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 이어 한투도 내달 도입 전망…"IT 강국인데 투자자 불편 속히 해결돼야"
공개매수도 '일반주주 친화적'으로…온라인 청약 사례 늘어
국내 자본시장에서 드물었던 주식 공개매수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익숙해지면서 온라인으로도 청약이 가능한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사무취급을 맡은 쌍용C&E 공개매수는 NH투자증권 홈페이지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온라인 방식을 통해 청약을 넣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진행된 원익홀딩스의 티엘아이 공개매수에서 최초로 온라인 청약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 신대양제지의 대양제지 공개매수도 홈페이지와 HTS, MTS를 통해 일반주주들의 청약을 받았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 청약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가 없다.

공개매수에 응하려는 주주에게 설명서를 교부해야 한다는 절차가 의무화되어 있으나 이는 전자문서로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기존 주식 공개매수는 반드시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다.

지점 영업시간이 끝나는 오후 3시 30분 이전에 방문해 공개매수설명서를 교부받고 청약에 필요한 서류 등을 작성하려면 직장인은 휴가를 써야 한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개매수 전자화에 관한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자신에게 보장된 권리를 편리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며 "IT(정보기술) 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공개매수 청약을 위해 본점 또는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투자자들이 감수하고 있는 현실은 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주식 공개매수 자체가 흔치 않아 주관사인 증권사들이 온라인 시스템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개매수는 2020년 6건(공개매수결과보고서 공시일 기준), 2021년 12건, 2022년 7건 등 10건 안팎이었으나 작년 한 해 동안에는 18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특히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은 공개매수가 인수합병(M&A)의 한 방식으로 대중화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 개발을 하지 않은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 자체는 어렵지 않다"며 "공개매수가 앞으로 활발히 일어난다면 온라인 방식 도입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SM엔터 공개매수,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등 여러 차례 주목받는 딜을 취급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시스템을 개발해 오는 3∼4월께 온라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공개매수는 소수의 지배주주에게 귀속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와 공유하게 한다는 취지가 있어 기본적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친화적인 정책이다.

최근 관가와 정치권이 개인투자자의 권익 보호에 귀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의무공개매수제도 추진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질 가능성도 높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의 방법으로 의무적으로 취득하도록 하는 주주 보호 장치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12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한 뒤 지난해 5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대표 발의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황 연구위원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된다 해도 본래 의도대로 투자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편리하게 공개매수에 청약할 수 있는 전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