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설 명절 연휴를 앞둔 8일 서울 중곡동 중곡제일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점포를 돌며 전, 한과, 떡 등 명절 음식을 구매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설 명절 연휴를 앞둔 8일 서울 중곡동 중곡제일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점포를 돌며 전, 한과, 떡 등 명절 음식을 구매했다. /김범준 기자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A씨는 갑자기 부모님이 병원 신세를 지게 돼 임시로 가게 문을 닫고 간병했다. 약 한 달 동안 병간호하고 돌아오니 ‘1개월간 영업 활동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영업 취소 명령이 떨어져 있었다. A씨는 “가족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8일 열린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 나는 민생경제’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지원책들은 A씨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규제로 피해를 본 영세 소상공인을 돕고 세금·대출 이자 등 실질적인 금전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성실하게 일하는 자영업자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는 불합리한 영업 규제를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이과세 기준 3년 만에 개선

윤석열 대통령 "자영업자 피멍들게 하는 부당한 규제, 즉시 철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이 바뀌는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정부가 이번에 부가세 간이과세 대상 기준을 8000만원 미만에서 1억400만원 미만으로 높이는 것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의 경우 현행 8000만원의 130%인 1억400만원까지만 기준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건을 팔 때 부가세율 10%를 적용받는다. 그런데 간이과세자로 신고하면 세율이 1.5~4%로 낮아진다. 특히 연매출이 48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부가세가 면제된다. 일반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가격을 매길 때 미리 부가세를 고려하는 것을 감안하면 간이과세자는 세금이 낮은 만큼 일반과세자보다 더 싸게 판매할 여유가 생긴다. 기획재정부는 14만 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가 60~85%의 부가세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세 부담 경감 규모는 약 4000억원(지방세 포함)으로 추산된다.

○‘손톱 밑 가시’ 규제 정리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정비 작업도 추진된다. 법제처는 앞으로 시설·장비 기준 360여 개, 휴·폐업 신고의무 300여 개, 금전 납부 부담 500여 개 등 약 1160개 법률을 전수 조사해 불합리한 조항을 손질할 방침이다. 예컨대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품질인증 수수료 등의 감면 기준 자체가 없어 관련 지원 기준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자동차 번호판 발급 대행업체는 현재 ‘유압프레스기 1대 이상 등을 직접 소유해야’ 사업할 수 있지만 ‘유압프레스기 등을 직접 소유하는 것 외에 임차, 공유 등을 통해 보유하는 것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 밖에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창업 등록 요건을 수정하고 소상공인 대상 부담금, 수수료, 교육비 등의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법령을 다듬을 방침이다.

○하도급법 개정해 ‘갑질’ 제재

공정거래위원회도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 장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날 기술 유용 피해 기업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도 피해를 준 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직접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개정해 벤처기업과 창작자의 핵심자산인 기술과 아이디어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건설 분야에 만연한 부당특약 설정에 따른 ‘갑질’도 제재에 나선다. 부당특약이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약정을 말하는데 현재는 부당특약에 해당하더라도 행정적 제재 대상이 될 뿐 사법상 효력이 유효해 부당해도 하도급업자가 의무를 이행해야만 했다. 공정위는 이 사법상 효력을 무력화하고 부당이득 반환 청구로 손쉽게 구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민지혜/박상용/이슬기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