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오페라를 열고 싶은 항일운동 '청년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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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일 테노레'
조선 최초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한 테너
이인선을 모티브로 하는 국내 창작 뮤지컬
일제강점기 우리 젊은이들의 꿈을 이야기
조선 최초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한 테너
이인선을 모티브로 하는 국내 창작 뮤지컬
일제강점기 우리 젊은이들의 꿈을 이야기
평생 꿈꿔왔던 꿈, 인생 일대의 기회가 눈앞에 있지만 잡을 수 없다. 친구, 사랑, 나라를 위해서는 포기해야 한다.
뮤지컬 '일 테노레'에 등장하는 청년들의 운명이다. 이 작품은 조선 최초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한 테너 이인선을 모티브로 하는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의대생 윤이선이 성악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항일운동 모임 ‘문학회’와 함께 조선 최초 오페라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관련 칼럼=수줍은 조선의 의학도, 어수룩한 항일 문학인 그리고 꿈꾸는 테너
섬세한 인물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항일운동이라는 목표로 모였지만 등장인물들은 오페라 가수, 외교관 등 각자의 꿈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는 시대의 벽에 가로막힌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여는 데에 성공하지만, 일본군 간부를 암살하기 위해서는 오페라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맞는다. 젊음을 바쳐 좇았던 꿈을 굴복해야 하는 등장인물들의 고뇌가 설득력 있다. 반전이 비극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작품은 윤이선과 그의 문학회 동지이자 애인인 서진연이 함께 과거를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시작한다. 그 둘은 테너와 외교관이라는 각자의 꿈을 이루고 일평생을 함께 보낸다.
극은 결말에 이르며 이는 윤이선의 상상이었음이 드러난다. 서진연은 윤이선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암살계획을 대신 실행하고 희생한다. 현실 속 윤이선은 홀로 늙어 서진연을 그리워하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꿈은 끝까지 허락받지 못한다.
윤이선의 서사를 대사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오페라 넘버로 세련되게 그린다. 처음 음악을 접한 윤이선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수줍게 노래하기 시작한다. 점차 조선 최초의 오페라라는 꿈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서 윤이선의 목소리는 커지고 힘이 실린다. 결국 꿈에 그리던 무대에 오르지만, 그가 부르는 '꿈꾸는 자들'은 제목에 걸맞지 않게 고뇌에 흔들린다. 마지막 장에서 세계적인 테너라는 목표를 이룬 그가 부르는 노래에는 허무함과 그리움이 묻어있다. 대사로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등장인물들의 희망과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속 젊은이들의 꿈을 이야기해 세련미를 더한 작품이다. 공연 내내 이어지는 오페라 넘버도 감상 포인트. 윤이선 역을 맡은 서경수를 포함한 출연진들의 목소리도 매력적이다. 같은 노래가 장면에 따라 희망이 가득하다가도, 슬프고 허무하게 들린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월25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뮤지컬 '일 테노레'에 등장하는 청년들의 운명이다. 이 작품은 조선 최초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한 테너 이인선을 모티브로 하는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의대생 윤이선이 성악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항일운동 모임 ‘문학회’와 함께 조선 최초 오페라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관련 칼럼=수줍은 조선의 의학도, 어수룩한 항일 문학인 그리고 꿈꾸는 테너
섬세한 인물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항일운동이라는 목표로 모였지만 등장인물들은 오페라 가수, 외교관 등 각자의 꿈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는 시대의 벽에 가로막힌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여는 데에 성공하지만, 일본군 간부를 암살하기 위해서는 오페라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맞는다. 젊음을 바쳐 좇았던 꿈을 굴복해야 하는 등장인물들의 고뇌가 설득력 있다. 반전이 비극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작품은 윤이선과 그의 문학회 동지이자 애인인 서진연이 함께 과거를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시작한다. 그 둘은 테너와 외교관이라는 각자의 꿈을 이루고 일평생을 함께 보낸다.
극은 결말에 이르며 이는 윤이선의 상상이었음이 드러난다. 서진연은 윤이선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암살계획을 대신 실행하고 희생한다. 현실 속 윤이선은 홀로 늙어 서진연을 그리워하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꿈은 끝까지 허락받지 못한다.
윤이선의 서사를 대사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오페라 넘버로 세련되게 그린다. 처음 음악을 접한 윤이선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수줍게 노래하기 시작한다. 점차 조선 최초의 오페라라는 꿈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서 윤이선의 목소리는 커지고 힘이 실린다. 결국 꿈에 그리던 무대에 오르지만, 그가 부르는 '꿈꾸는 자들'은 제목에 걸맞지 않게 고뇌에 흔들린다. 마지막 장에서 세계적인 테너라는 목표를 이룬 그가 부르는 노래에는 허무함과 그리움이 묻어있다. 대사로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등장인물들의 희망과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속 젊은이들의 꿈을 이야기해 세련미를 더한 작품이다. 공연 내내 이어지는 오페라 넘버도 감상 포인트. 윤이선 역을 맡은 서경수를 포함한 출연진들의 목소리도 매력적이다. 같은 노래가 장면에 따라 희망이 가득하다가도, 슬프고 허무하게 들린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월25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