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8일 오후 3시 41분

“어젯밤 12시에 도착해 6시간 기다린 끝에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8일 오전 6시. 서울 여의도동 BNK투자증권 본점 앞. 창구 문이 열리자 건물 앞에서 밤샘하던 50여 명의 ‘오픈런’(군중이 매장 등에 먼저 들어가기 위해 뛰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들은 공모주 투자용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온 기관투자가다. 이 계좌를 개설해야 오는 19일 예정된 비엔케이스팩2호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오늘 계좌 개설 업무가 마감됐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근 공모주 인기가 치솟으면서 개인에 이어 기관의 투자 열기가 ‘광풍’ 수준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BNK투자증권 앞의 새벽 오픈런은 과열로 치닫는 청약 경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날 BNK 부산 서면점에도 기관과 개인이 대거 몰려 혼란을 빚었고 입구에 ‘금일 계좌 개설 폭주로 오후 1시 이후 계좌 개설이 불가하니 다음날 방문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일부 자산운용사와 투자일임사 직원들은 출장계를 내고 울산 등 BNK투자증권 지점이 있는 지역으로 달려갔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모주 시장이 지나치게 뜨거워져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DS단석과 케이엔에스, LS머트리얼즈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씩 상승했다.

올 들어 우진엔텍(300%), 포스뱅크(29%), HB인베스트먼트(97%) 등도 모두 급등했다. 최근에는 합병 전까지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스팩주까지 상장 직후 주가가 치솟고 있다. 그러자 기관까지 단타 행렬에 가세한 것이다. 전국에서 공모주에 달려드는 기관은 총 2000여 곳에 이른다. 3년 전까지만 해도 1000곳 남짓이었는데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개인들의 ‘묻지 마 청약’ 열기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공모주마다 수조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리고, 자녀와 친인척 계좌를 이용해 청약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