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해 12월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해 12월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고등학교에 새로 생겼다는 과목'이라는 이름으로 고등학교 금융 교재 표지가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교재의 이름은 '고등학교 생활금융'. 행복하고 안전한 금융 생활, 수입과 지출, 저축과 투자, 신용과 위험관리 등의 소주제가 적혀있었다.

이 교과서에 해당하는 정식 과목명은 '금융과 경제생활'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신설된 고등학교 융합 선택 과목으로, 2025년 고교 학점제 도입과 함께 추가될 사회 과목이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필요한 과목이다", "청강 되나요", "진작에 이런 과목을 가르쳐야 했다", "내가 공부할 땐 왜 이런 과목이 없었지", "나도 배우고 싶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커뮤니티서 화제된 금융 교재. /사진=금융감독원 홈페이지
커뮤니티서 화제된 금융 교재. /사진=금융감독원 홈페이지
금융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교육에 앞서 일단 투자부터 관심 갖는 미성년자들이 빠르고 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KB증권 미성년 고객(0세~18세) 중 주식을 보유한 적이 있는 투자자 고객은 17만5260명에 달했다. 2019년 미성년 고객의 수가 1만163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15배 늘어난 수치다.

'부모가 개설해준 계좌'라고 치부하기에는 투자에 대한 청소년의 자체 관심도도 높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17∼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3%는 이미 본인 명의의 주식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고, 향후 투자 계획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58%가 주식, 41%는 예금성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하나금융연구소가 중·고등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는 청소년들이 '향후 관심 있는 금융 상품' 1위로 '주식 투자'를 뽑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세뱃돈으로 주식을 시작했다가 한 달 용돈인 4만원을 벌었다' 등의 청소년 투자 후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경제 과목 '찬밥'? 더는 안돼

지난해 4월부터는 미성년자가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10대의 투자 접근성도 낮아졌다.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실명 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했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 제도 개편 등 청소년 투자에 대한 문턱은 점점 낮아지는 것에 비해 국내 교육 과정에서 금융 교육의 비중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선 관련 내용이 없다시피하고, 고등학교에서도 기존에 있던 '경제' 과목은 늘 찬밥 신세였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2024학년도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한 학생은 4888명으로 전체 응시자인 44만4870명 중 1%에 불과했다. 이에 현재 학교에선 수요 부족으로 경제 과목이 열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이 신설된다 한들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도 크다.

기초 금융 교육 없이 투자에 나서게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른 나이부터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 "기대 수명이 높아지면서 자산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도 작용했다"며 "연금 고갈 문제처럼 언젠가 사회 부양에 한계가 올 거란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커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과거 돈을 천박하게 보는 '사농공상(士農工商)' 정신 탓에 미성년자에게 금융 교육을 하지 않는 인식이 박힌 것 같고, 그 이후엔 입시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면서 금융 교육을 활성화할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며 "되려 적극적인 금융 교육을 통해 건전한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인지시키고, 일시적인 수익만을 좇지 않게끔 제도권 안에서도 금융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