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에스컬레이터가 멈췄어요"…광화문역으로 출근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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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혼잡스럽습니다.
천천히 계단 잘 보고 이동해주세요.
뛰지 마세요! 뛰지 마시라고요! 위험합니다.
"
8일 오전 8시30분께 수도권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양방향 열차에서 거의 비슷한 시각에 내린 약 1천여명이 한 계단으로 몰렸다.
광화문역은 승강장 중간에는 승·하차 게이트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없고, 승강장 양쪽 끝에만 계단이 있다.
종로구청이나 주한미대사관 쪽 2∼7, 9번 출구 쪽에는 승강장과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없는 탓에 밖으로 나가려면 게이트까지 가려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루 평균 이용객 4만6천명(2023년) 중 45%가 출퇴근 시간에 몰려 있고, 그 중 70%(약 1만4천명)가 2∼7, 9번 출구로 나가고 싶어한다.
출근 시간에 절반이 이용한다면 매일 7천명이 오전 7∼9시, 2시간 동안 몰리는 셈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역이다 보니 한 대뿐인 에스컬레이터가 정기 점검이나 고장 탓에 종종 멈춘다.
이번엔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고, 지난 1일부터 2주일간 수리에 들어갔다.
열차에서 내린 이들이 밖으로 나갈 방법은 계단만 남았으니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야말로 '지옥 출근길'로 변해버렸다.
광화문역에서 내려서 종로구청 부근에 있는 직장(연합뉴스)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지만, 승·하차 게이트를 나가는 게 우선 목표였다.
게이트까지만 해도 올라가야 하는 계단은 총 84개. 승강장에서 29개 계단을 올라간 뒤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난 탓에 가파른 계단 55개를 더 걸어 올라가야 했다.
'떠밀려 올라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계단에는 사람이 꽉 들어차 있었다.
옆에서 계단을 올라가던 승객들은 숨을 가파르게 몰아쉬고 있었다.
안경에는 김까지 서렸다.
계단의 양쪽 가장자리엔 노인과 몸이 좋지 않은 이들이 손잡이를 붙잡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던 이미숙(71)씨는 "광화문역에선 항상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이게 고장 나는 바람에 손잡이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며 "계단을 올라오는 데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힘들다"고 말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든 여성이 한동안 난처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봐야 다른 방도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캐리어를 끌다시피 하며 힘겹게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 55개를 올라가다 주저앉아 쉬고,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그나마 승강장에 새 지하철이 도착하고, 사람이 밀려 올라오면 충분히 쉬지도 못한 채 떠밀려 올라가야 했다.
그나마 광화문역 주변이 회사가 밀집해 있다 보니 오전 출근 시간엔 계단을 올라가는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또 하행 에스컬레이터는 정상 운행 중이어서 계단을 올라가는 승객과 내려가는 승객이 뒤섞이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오전 8시20분부터 9시까지는 계단을 올라가기 위한 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승객들도 익숙한 듯 줄을 섰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뛰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광화문역 인근 회사에 다닌다는 이준섭(29)씨는 "평소에도 혼잡하지만 이 정도로 인파가 몰리진 않아서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는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다"며 "이번 고장 이후로는 10분 일찍 집에서 나온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는데 정상 운행까지 2주나 걸린다니…"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8일부터는 출근 시간에 약 10명의 경찰관이 배치됐다.
광화문역 측이 종로경찰서에 승객 안전 및 질서 유지를 이유로 경찰 배치를 요청했기 때문.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승객분들이 안전을 우려하셔서 안심도 시키고 불상사도 막기 위해서 경찰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8일엔 행정안전부 직원들도 광화문역에 나와 있었다.
역에서 만난 행정안전부 직원은 "'광화문역 계단을 이용하는데 사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이 제기됐다"며 "문제를 파악하고 광화문역, 서울교통공사, 서울시, 경찰 등과 협업해 승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만약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역 무정차까지 고려할 것이다"라고 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오는 14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박민수 광화문역장은 에스컬레이터 고장 원인을 '베어링(회전하는 기계의 축을 일정 위치에 고정하고, 축을 회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품)' 부품 파손이라고 설명했다.
박 역장은 "1월 29일 저녁에 영업을 종료한 뒤 에스컬레이터 전원을 껐다가 다음날(30일) 켰는데, 에스컬레이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정비업체에 말했더니 '베어링이 파손돼 있다.
이 상태로 가동하게 되면 위험하니 정지시켜야 한다'고 해서 운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수리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기존에 있던 부품이 없어서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야 해서 수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부품을 가져오고, 갈아끼는 시간을 계산하니 2주일이더라"라고 설명했다.
광화문역은 1995년에 만들어졌다.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는 그때부터 교체 없이 약 30년간 쓰고 있다고 했다.
박 역장은 "쇠도 닳는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래 쓴 기계다 보니까 교체할 시기가 된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천천히 계단 잘 보고 이동해주세요.
뛰지 마세요! 뛰지 마시라고요! 위험합니다.
"
8일 오전 8시30분께 수도권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양방향 열차에서 거의 비슷한 시각에 내린 약 1천여명이 한 계단으로 몰렸다.
광화문역은 승강장 중간에는 승·하차 게이트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없고, 승강장 양쪽 끝에만 계단이 있다.
종로구청이나 주한미대사관 쪽 2∼7, 9번 출구 쪽에는 승강장과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없는 탓에 밖으로 나가려면 게이트까지 가려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루 평균 이용객 4만6천명(2023년) 중 45%가 출퇴근 시간에 몰려 있고, 그 중 70%(약 1만4천명)가 2∼7, 9번 출구로 나가고 싶어한다.
출근 시간에 절반이 이용한다면 매일 7천명이 오전 7∼9시, 2시간 동안 몰리는 셈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역이다 보니 한 대뿐인 에스컬레이터가 정기 점검이나 고장 탓에 종종 멈춘다.
이번엔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고, 지난 1일부터 2주일간 수리에 들어갔다.
열차에서 내린 이들이 밖으로 나갈 방법은 계단만 남았으니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야말로 '지옥 출근길'로 변해버렸다.
광화문역에서 내려서 종로구청 부근에 있는 직장(연합뉴스)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지만, 승·하차 게이트를 나가는 게 우선 목표였다.
게이트까지만 해도 올라가야 하는 계단은 총 84개. 승강장에서 29개 계단을 올라간 뒤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난 탓에 가파른 계단 55개를 더 걸어 올라가야 했다.
'떠밀려 올라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계단에는 사람이 꽉 들어차 있었다.
옆에서 계단을 올라가던 승객들은 숨을 가파르게 몰아쉬고 있었다.
안경에는 김까지 서렸다.
계단의 양쪽 가장자리엔 노인과 몸이 좋지 않은 이들이 손잡이를 붙잡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던 이미숙(71)씨는 "광화문역에선 항상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이게 고장 나는 바람에 손잡이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며 "계단을 올라오는 데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힘들다"고 말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든 여성이 한동안 난처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봐야 다른 방도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캐리어를 끌다시피 하며 힘겹게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 55개를 올라가다 주저앉아 쉬고,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그나마 승강장에 새 지하철이 도착하고, 사람이 밀려 올라오면 충분히 쉬지도 못한 채 떠밀려 올라가야 했다.
그나마 광화문역 주변이 회사가 밀집해 있다 보니 오전 출근 시간엔 계단을 올라가는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또 하행 에스컬레이터는 정상 운행 중이어서 계단을 올라가는 승객과 내려가는 승객이 뒤섞이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오전 8시20분부터 9시까지는 계단을 올라가기 위한 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승객들도 익숙한 듯 줄을 섰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뛰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광화문역 인근 회사에 다닌다는 이준섭(29)씨는 "평소에도 혼잡하지만 이 정도로 인파가 몰리진 않아서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는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다"며 "이번 고장 이후로는 10분 일찍 집에서 나온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는데 정상 운행까지 2주나 걸린다니…"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8일부터는 출근 시간에 약 10명의 경찰관이 배치됐다.
광화문역 측이 종로경찰서에 승객 안전 및 질서 유지를 이유로 경찰 배치를 요청했기 때문.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승객분들이 안전을 우려하셔서 안심도 시키고 불상사도 막기 위해서 경찰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8일엔 행정안전부 직원들도 광화문역에 나와 있었다.
역에서 만난 행정안전부 직원은 "'광화문역 계단을 이용하는데 사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이 제기됐다"며 "문제를 파악하고 광화문역, 서울교통공사, 서울시, 경찰 등과 협업해 승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만약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역 무정차까지 고려할 것이다"라고 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오는 14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박민수 광화문역장은 에스컬레이터 고장 원인을 '베어링(회전하는 기계의 축을 일정 위치에 고정하고, 축을 회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품)' 부품 파손이라고 설명했다.
박 역장은 "1월 29일 저녁에 영업을 종료한 뒤 에스컬레이터 전원을 껐다가 다음날(30일) 켰는데, 에스컬레이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정비업체에 말했더니 '베어링이 파손돼 있다.
이 상태로 가동하게 되면 위험하니 정지시켜야 한다'고 해서 운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수리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기존에 있던 부품이 없어서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야 해서 수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부품을 가져오고, 갈아끼는 시간을 계산하니 2주일이더라"라고 설명했다.
광화문역은 1995년에 만들어졌다.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는 그때부터 교체 없이 약 30년간 쓰고 있다고 했다.
박 역장은 "쇠도 닳는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래 쓴 기계다 보니까 교체할 시기가 된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