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당국 개입하에 해외채권자 이익 무시"…블룸버그 보도
"서방 투자자, 헝다 청산서 中 당국 개입 위험성 가혹한 교훈"
홍콩 법원이 중국 부동산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에 청산 명령을 내린 이후 헝다 해외채권을 보유한 서방 투자자들이 중국 당국의 개입과 관련해 가혹한 교훈을 얻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법원이 지난달 29일 헝다에 청산 명령을 내린 이후 헝다가 발행한 해외 채권은 유통시장에서 액면가 대비 99% 할인된 1달러당 1센트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채권이 자금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변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복수 투자자들을 인용, 2021년 헝다의 채무불이행 후 중국 당국이 정치·경제적 편의에 따라 원칙 없이 구조조정 과정에 얼마나 개입을 할 수 있는지를 경험하게 해준 교훈 사례가 됐다고 전했다.

서방 선진국과 달리 민간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해외 투자자들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당국 개입 하에 해외 채권자의 이익이 무시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것은 헝다가 사실상 첫 번째 사례라는 것이다.

채권자 간 합의 절차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인 채무 재조정 협상이지만, 헝다 구조조정 협상 과정에서는 의사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조차 불분명했다는 게 해외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불만이다.

부채 협상 과정에서 헝다 측에서는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로 '광둥성'을 지목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이나 당국자를 암시하는지 불분명했고, 이들과 직접 소통한 적도 없었다고 투자자들은 전했다.

이 같은 핵심 의사결정권자의 입장은 중국국제금융(CICC), 중국은행 등 국유 금융기관에 전달됐고, 이후 법률회사와 자문사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정보망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전달됐다.

또한 이들은 최소한의 설명만 덧붙인 채 채권자들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례로, 협상 초기 해외 채권자들은 헝다 사업장에서 창출되는 현금 흐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했다가 거부됐는데 당시 별다른 배경 설명을 전달받지 못했다.

해당 자금들은 채권자들에게 돌아가는 대신 헝다의 다른 사업장에 쓰이기 위해 유보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부동산 위기로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다른 기업들이 채무 불이행에 빠진 가운데 중국 당국의 해외 채권자 배제는 해외 투자자들의 추가적인 중국 자산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크레디트 라운드테이블의 데이비드 넛슨 의장은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의 개입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채권자와 해외 채권자 간 손실 배분은 정치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