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켐은 최근 개인 투자자의 큰 관심을 받는 종목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한 덕이다. 작년 에코프로처럼 증권가 목표주가도 아득히 뛰어넘었다. 엔켐은 성장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가 향후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켐 주가는 올 들어 159.12% 급등했다. 전체 상장사 중 수익률 3위에 올랐다. 작년 11월 기록한 52주 최저가(4만9300원)에 비해선 4배 이상 올랐다. 올해 초 1조3522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현재 3조5222억원으로 불어났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36위에서 7위로 껑충 뛰었다.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엔켐에 불을 붙였다. 올해 초부터 지난 8일까지 개인은 엔켐을 2333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개인 순매수 1위에 해당한다. 상장사 전체로봐도 7위에 해당한다. 기관은 2236억원을 팔아치우며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종목 토론방에 모여 "50만원까지는 순식간에 갈 것 같다"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엔켐의 주가 흐름은 작년 에코프로의 상황과 비슷하다. 작년 6월부터 7월까지 에코프로의 주가는 한 달 만에 74% 급등했다. 이 기간 에코프로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목표가는 42만5000원에서 멈춰 있었다. 주가 흐름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판단에 증권사들이 분석에서 손을 뗀 것으로 해석됐다.

엔켐도 증권가에서 제시한 목표가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작년 7월 상상인증권은 엔켐의 목표가를 8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주가는 이보다 155% 높다. 이 보고서를 끝으로 엔켐에 목표주가를 제시한 종목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기관들이 사실상 손을 뗀 셈이 됐다.
 "에코프로 떠올라"…'160% 폭등' 개미들 몰려들었다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하지만 작년 엔켐은 투자자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엔켐은 2차전지 전해액을 생산해 2차전지 테마주로 엮일만도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작년 3분기 매출의 95.7%가 전해액에서 나왔다. 전해액은 2차전지 원가의 13%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전해액은 리튬이온 배터리 충·방전 시 리튬 이온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해액의 품질은 배터리 수명, 충·방전 효율과 직결된다.

2차전지와 연관이 깊지만 작년 상반기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의 주가가 날아오를 때, 엔켐의 주가는 20% 오르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하반기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4만9300원까지 밀렸다.

올 들어선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미국에서 해외우려단체(FEOC)를 지정하면서다. 미국 정부는 중국 자본이 25% 이상 투입된 기업을 FEOC로 지정하고, 해당 기업의 부품이 들어간 전기차에 보조금을 끊었다. 이에 배터리 핵심 부품(전해액·분리막·양극재 등) 관련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핵심부품으로 분류되는 전해액과 분리막의 경우 당장 올해부터 중국 업체 생산 전해액 사용이 제한될 예정"이라며 "한국과 일본 전해액·분리막 업체에 대한 고객사 선호도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전해액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엔켐의 시장 점유율은 7.1%로 높지 않다. 다만 TINCY, CAPCHEM, GUOTAI 등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엔켐이 향후 미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엔켐도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엔켐은 2019년 미국에 엔켐아메리카를 설립하고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엔켐의 조지아 공장은 연간 4만t 규모의 전해액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미에 있는 전해액 공장 중 가장 큰 규모다.
 "에코프로 떠올라"…'160% 폭등' 개미들 몰려들었다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엔켐은 올해 말까지 조지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간 10만t 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말까지 총 20만t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향후 서부에 건설을 추진 중인 제2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북미 전역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엔켐 관계자는 "메인 공장인 조지아 공장을 중심으로 동부와 서부, 북부 지역까지 북미 시장 공략의 폭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추진 중인 테네시 공장 외에도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에 추가 전해액 공장을 짓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이슈는 주의해야 한다. 지난달 엔켐은 두 차례에 걸쳐 상환우선주가 전환 청구됐다고 공시했다. 전환된 보통주 21만3265주는 지난 5일 상장됐다. 이로써 남은 상환전환우선주는 112만2993주에 이른다.

엔켐은 운영 자금과 공장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환사채(CB)도 발행해왔다. 작년 9월 말 기준 엔켐은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총 108억원 규모의 7·8·9회차 미상환 CB를 갖고 있다. 이 CB 들의 전환가액은 주당 2만6703원, 2만8187원, 2만8500원이다. 아울러 지난해 5~7월에도 엔켐은 세 차례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총 1915억원을 조달했다. 이들은 올해 5월부터 순차적으로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다. 현재 주가(22만2000원)는 CB 전환가액보다 높기에 CB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클 전망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