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9 찍은 S&P…FT "엔비디아 팔아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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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수요일>
이번 주 중요한 경제 지표 발표나 이벤트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음주 13일 1월 소비자물가(CPI) 발표 때까지는 시장이 조용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왔습니다. 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2%로 내려간다는 '더 큰 확신'을 가질 때까지 신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지요. 또 시장을 이끌어온 빅테크의 실적 발표도 지난주로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작은 호재가 이어지면서 뉴욕 증시는 계속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르고 있습니다. 7일(미 동부시간) S&P500 지수는 4999.89까지 치솟아 5000 돌파를 목전에 뒀습니다. 5000은 대부분의 월가 금융사들이 올해 말 목표로 제시한 수준입니다.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는 요인들을 적어보겠습니다.
① 되살아난 어닝 기대
에버코어 ISI에 따르면 어제까지 S&P500 기업 중 277개(시가총액 기준 72%)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하고, 이익은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버코어 측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4분기 어닝시즌은 매출 3.9%, 이익 1.9% 증가세로 마무리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작년 2분기를 바닥으로 2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는 것이죠. 어제 포드와 오늘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디즈니, ARM도 괜찮은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어닝시즌 초기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은행, 특히 지역은행 실적이 예상이 미치지 못했지요. 그러나 빅테크가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기술주로 이뤄진 커뮤니케이션 업종은 4분기 매출이 9.5%, 이익은 42.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고, IT 업종은 각각 4.0%, 12.8%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오는 21일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면 추정치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월가 기대는 매우 큽니다. 골드만삭스가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800달러로 높인 데 이어 모건스탠리도 오늘 목표주가는 603달러에서 750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조셉 무어 애널리스트는 “AI 수요는 계속 급증하고 있다. 지금 엔비디아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의 25배 이하로 거래되기 시작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몇 번밖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가 추정에 부합하는 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 '매그니피선트 7'(magnificent 7) 주식은 4분기 매출 증가율 14%, 총마진 23%로 나머지 S&P493개 종목의 2%, 9%에 비해 월등히 나은 성적을 내놓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마진으로만 보면 M7은 전년 동기보다 7.47%포인트 증가하지만, 나머지 종목은 1.1%포인트 감소합니다. 비관론자들은 Fed가 금리 인하를 늦추면 올해 경기가 둔화하면서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되고 마진이 축소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매니언 전략가는 "수요 회복 없이도 마진이 잘 버티고 있으며,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마진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홍해 사태 및 파나마운하 가뭄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에 대해서도 "S&P500 기업의 전체 물류비용은 총운영비용의 2%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투자자들이 M7 주식의 지속적 성장과 인공 지능(AI) 순풍에 베팅하면서 오늘도 이들이 시장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엔비디아는 2.75%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11%, 메타는 3.27%, 아마존 0.82%, 알파벳 0.87% 상승했습니다. 테슬라도 오늘은 1.34% 올랐고요. 새로운 M7 주식으로 거론되는 일라이 릴리는 2.89% 뛰었습니다. ② 은행 위기는 없다?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고백한 뉴욕커뮤니티은행(NYCB)은 지난주 40% 넘게 폭락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도 22% 급락했습니다. 미 언론은 은행의 최고위험책임자, 감사책임자 등이 사임했다고 보도했고, 무디스는 어제 저녁 NYCB의 신용등급을 2단계 떨어뜨려 정크 등급으로 낮췄습니다. 무디스는 "등급 하향은 NYCB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 위험 관리 및 거버넌스 문제를 반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은행 주가는 오늘 오전 한때 14% 넘게 급락했습니다. 그러나 은행 측이 콘퍼런스콜에서 "소매 점포에서 예금 유출이 거의 없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라고 밝힌 뒤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은행 측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 2월 5일 기준 830억 달러로 작년 말 814억 달러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은행의 문제는 아직 다른 지역은행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어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이 문제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부 은행이 있을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관리 가능한 문제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일부 은행은 폐쇄되거나 합병돼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③ 금리 안정세
미 재무부는 오늘 42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을 경매에 부쳤습니다. 10년물 단일 경매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입니다. 게다가 금리 인하 전망이 불확실해졌고, 장기 국채 발행이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수요를 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오후 1시 경매 결과가 나왔는데, 그런 걱정은 기우로 드러났습니다. 발행금리는 4.093%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105%에 비해 1.2bp나 낮게 나타났습니다. 강한 수요를 뜻합니다. 실제 응찰률은 2.56배로 지난 6번 경매 평균 2.52배를 넘었습니다. 해외 수요를 대변하는 간접 수요는 70.1%에 달했고 이에 따라 딜러들이 인수한 물량은 13%에 그쳤습니다.
오후 4시 10분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3bp 오른 4.115%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2.1bp 상승한 4.429%를 기록했습니다. 국채 입찰 결과는 좋았지만, 그보다는 NYCB 이슈가 오늘 채권 시장을 좌우한 탓입니다. 장 초반 뱅크런 우려가 커져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는데, 오후 들어 그런 걱정이 줄면서 금리가 오름세로 전환했습니다. 사실 10년물 금리는 작년 말부터 3.8~4.2%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 시장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내일은 25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 경매가 시행됩니다. 10년물은 2월에 659억 달러 만기를 맞지만, 30년물은 만기를 맞는 물량이 없습니다. 삭소뱅크는 "30년물 수요는 오롯이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늘리려는 투자자에게서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④ 매파적이지만 '재방송'
오늘도 4명의 Fed 스피커들이 발언에 나섰습니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금리를 두세 차례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빠른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정책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증거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후반'에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리를 내리더라도 그 과정은 점진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인내심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 관심은 작년 9월 취임 이후 첫 공개 발언을 하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에게 쏠렸습니다. 쿠글러 이사는 브루킹스 연구소 대담에서 "인플레이션 진전에 만족하고 그것이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어느 시점에는 인플레이션과 노동 시장의 지속적 냉각으로 인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금 상승률도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비둘기파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스인플레이션 진행이 정체되면, 현 수준에서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라면서 금리를 금세 인하해야 할 긴급성은 거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Fed 스피커들의 말을 들으면 위원회가 '현재의 긴축정책을 유지하다가 나중에 인하한다'라는 입장으로 상당히 잘 통일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들의 발언에 시장은 면역성을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주 Fed 위원들의 발언은 파월 의장이 지난주 두 번이나 자세히 설명한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이어서 별 영향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에선 금리 인하가 늦춰지는 것은 악재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시장 상승세는 투자자들이 예상보다 늦은 금리 인하라는 개념에 더 편안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소폭 상승세로 출발한 뒤 지속해서 랠리를 벌였습니다. 결국, 다우는 0.4%, S&P500 지수는 0.82% 올랐고 나스닥은 0.95% 상승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지속적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너무 비싸졌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해 인베스코는 "과거를 보면 밸류에이션은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는 투자 적기를 잡는 지표는 아니었다"라면서 "현재 S&P500 지수가 과거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밸류에이션만으로는 주식을 줄일 이유가 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인베스코가 1997년부터 S&P500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십 분위로 따져 10분위, 즉 가장 비싼 구간에 도달했을 때를 찾아내 추적했는데요. 이후 사이클 고점까지 39%에서 100%까지 추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올해 들어 상승세는 엔비디아가 이끌고 있는데요.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비싸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엊그제 '엔비디아를 팔아라'(sell NVIDIA)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바클레이스가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은 AI 칩 성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AI 칩 수요는 초기 훈련 구축이 완료되면 결국 둔화할 것이다. AI의 추론 단계에는 훈련 단계보다 컴퓨팅 성능이 덜 필요하다. 또 고성능 PC와 휴대폰은 엣지에서 추론을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능이 뛰어나 GPU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라고 지적한 보고서를 언급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마존, 메타 등 거대 고객이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분기 엔비디아 매출의 46%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단 5개사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치평가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어제 CNBC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에 대해 "다른 M7 주식과 비교해 봐도 너무 비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AI와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기업에 지나친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어느 시점에선가 투자자들이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M7 중에서는 엔비디아보단 애플과 테슬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내림세 때문에 더 매력적인 매수 기회가 생겼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늘 발표된 미국의 12월 무역적자는 전달보다 3억 달러 증가한 622억 달러로 컨센서스(621억 달러)와 비슷했습니다. 상품 무역에서 수출은 원유 등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5% 증가했고, 수입은 1.3% 늘었습니다. 2023년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18.7% 감소한 7734억 달러로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대중국 무역적자 감소였습니다. 27% 줄어든 2794억 달러로 2010년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그러나 멕시코 베트남 등 다른 국가와의 무역적자는 증가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이는 공급망 재편 추세를 반영한다. 효율성보다 국가안보를 앞세운 것으로 더 높은 비용을 수반하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위험을 뜻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미·중 갈등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트럼프는 어제 참여하지도 않은 네바다주 예비선거에서 60%의 득표를 차지했습니다. 60%가 '아래 후보자 중 없음'에 기표한 것이죠. 이대로라면 공화당 후보는 물론이고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60% 관세를 매기겠다는 등 과격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게 시장에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요?
만약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바뀐다면 네 가지 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데요. 에버코어ISI는 이에 대해 잘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트럼프가 주장하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적 관세 도입과 중국에 대한 60% 관세입니다. 에버코어는 "10% 보편적 관세는 의회의 입법이 필요한데,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점에서 어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중국이라는 한 국가의 상품에 대한 60% 관세는 의회 조치 없이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봤는데요. 트럼프는 지난 첫 번째 임기에 한 것과 같이 관세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제공하는 통상법 301조를 동원해 조사한 뒤 중국과 관세율을 협상하고 특정 품목에 예외를 주는 식으로 행동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도 60%를 때린다면 중국의 보복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중 관계인데요. 현재 트럼프의 발언과 워싱턴 분위기를 보면 갈등을 악화하고 미·중 무역 전쟁을 둘러싼 시장 변동성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특히 중국산 의약품, 전기차 등을 겨냥한 조치가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세 번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입니다. 이는 트럼프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반대가 많은데요. 에버코어는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IRA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법으로 인해 수십억 달러가 여러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에도 투입되고 있으므로 공화당도 완전히 등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죠. 다만 트럼프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 등에 대해 보조금을 줄 수 있는 많은 시행규칙 등을 변경해 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네 번째는 감세입니다. 2017년 트럼프 전 행정부 때 통과된 감세 및 고용법(TCJA)이 2025년 말에 만료되는데, 이 모든 조항을 연장하려면 연방 정부에 3조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에버코어는 분석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최대한 이 법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면 소득이 연 40만 달러 미만인 미국인에 대한 혜택만 유지하고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혜택을 폐지하려고 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민주당 모두 대통령과 하원, 상원을 모두 장악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이번 주 중요한 경제 지표 발표나 이벤트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음주 13일 1월 소비자물가(CPI) 발표 때까지는 시장이 조용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왔습니다. 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2%로 내려간다는 '더 큰 확신'을 가질 때까지 신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지요. 또 시장을 이끌어온 빅테크의 실적 발표도 지난주로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작은 호재가 이어지면서 뉴욕 증시는 계속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르고 있습니다. 7일(미 동부시간) S&P500 지수는 4999.89까지 치솟아 5000 돌파를 목전에 뒀습니다. 5000은 대부분의 월가 금융사들이 올해 말 목표로 제시한 수준입니다.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는 요인들을 적어보겠습니다.
① 되살아난 어닝 기대
에버코어 ISI에 따르면 어제까지 S&P500 기업 중 277개(시가총액 기준 72%)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하고, 이익은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버코어 측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4분기 어닝시즌은 매출 3.9%, 이익 1.9% 증가세로 마무리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작년 2분기를 바닥으로 2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는 것이죠. 어제 포드와 오늘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디즈니, ARM도 괜찮은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어닝시즌 초기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은행, 특히 지역은행 실적이 예상이 미치지 못했지요. 그러나 빅테크가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기술주로 이뤄진 커뮤니케이션 업종은 4분기 매출이 9.5%, 이익은 42.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고, IT 업종은 각각 4.0%, 12.8%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오는 21일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면 추정치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월가 기대는 매우 큽니다. 골드만삭스가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800달러로 높인 데 이어 모건스탠리도 오늘 목표주가는 603달러에서 750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조셉 무어 애널리스트는 “AI 수요는 계속 급증하고 있다. 지금 엔비디아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의 25배 이하로 거래되기 시작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몇 번밖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가 추정에 부합하는 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 '매그니피선트 7'(magnificent 7) 주식은 4분기 매출 증가율 14%, 총마진 23%로 나머지 S&P493개 종목의 2%, 9%에 비해 월등히 나은 성적을 내놓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마진으로만 보면 M7은 전년 동기보다 7.47%포인트 증가하지만, 나머지 종목은 1.1%포인트 감소합니다. 비관론자들은 Fed가 금리 인하를 늦추면 올해 경기가 둔화하면서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되고 마진이 축소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매니언 전략가는 "수요 회복 없이도 마진이 잘 버티고 있으며,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마진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홍해 사태 및 파나마운하 가뭄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에 대해서도 "S&P500 기업의 전체 물류비용은 총운영비용의 2%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투자자들이 M7 주식의 지속적 성장과 인공 지능(AI) 순풍에 베팅하면서 오늘도 이들이 시장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엔비디아는 2.75%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11%, 메타는 3.27%, 아마존 0.82%, 알파벳 0.87% 상승했습니다. 테슬라도 오늘은 1.34% 올랐고요. 새로운 M7 주식으로 거론되는 일라이 릴리는 2.89% 뛰었습니다. ② 은행 위기는 없다?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고백한 뉴욕커뮤니티은행(NYCB)은 지난주 40% 넘게 폭락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도 22% 급락했습니다. 미 언론은 은행의 최고위험책임자, 감사책임자 등이 사임했다고 보도했고, 무디스는 어제 저녁 NYCB의 신용등급을 2단계 떨어뜨려 정크 등급으로 낮췄습니다. 무디스는 "등급 하향은 NYCB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 위험 관리 및 거버넌스 문제를 반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은행 주가는 오늘 오전 한때 14% 넘게 급락했습니다. 그러나 은행 측이 콘퍼런스콜에서 "소매 점포에서 예금 유출이 거의 없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라고 밝힌 뒤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은행 측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 2월 5일 기준 830억 달러로 작년 말 814억 달러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은행의 문제는 아직 다른 지역은행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어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이 문제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부 은행이 있을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관리 가능한 문제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일부 은행은 폐쇄되거나 합병돼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③ 금리 안정세
미 재무부는 오늘 42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을 경매에 부쳤습니다. 10년물 단일 경매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입니다. 게다가 금리 인하 전망이 불확실해졌고, 장기 국채 발행이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수요를 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오후 1시 경매 결과가 나왔는데, 그런 걱정은 기우로 드러났습니다. 발행금리는 4.093%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105%에 비해 1.2bp나 낮게 나타났습니다. 강한 수요를 뜻합니다. 실제 응찰률은 2.56배로 지난 6번 경매 평균 2.52배를 넘었습니다. 해외 수요를 대변하는 간접 수요는 70.1%에 달했고 이에 따라 딜러들이 인수한 물량은 13%에 그쳤습니다.
오후 4시 10분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3bp 오른 4.115%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2.1bp 상승한 4.429%를 기록했습니다. 국채 입찰 결과는 좋았지만, 그보다는 NYCB 이슈가 오늘 채권 시장을 좌우한 탓입니다. 장 초반 뱅크런 우려가 커져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는데, 오후 들어 그런 걱정이 줄면서 금리가 오름세로 전환했습니다. 사실 10년물 금리는 작년 말부터 3.8~4.2%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 시장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내일은 25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 경매가 시행됩니다. 10년물은 2월에 659억 달러 만기를 맞지만, 30년물은 만기를 맞는 물량이 없습니다. 삭소뱅크는 "30년물 수요는 오롯이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늘리려는 투자자에게서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④ 매파적이지만 '재방송'
오늘도 4명의 Fed 스피커들이 발언에 나섰습니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금리를 두세 차례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빠른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정책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증거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후반'에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리를 내리더라도 그 과정은 점진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인내심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 관심은 작년 9월 취임 이후 첫 공개 발언을 하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에게 쏠렸습니다. 쿠글러 이사는 브루킹스 연구소 대담에서 "인플레이션 진전에 만족하고 그것이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어느 시점에는 인플레이션과 노동 시장의 지속적 냉각으로 인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금 상승률도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비둘기파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스인플레이션 진행이 정체되면, 현 수준에서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라면서 금리를 금세 인하해야 할 긴급성은 거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Fed 스피커들의 말을 들으면 위원회가 '현재의 긴축정책을 유지하다가 나중에 인하한다'라는 입장으로 상당히 잘 통일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들의 발언에 시장은 면역성을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주 Fed 위원들의 발언은 파월 의장이 지난주 두 번이나 자세히 설명한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이어서 별 영향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에선 금리 인하가 늦춰지는 것은 악재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시장 상승세는 투자자들이 예상보다 늦은 금리 인하라는 개념에 더 편안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소폭 상승세로 출발한 뒤 지속해서 랠리를 벌였습니다. 결국, 다우는 0.4%, S&P500 지수는 0.82% 올랐고 나스닥은 0.95% 상승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지속적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너무 비싸졌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해 인베스코는 "과거를 보면 밸류에이션은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는 투자 적기를 잡는 지표는 아니었다"라면서 "현재 S&P500 지수가 과거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밸류에이션만으로는 주식을 줄일 이유가 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인베스코가 1997년부터 S&P500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십 분위로 따져 10분위, 즉 가장 비싼 구간에 도달했을 때를 찾아내 추적했는데요. 이후 사이클 고점까지 39%에서 100%까지 추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올해 들어 상승세는 엔비디아가 이끌고 있는데요.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비싸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엊그제 '엔비디아를 팔아라'(sell NVIDIA)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바클레이스가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은 AI 칩 성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AI 칩 수요는 초기 훈련 구축이 완료되면 결국 둔화할 것이다. AI의 추론 단계에는 훈련 단계보다 컴퓨팅 성능이 덜 필요하다. 또 고성능 PC와 휴대폰은 엣지에서 추론을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능이 뛰어나 GPU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라고 지적한 보고서를 언급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마존, 메타 등 거대 고객이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분기 엔비디아 매출의 46%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단 5개사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치평가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어제 CNBC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에 대해 "다른 M7 주식과 비교해 봐도 너무 비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AI와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기업에 지나친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어느 시점에선가 투자자들이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M7 중에서는 엔비디아보단 애플과 테슬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내림세 때문에 더 매력적인 매수 기회가 생겼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늘 발표된 미국의 12월 무역적자는 전달보다 3억 달러 증가한 622억 달러로 컨센서스(621억 달러)와 비슷했습니다. 상품 무역에서 수출은 원유 등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5% 증가했고, 수입은 1.3% 늘었습니다. 2023년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18.7% 감소한 7734억 달러로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대중국 무역적자 감소였습니다. 27% 줄어든 2794억 달러로 2010년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그러나 멕시코 베트남 등 다른 국가와의 무역적자는 증가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이는 공급망 재편 추세를 반영한다. 효율성보다 국가안보를 앞세운 것으로 더 높은 비용을 수반하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위험을 뜻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미·중 갈등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트럼프는 어제 참여하지도 않은 네바다주 예비선거에서 60%의 득표를 차지했습니다. 60%가 '아래 후보자 중 없음'에 기표한 것이죠. 이대로라면 공화당 후보는 물론이고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60% 관세를 매기겠다는 등 과격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게 시장에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요?
만약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바뀐다면 네 가지 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데요. 에버코어ISI는 이에 대해 잘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트럼프가 주장하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적 관세 도입과 중국에 대한 60% 관세입니다. 에버코어는 "10% 보편적 관세는 의회의 입법이 필요한데,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점에서 어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중국이라는 한 국가의 상품에 대한 60% 관세는 의회 조치 없이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봤는데요. 트럼프는 지난 첫 번째 임기에 한 것과 같이 관세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제공하는 통상법 301조를 동원해 조사한 뒤 중국과 관세율을 협상하고 특정 품목에 예외를 주는 식으로 행동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도 60%를 때린다면 중국의 보복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중 관계인데요. 현재 트럼프의 발언과 워싱턴 분위기를 보면 갈등을 악화하고 미·중 무역 전쟁을 둘러싼 시장 변동성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특히 중국산 의약품, 전기차 등을 겨냥한 조치가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세 번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입니다. 이는 트럼프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반대가 많은데요. 에버코어는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IRA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법으로 인해 수십억 달러가 여러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에도 투입되고 있으므로 공화당도 완전히 등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죠. 다만 트럼프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 등에 대해 보조금을 줄 수 있는 많은 시행규칙 등을 변경해 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네 번째는 감세입니다. 2017년 트럼프 전 행정부 때 통과된 감세 및 고용법(TCJA)이 2025년 말에 만료되는데, 이 모든 조항을 연장하려면 연방 정부에 3조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에버코어는 분석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최대한 이 법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면 소득이 연 40만 달러 미만인 미국인에 대한 혜택만 유지하고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혜택을 폐지하려고 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민주당 모두 대통령과 하원, 상원을 모두 장악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