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오는 4월 10일 열리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결국 '위성 정당'과 함께 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게 됐다. '떳다방' 식의 위성 정당의 출현과 함께 온갖 꼼수가 판을 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자격 미달' 인사들이 이 제도를 통해 손쉽게 금배지를 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1대 총선을 통해 확인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병폐는 선거 직후 합당할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치르게 된다는 '꼼수' 그 자체다.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 창당 절차를 끝내면, 이들은 위성 정당이 앞 기호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꼼수'가 또 시행된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을 중심으로 '의원 꿔주기 탈당'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 않을수록 비례 정당에는 유리한 이 제도는 '후보 난립'도 부른다. 지난 총선 때는 정당 35곳에서 312명이 비례 후보로 등록했다. 비례 경쟁률이 20대 총선 3.4대 1에서 21대 총선은 6.6대 1로 뛰게 된 이유다. 비례 투표용지는 50cm에 육박해 '코미디'와 같은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너무나 복잡한 제도에 '정치 고관여층'조차 비례 대표 산출식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여기 계신 분들 정치부 기자들도 계시고, 다 원로들이시고, 정말 대한민국 0.01%의 정치 고관여층인데, 산식 아시는 분 계시냐"고 물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의원들조차 해당 산식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복되는 '꼼수' 위성정당 선거…與野는 '남 탓' 공방

제21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김종석 미래한국당 의원, 주진형 열린민주당, 정필모 더불어시민당, 정혜선 민생당, 김종철 정의당 후보/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제21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김종석 미래한국당 의원, 주진형 열린민주당, 정필모 더불어시민당, 정혜선 민생당, 김종철 정의당 후보/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거대 양당은 이러한 '위성정당' 선거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뤘다. '위성정당'은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선거법으로 시작됐는데, 이번 선거를 앞두고서는 민주당이 선거제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국민의힘이 먼저 위성정당 창당 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선거 제도를 결정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당 방위'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위성 정당 금지' 약속을 파기하면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었기에 민주당이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은 이미 위성 정당을 창당하고 총선 승리를 탈취하려고 한다.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 없다"며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이 불가피함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저희는 집권당이고 지지층이 있다. 180석 가진 당이 야합해서 이런 제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대비책이 없어야 하나"며 "저희가 위성정당 안 만들고 최강욱, 조국, 윤미향 이런 사람이 모이는 정당이 (의석을) 다 가져가게 둬야 하나"라고 했다. 서로가 상대를 '범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명예 회복' 노리는 조국·송영길, 야권 '위성정당' 버스 탑승할까

열린민주당 대표를 지낸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열린민주당 대표를 지낸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정치권의 '내로남불'과 '네 탓 공방'도 지치지만, 진짜 문제는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인물들이 이 제도로 쉽게 '금배지'를 달게 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민주당 안에서 각종 논란을 일으킨 김홍걸, 신현영, 양이원영, 양정숙, 윤미향, 이수진 의원이 민주당의 위성 정당 출신이고, 김진애·최강욱·김의겸 전 의원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최강욱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활동서를 발급한 혐의로 집역형 집행유예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해 논란이 됐다. 김진애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에서 사퇴하면서 '흑석동 상가주택' 매입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물러났던 김의겸 의원이 의원직을 승계받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선거 '제2의 최강욱'이나 '제2의 김의겸'으로 지목된 이들은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의원이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8일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송 전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정상적인 제도에서라면, 이들이 '소수 정당'을 창당해 의석을 얻을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그런데 위성 위성 정당을 통해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축적된 검증 시스템이 없고, 감시의 칼이 무뎌지면서 '부실 검증'의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거대 야당의 위성 정당에 올라타는 것이 가능해지면, 충분히 금배지를 손에 쥘 수도 있다.

이들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것으로 '비사법적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송 전 의원은 정치검찰해체당 창당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의 충실한 우당(友黨)으로 '통합형 비례 정당' 취지에 적극 부응할 수 있도록 충심의 노력 다할 것을 공개 선언한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이 주도하는 신당도 '연합 비례 정당'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총선용 비례정당 창당을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녹색정의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과 먼저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 등과도 연합하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도 않았다. '반(反)윤석열' 기조에 맞기만 한다면 어떤 정치 세력에도 문호가 열려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이들의 합류가 의석에 도움이 될지, 부담이 될지를 두고 전략적 검토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