이 지역만의 문제는 아닌데, 생산과 소비를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도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뉴욕이나 파리, 싱가포르 등을 보면 경제 중심지가 곧 관광 중심지면서 문화 중심지, 소비 중심지다. 옛날 말로는 클러스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주거 공간에 스타트업 창업기지도 함께 있는 그런 복합 건물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 인구 공동화, 새로운 개념의 도시 공간 설계에도 그게 맞다. 모바일 오피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에 있다가 운동화나 슬리퍼 신고 1층에 내려와 근무하는 창업 공간 같은 거 말이다. 이 지역은 청년 스타트업인들이 몰리는 곳이라 그런 것을 설계하기에 굉장한 적합지 중 하나다.
또 중구 재래시장의 경우 스토리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것을 산업화 시대 낙후의 흔적으로 보면 낙후지만 다 스토리가 있는 것들이다. 꼭 막 땅을 파고 뭘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생산 설비에 의해 생산이 가속화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기존 우리 동네가 갖고 있던 스토리에 기반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출마 선언하면서 이 지역의 학교 문제를 언급했다.
"지역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어릴 땐 여기서 살다가 이후에 강남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살기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학교 인프라가 부족해서 떠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잠깐 머무는 동네'가 되고 있다.
중구는 근대사에서 학교가 제일 먼저 생겼던 곳이라 명문 학교가 많다. 성동은 학생들이 자꾸 떠나니 실질적으로 학교 수가 적고 또 학교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4차산업혁명에 맞게 새로운 명문 학교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해보고 싶다."
▶기업인 출신이고 중기부 장관도 지낸 경제통이다. 22대 국회에 들어가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산업화 시대엔 정부의 리더십이 국가를 견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 수준이 국가의 리더십을 추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업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은 너무나 규제가 많고, 그 규제의 상당 부분이 국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늘 모든 정부가 들어서면 규제를 개혁하겠다 하지만 한 건 한 건 풀어선 어렵다. 노사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비대면을 거쳐 인공지능 로봇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가 이런 것에 준비가 돼 있을까.
저는 가장 우선 기업을 발목 잡는 규제를 뭉텅이로 푸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가령 '무선 통신이 나오기 이전 유선 시대의 규제는 몇 년 몇 월 며칠 부로 다 없앤다'는 식이다. 이미 풀어야 할 규제가 남겨야 할 규제보다 많은 분야, 임계치 넘어간 곳들이 많다. 꼭 살려야 될 것, 남겨야 할 것을 제외하고 다 없애버리는 식의 과감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달릴 수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국가가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는 푸는 게 아니라 '뽀개야' 한다.
또 과학·기술 분야 기업인 출신으로 ICT 쪽의 국회의원 수가 너무 적다는 아쉬움이 있다. 모든 상임위에 과학기술인이 필요한 시대다. 국회에 들어간다면 저라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인 후배들한테도 총선에 많이 도전하라고 얘기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여성 기업인이 많이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그는 이런 삶의 궤적을 토대로 중구·성동구을에도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도시 모델을 적용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국회에 들어간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뭉텅이로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
▶중구·성동구을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좀 확실하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내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인들을 만나느라 전국을 많이 다녔다. 그때 보니 양극화·공동화 문제가 곳곳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하물며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다. 중심지인데도 2022년 기준 하루에 54.6명이 전입하는데 57.9명이 전출한다. 서울의 중심도 인구 소멸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구는 서울에서 전통시장이 가장 많은 곳이다. 곳곳이 현대화되고 있지만 새로운 상권으로 도약하지 못한 곳에선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중기부에서 어떻게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성동구도 2018년 소폭으로 인구가 올랐다가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달동네가 있던 곳에서 부촌으로 빠르게 변화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엔 젊은이들이 들어와 벤처 ·스타트업 기지를 조성하면서 테크 중심을 넘어 삶과 문화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장은 세대교체가 일어나야 한다. 상인들, 사람에 대한 세대교체도 있지만 이 업에 대한 세대교체도 있다. 전통시장을 계속 이런 식으로 유지하는 게 맞는가. 성동의 경우도 달동네로 시작해 오래된 노후화된 건물이 많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도전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게 일시적일 것인지 진짜 새로운 문화 재개발 공간으로 일어날지는 아직 모르는 거다.
저는 전국을 다니면서 중구가 안고 있는 문제, 성동이 시작한 도전 이런 것들을 버무려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지역이 겪는 문제가 우리나라 도시들이 가진 문제와 상당 부분 겹친다. 그래서 여기를 랜드마크로 삼아 솔루션을 내보려고 한다."
▶중구·성동구을에 여권 출마자가 몰려 격전지가 됐다.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긴 하지만 여당 입장에서도 해볼 만한 '한강벨트'라서 그런가.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성동의 재개발과 종부세 이슈의 영향이 있다. 그러나 민심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선거를 해봐야 한다. 역대 이 지역 국회의원도 민주당 출신이 더 많지 않나."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도 같은 지역에서 출마 선언했다. 다른 예비후보들과의 차별점, 경쟁력은?
"다 3선 의원이시고 훌륭한 선배님들이시다. 다만 '배워서 아는 사람이 있고 해봐서 아는 사람이 있다'지 않나. 제 삶의 영역에서 쌓인 노하우도 있다.
예를 들어 중기부 장관할 때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를 성공시켰다. 14년 동안 입법화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거다. 저도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모든 프로세스에 같은 저항이 있었지만 저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해 설득했다. '이 법안을 포기하면 20년 기업인으로 살았던 제 인생을 부정해야 한다'고 설명드렸다. 현장에 있던 사람의 돌파력,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후보들이 선거 때면 재개발 공약을 내건다. 하지만 부처 간 조율 문제도 있고, 예산이라는 건 한정돼 있어서 '그 예산을 갖고 오겠다'는 말은 쉽지만, 약속을 지키기 쉽지 않다. 지금 새로운 도시 트렌드는 주거 공간과 산업 공간, 문화 공간이 하나로 모이는 것이다. 저는 국무위원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조금은 실질적인 솔루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최대 경제 현안은 뭔가.
"이 지역만의 문제는 아닌데, 생산과 소비를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도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뉴욕이나 파리, 싱가포르 등을 보면 경제 중심지가 곧 관광 중심지면서 문화 중심지, 소비 중심지다. 옛날 말로는 클러스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주거 공간에 스타트업 창업기지도 함께 있는 그런 복합 건물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 인구 공동화, 새로운 개념의 도시 공간 설계에도 그게 맞다. 모바일 오피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에 있다가 운동화나 슬리퍼 신고 1층에 내려와 근무하는 창업 공간 같은 거 말이다. 이 지역은 청년 스타트업인들이 몰리는 곳이라 그런 것을 설계하기에 굉장한 적합지 중 하나다.
또 중구 재래시장의 경우 스토리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것을 산업화 시대 낙후의 흔적으로 보면 낙후지만 다 스토리가 있는 것들이다. 꼭 막 땅을 파고 뭘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생산 설비에 의해 생산이 가속화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기존 우리 동네가 갖고 있던 스토리에 기반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출마 선언하면서 이 지역의 학교 문제를 언급했다.
"지역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어릴 땐 여기서 살다가 이후에 강남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살기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학교 인프라가 부족해서 떠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잠깐 머무는 동네'가 되고 있다.
중구는 근대사에서 학교가 제일 먼저 생겼던 곳이라 명문 학교가 많다. 성동은 학생들이 자꾸 떠나니 실질적으로 학교 수가 적고 또 학교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4차산업혁명에 맞게 새로운 명문 학교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해보고 싶다."
▶기업인 출신이고 중기부 장관도 지낸 경제통이다. 22대 국회에 들어가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산업화 시대엔 정부의 리더십이 국가를 견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 수준이 국가의 리더십을 추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업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은 너무나 규제가 많고, 그 규제의 상당 부분이 국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늘 모든 정부가 들어서면 규제를 개혁하겠다 하지만 한 건 한 건 풀어선 어렵다. 노사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비대면을 거쳐 인공지능 로봇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가 이런 것에 준비가 돼 있을까.
저는 가장 우선 기업을 발목 잡는 규제를 뭉텅이로 푸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가령 '무선 통신이 나오기 이전 유선 시대의 규제는 몇 년 몇 월 며칠 부로 다 없앤다'는 식이다. 이미 풀어야 할 규제가 남겨야 할 규제보다 많은 분야, 임계치 넘어간 곳들이 많다. 꼭 살려야 될 것, 남겨야 할 것을 제외하고 다 없애버리는 식의 과감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달릴 수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국가가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는 푸는 게 아니라 '뽀개야' 한다.
또 과학·기술 분야 기업인 출신으로 ICT 쪽의 국회의원 수가 너무 적다는 아쉬움이 있다. 모든 상임위에 과학기술인이 필요한 시대다. 국회에 들어간다면 저라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인 후배들한테도 총선에 많이 도전하라고 얘기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여성 기업인이 많이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