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닥쳐오는 한전 위기를 외면하는 '돈 룩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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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쉽지 않은 한전의 '적자 늪'
꼼수 아닌 정공법으로 해결해야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꼼수 아닌 정공법으로 해결해야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천문학 교수 민디와 제자 디비아스키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엄청난 크기의 혜성을 우연히 발견한다. 혜성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 남짓. 대통령을 찾아가 심각성을 알린다. 하지만 대법관 인사 문제에 정신 팔린 대통령은 시큰둥하다. 이에 실망하고 방송국을 찾지만, 두 사람의 경고는 오히려 희화화돼 시청률 관리 도구로 전락한다.
정치적 궁지에 빠진 대통령은 여론의 관심을 혜성 충돌로 돌리려고 핵무기로 혜성의 궤도를 바꾸려는 계획을 수립한다. 동기가 어떻든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희망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계획도 곧 수정된다. 혜성의 완전 폭파보다 소규모 드론을 이용해 혜성을 작게 쪼개 지구도 구하고 혜성의 희소 광물도 얻자는 대통령 후원자의 엉터리 주장 때문이었다. 여론은 둘로 쪼개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하늘을 봐라(룩 업)’ 그룹과 괜한 걱정이라는 ‘하늘을 볼 필요 없다(돈 룩 업)’ 그룹으로 나뉘어 공방만 벌인다. 과학자 예상대로 드론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지구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몇 년 전 화제를 모은 영화 ‘돈 룩 업’의 줄거리다. 한국전력발 위기가 영화 속 혜성처럼 에너지 시장을 일거에 파국으로 몰고 가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전의 2023년 기준 부채총계는 약 204조원이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넘는다. 부채 규모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도 문제다. 부채비율이 2021년 213%, 2022년 455%, 2023년 564%로 단 2년 사이에 2.6배로 높아질 정도로 초고속 증가했다. 한전은 국내 발전량의 약 73%를 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송배전과 판매 부문은 아예 독점하고 있다. 한전의 위기가 곧 국가 위기로 인식돼야 하는 이유다.
부채가 신규 투자로 늘어났다면 앞날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한전의 부채 급증은 단지 적자 탓이다. 한전의 영업적자가 2021년 5조2000억원, 2022년 32조6000억원, 2023년 3분기까지 약 6조5000억원으로 이어지고 있어 부채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대규모 영업이익이 장기간 발생하지 않는 한 해결은 난망이다. 실제로 이번 정부 들어 약 50% 인상된 전기요금과 최근 천연가스 가격 안정에 힘입어 2023년 3분기 약 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빚은 여전히 2조7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어지간한 흑자로는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큰 규모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 혹은 한전 자산의 대규모 매각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치권은 유권자와 노조 눈치를 보며 소극적이다. 정치 이슈에만 매달려 혜성 충돌 경고에 시큰둥한 영화 속 대통령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더욱이 향후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 단기적으로 원전과 석탄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예측이 빗나가면 바로 나락이기 때문이다. 드론으로 지구를 살리고 자원도 획득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영화 속 대통령 후원자와 다르지 않다.
국가 경제를 도박하듯 운영할 수는 없다. 국가 경제 존망을 가를 수도 있는 위기 앞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특단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정관에도 없는 자회사 중간배당이나 장부상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빚더미를 더 늘려 빚을 돌려막으려는 꼼수는 ‘돈 룩 업’을 외치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혜성과 충돌하는 것과 같은 파국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적 궁지에 빠진 대통령은 여론의 관심을 혜성 충돌로 돌리려고 핵무기로 혜성의 궤도를 바꾸려는 계획을 수립한다. 동기가 어떻든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희망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계획도 곧 수정된다. 혜성의 완전 폭파보다 소규모 드론을 이용해 혜성을 작게 쪼개 지구도 구하고 혜성의 희소 광물도 얻자는 대통령 후원자의 엉터리 주장 때문이었다. 여론은 둘로 쪼개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하늘을 봐라(룩 업)’ 그룹과 괜한 걱정이라는 ‘하늘을 볼 필요 없다(돈 룩 업)’ 그룹으로 나뉘어 공방만 벌인다. 과학자 예상대로 드론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지구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몇 년 전 화제를 모은 영화 ‘돈 룩 업’의 줄거리다. 한국전력발 위기가 영화 속 혜성처럼 에너지 시장을 일거에 파국으로 몰고 가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전의 2023년 기준 부채총계는 약 204조원이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넘는다. 부채 규모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도 문제다. 부채비율이 2021년 213%, 2022년 455%, 2023년 564%로 단 2년 사이에 2.6배로 높아질 정도로 초고속 증가했다. 한전은 국내 발전량의 약 73%를 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송배전과 판매 부문은 아예 독점하고 있다. 한전의 위기가 곧 국가 위기로 인식돼야 하는 이유다.
부채가 신규 투자로 늘어났다면 앞날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한전의 부채 급증은 단지 적자 탓이다. 한전의 영업적자가 2021년 5조2000억원, 2022년 32조6000억원, 2023년 3분기까지 약 6조5000억원으로 이어지고 있어 부채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대규모 영업이익이 장기간 발생하지 않는 한 해결은 난망이다. 실제로 이번 정부 들어 약 50% 인상된 전기요금과 최근 천연가스 가격 안정에 힘입어 2023년 3분기 약 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빚은 여전히 2조7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어지간한 흑자로는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큰 규모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 혹은 한전 자산의 대규모 매각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치권은 유권자와 노조 눈치를 보며 소극적이다. 정치 이슈에만 매달려 혜성 충돌 경고에 시큰둥한 영화 속 대통령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더욱이 향후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 단기적으로 원전과 석탄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예측이 빗나가면 바로 나락이기 때문이다. 드론으로 지구를 살리고 자원도 획득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영화 속 대통령 후원자와 다르지 않다.
국가 경제를 도박하듯 운영할 수는 없다. 국가 경제 존망을 가를 수도 있는 위기 앞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특단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정관에도 없는 자회사 중간배당이나 장부상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빚더미를 더 늘려 빚을 돌려막으려는 꼼수는 ‘돈 룩 업’을 외치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혜성과 충돌하는 것과 같은 파국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