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재매각,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대우조선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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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까지 수년 걸릴 듯
영구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 뒤
새로운 주인 찾기 시동 걸 듯
정부관리 20여년 경쟁력 상실
대우조선처럼 골든타임 놓칠 우려
영구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 뒤
새로운 주인 찾기 시동 걸 듯
정부관리 20여년 경쟁력 상실
대우조선처럼 골든타임 놓칠 우려
▶마켓인사이트 2월 7일 오후 3시 58분
국적 해운사인 HMM의 새 주인 찾기가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재매각은 일러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7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7주 동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결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림도 “협상이 무산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림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열린 HMM 지분 57.9% 인수전에서 약 6조4000억원을 써내 동원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HMM 인수 이후 경영 주도권을 누가 쥘지를 놓고 매각 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매각이 무산되면서 HMM은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 관리 체제를 계속 유지하게 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보유하고 있다. 이 영구채는 내년 4월까지 차례로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한다.
업계에선 글로벌 해운 업황이 출렁이고 업계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HMM 매각이 결렬돼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HMM의 매출은 2020년 6조원에서 2021년 13조원, 2022년 18조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8조원대로 고꾸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 경기의 부침이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다.
대형 선사들끼리 노선과 영업 조건을 공유하는 해운동맹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MSC와 함께 세계 1위 동맹인 ‘2M’에 속해 있는 머스크(시장점유율 2위)와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의 하파크로이트(5위)가 2025년 새로운 동맹을 맺기로 한 게 큰 변수로 꼽힌다. 디얼라이언스 해운동맹 순위가 3위에서 4위로 밀리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리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HMM이 외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동맹이 재편될 때 의사 결정이 느린 공기업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협상에 관여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매각 측이 내건 경영권 견제 장치를 보고도 HMM을 사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민영화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해진공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도 당분간 재매각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혔다.
해운업황이 고꾸라질 경우 HMM이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처럼 ‘국민 혈세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우조선이 정부 관리 체제 아래에서 20여 년을 보내며 경쟁력을 잃은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한화에 팔리기 전까지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2조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대우조선 민영화를 21년 동안 다섯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지난해 여섯 번째 시도 끝에 겨우 성사했다.
이날 HMM 매각 결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HMM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약세(0.42% 하락)로 마감했다. 하림 주가는 16.18% 급락했다. HMM 인수에 따른 밸류체인 확장 기대가 무산된 영향 때문이다. 반면 인수 주체로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준비하던 팬오션은 재무 부담 해소 기대 덕분에 21.09% 급등했다.
차준호/강현우/허세민 기자 chacha@hankyung.com
국적 해운사인 HMM의 새 주인 찾기가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재매각은 일러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7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7주 동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결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림도 “협상이 무산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림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열린 HMM 지분 57.9% 인수전에서 약 6조4000억원을 써내 동원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HMM 인수 이후 경영 주도권을 누가 쥘지를 놓고 매각 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매각이 무산되면서 HMM은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 관리 체제를 계속 유지하게 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보유하고 있다. 이 영구채는 내년 4월까지 차례로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한다.
업계에선 글로벌 해운 업황이 출렁이고 업계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HMM 매각이 결렬돼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HMM의 매출은 2020년 6조원에서 2021년 13조원, 2022년 18조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8조원대로 고꾸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 경기의 부침이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다.
대형 선사들끼리 노선과 영업 조건을 공유하는 해운동맹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MSC와 함께 세계 1위 동맹인 ‘2M’에 속해 있는 머스크(시장점유율 2위)와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의 하파크로이트(5위)가 2025년 새로운 동맹을 맺기로 한 게 큰 변수로 꼽힌다. 디얼라이언스 해운동맹 순위가 3위에서 4위로 밀리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리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HMM이 외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동맹이 재편될 때 의사 결정이 느린 공기업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협상에 관여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매각 측이 내건 경영권 견제 장치를 보고도 HMM을 사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민영화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해진공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도 당분간 재매각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혔다.
해운업황이 고꾸라질 경우 HMM이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처럼 ‘국민 혈세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우조선이 정부 관리 체제 아래에서 20여 년을 보내며 경쟁력을 잃은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한화에 팔리기 전까지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2조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대우조선 민영화를 21년 동안 다섯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지난해 여섯 번째 시도 끝에 겨우 성사했다.
이날 HMM 매각 결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HMM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약세(0.42% 하락)로 마감했다. 하림 주가는 16.18% 급락했다. HMM 인수에 따른 밸류체인 확장 기대가 무산된 영향 때문이다. 반면 인수 주체로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준비하던 팬오션은 재무 부담 해소 기대 덕분에 21.09% 급등했다.
차준호/강현우/허세민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