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하러 왔다고 문 열어주지 마세요"…무법천지 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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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침입죄' 적용 가능성 있어
3년 이하 징역·500만원 벌금
3년 이하 징역·500만원 벌금
"301동 1205호에 당근하러 왔는데요. 문 좀 열어주세요."
요즘 중고거래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플랫폼을 통해 개인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주차 시스템이 없는 경우엔 경비실에 "몇 동 몇 호 방문했어요"라고 말하고 아파트에 들어오곤 하죠. 새로 지은 아파트에선 물건을 사고팔 때 미리 주차 시스템에 구매자 혹은 판매자의 차량을 등록해 아파트 출입구를 통과합니다.
워낙 중고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출입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틈을 노리고 중고 거래를 하러 온 척 아파트에 들어오는 사례도 종종 포착됩니다. 특히 보안이 다른 단지보다 엄격한 고급 단지에 중고 거래를 하러 온 척 아파트에 들어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단지 내 사진을 잔뜩 찍어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헬스장, 카페 등 커뮤니티 시설에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당근'을 가장해 아파트에 드나들면서 '인증샷'이나 '영상'을 찍으러 오는 겁니다. 물론 이들은 인증샷에 아파트 이름의 해시태크와 함께 '지인의 집에 놀러 왔다', '집 보러 왔다', '뷰가 좋다' 글을 올립니다. 팔로워 댓글에는 공감과 부러워하는 내용들이 주입니다.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유튜브 등에 보면 고급 아파트 단지를 찾아 '당근 하러 왔어요'라는 말로 출입구가 열리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잔머리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일이 워낙 늘어나다 보니 일부 단지에선 무단 방문자를 막기 위해 '주거침입죄'로 고소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강동구에 있는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일부 차량이 반복해서 아파트 진입을 시도하고 이렇게 몇 번 성공하다 보면 분명 사례가 공유될 것"이라면서 "주거침입,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거침입죄란 사람의 주거 또는 관리하는 장소, 즉 아파트, 빌라, 다세대 주택,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들어와 입주민의 평온과 안전을 침해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주차장이나 단지에 들어간 것만 두고 처벌이 가능할까요.
유주성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경비원 등을 속이면서까지 아파트 주차장이나 단지 내에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긴 힘든 게 사실"이라며 "범죄의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시설 등에 들어갔다가 아파트 관계자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고 거부하는 경우엔 상황이 달라집니다.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커뮤니티 시설 등은 주차장이나 단지보다는 더 개인적인 공간으로 출입증 등 권한이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이라면서 "관계자가 '나가 달라'는 요구를 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주거침입죄와 형량이 같은 '퇴거 불응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선 주거 침입죄가 해석이 다양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주거 침입죄는 형법 내에 있는 많은 죄 가운데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다고도 볼 수 있는 죄이지만 처벌하기까지는 논란이 상당히 많다"며 "사례에 따라 죄가 적용되는지 여부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요즘 중고거래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플랫폼을 통해 개인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주차 시스템이 없는 경우엔 경비실에 "몇 동 몇 호 방문했어요"라고 말하고 아파트에 들어오곤 하죠. 새로 지은 아파트에선 물건을 사고팔 때 미리 주차 시스템에 구매자 혹은 판매자의 차량을 등록해 아파트 출입구를 통과합니다.
워낙 중고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출입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틈을 노리고 중고 거래를 하러 온 척 아파트에 들어오는 사례도 종종 포착됩니다. 특히 보안이 다른 단지보다 엄격한 고급 단지에 중고 거래를 하러 온 척 아파트에 들어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단지 내 사진을 잔뜩 찍어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헬스장, 카페 등 커뮤니티 시설에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당근'을 가장해 아파트에 드나들면서 '인증샷'이나 '영상'을 찍으러 오는 겁니다. 물론 이들은 인증샷에 아파트 이름의 해시태크와 함께 '지인의 집에 놀러 왔다', '집 보러 왔다', '뷰가 좋다' 글을 올립니다. 팔로워 댓글에는 공감과 부러워하는 내용들이 주입니다.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유튜브 등에 보면 고급 아파트 단지를 찾아 '당근 하러 왔어요'라는 말로 출입구가 열리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잔머리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일이 워낙 늘어나다 보니 일부 단지에선 무단 방문자를 막기 위해 '주거침입죄'로 고소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강동구에 있는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일부 차량이 반복해서 아파트 진입을 시도하고 이렇게 몇 번 성공하다 보면 분명 사례가 공유될 것"이라면서 "주거침입,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거침입죄란 사람의 주거 또는 관리하는 장소, 즉 아파트, 빌라, 다세대 주택,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들어와 입주민의 평온과 안전을 침해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주차장이나 단지에 들어간 것만 두고 처벌이 가능할까요.
유주성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경비원 등을 속이면서까지 아파트 주차장이나 단지 내에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긴 힘든 게 사실"이라며 "범죄의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시설 등에 들어갔다가 아파트 관계자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고 거부하는 경우엔 상황이 달라집니다.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커뮤니티 시설 등은 주차장이나 단지보다는 더 개인적인 공간으로 출입증 등 권한이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이라면서 "관계자가 '나가 달라'는 요구를 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주거침입죄와 형량이 같은 '퇴거 불응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선 주거 침입죄가 해석이 다양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주거 침입죄는 형법 내에 있는 많은 죄 가운데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다고도 볼 수 있는 죄이지만 처벌하기까지는 논란이 상당히 많다"며 "사례에 따라 죄가 적용되는지 여부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