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이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2월 경제 동향’에서 “고금리 기조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민간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 경기 반등에 따른 수출 회복세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했다. 국내 승용차(-9.7%)와 의복(-6.7%), 음식료품(-5.2%) 등에서 부진이 심했다. 반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0% 늘어나 작년 12월(5.0%)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반도체산업은 수출과 생산이 증가하면서 재고는 감소해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KDI는 이 같은 내수와 수출 경기 격차가 생산 부문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과 건설업은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건설업황은 당분간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다.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가 공공·토목 부문에서 개선됐지만 민간부문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어서다.

KDI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작년 11월 3.4%에서 지난달 3.0%로 낮아지는 등 물가 상승세는 잦아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미국과 중국이 비교적 양호한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지만 중동지역 분쟁이 유가 상승과 운송 차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