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물가연동 소득세' 총선 공약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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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른 만큼 샐러리맨 세부담 낮춰야"
소득보다 세금 두배 가까이 빠르게 증가
물가 상승에 "급여 그대로인데 세금만 더 내"
세수 감소·양극화 우려…"면세자 비중부터 낮춰야"
소득보다 세금 두배 가까이 빠르게 증가
물가 상승에 "급여 그대로인데 세금만 더 내"
세수 감소·양극화 우려…"면세자 비중부터 낮춰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월 총선 공약으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도가 도입되면 매년 저절로 늘어나던 직장인들의 세 부담이 정상화되지만, 대규모 세수 감소로 나라 곳간이 거덜 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약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선거 쟁점으로 번질 전망이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소득세법상 과세표준 구간이나 공제 기준금액 등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제도다. 민주연구원이 2022년 7월 개최한 ‘민생위기 극복 대안 마련 연속 토론회’에서 송두한 당시 부원장은 “명목소득이 늘면서 세율이 올라가는 부작용을 막고, 소득감소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연구원장이었던 노웅래 의원은 같은 달 물가 연동형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역대 최대 ‘세수 펑크’ 속 정부가 직장인들의 지갑만 털어갔다는 비판 속에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간 근로소득세 규모는 59조1000억원으로, 총국세(344조1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17.2%였다.
이날 국세 통계 포털에 따르면 과세 대상 근로소득(총급여)은 2018년 677조4886억1700만원에서 2022년 865조2138억6600만원으로 27.7% 늘었다. 같은 기간 정부의 근로소득세 수입은 38조원에서 57조4000억원으로 51.1% 증가했다. 월급보다 세금이 두배 가까이 빠르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실질적인 급여는 그대로인데 세금 폭탄만 더 맞아 등골이 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소득세법엔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지 않아 시대를 못 따라가는 공제 기준도 수두룩하다. 인적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인적공제 중 기본공제 금액은 2009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승한 뒤로 15년째 고정돼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이 28.4%에 달하지만 공제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험료에 대한 특별세액공제 규정도 마찬가지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기본공제대상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장애인전용보장성보험과 그 밖의 보장성보험에 대해 납입한 보험료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액은 2002년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된 다음 22년째 고정돼있다.
이처럼 해묵은 공제기준은 때로 ‘보여주기’ 차원에서 이용된다는 비판도 받는다.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는 2003년 월 10만원으로 만들어진 뒤 20년 넘게 고정돼있다 올해 20만원으로 상향됐다. 정부는 이를 ‘저출산 대책’으로 홍보했지만, 일각에선 “'대책'보다 '정상화'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 문제다. 정부는 2022년 세법 개정안에서 6% 세율 적용 구간을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15% 세율 구간을 1200만~4600만원에서 1400만~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렸는데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핀셋 조정’만으로도 줄어드는 세수가 2023~2027년 총 19조435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이유로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1949년 소득세법이 처음 제정된 이후 단 한 번도 도입된 적이 없다.
과표기준이나 공제기준이 물가에 맞춰 오르면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소득세 면세자 비중은 이미 33.6%(690만명)에 달한다. 열 명 중 세 명 이상은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실정이다. 만일 물가에 따라 과표기준이나 공제금액이 상향되면 중산층 이상 면세자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소득세 부담 ‘완화’가 아니라 ‘강화’라고 꼬집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 총 조세수입 가운데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27.1%로, 미국(54.7%)이나 독일(44.8%), 일본(32.0%)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OECD 평균(32.5%)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먼저 면세자 비중을 줄이고 각종 공제 혜택이 산재해있는 현행 소득세 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과표기준을 올리는 대신, 소득세를 정상화하자는 차원에서 다시 과표기준을 낮추자고 하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나”고 지적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세수 펑크' 속 직장인 지갑만 동났다
12일 민주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 정책위원회는 총선 공약 후보 중 하나로 과거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제시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물가와 명목상 급여는 날마다 오르는데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그대로다 보니 서민들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지고 있다”며 “‘유리 지갑’인 평범한 직장인들을 위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최종 총선 공약은 다음 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소득세법상 과세표준 구간이나 공제 기준금액 등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제도다. 민주연구원이 2022년 7월 개최한 ‘민생위기 극복 대안 마련 연속 토론회’에서 송두한 당시 부원장은 “명목소득이 늘면서 세율이 올라가는 부작용을 막고, 소득감소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연구원장이었던 노웅래 의원은 같은 달 물가 연동형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역대 최대 ‘세수 펑크’ 속 정부가 직장인들의 지갑만 털어갔다는 비판 속에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간 근로소득세 규모는 59조1000억원으로, 총국세(344조1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17.2%였다.
"짜장면 가격 1000원일 때 만든 기준을 지금도 갖다 써서야"
소득세 물가연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세제 개편을 둘러싸고 해마다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 물가연동제를 논의하기 전에 비정상적인 현행 소득세 수입을 정상화하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도 나온다.이날 국세 통계 포털에 따르면 과세 대상 근로소득(총급여)은 2018년 677조4886억1700만원에서 2022년 865조2138억6600만원으로 27.7% 늘었다. 같은 기간 정부의 근로소득세 수입은 38조원에서 57조4000억원으로 51.1% 증가했다. 월급보다 세금이 두배 가까이 빠르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실질적인 급여는 그대로인데 세금 폭탄만 더 맞아 등골이 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소득세법엔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지 않아 시대를 못 따라가는 공제 기준도 수두룩하다. 인적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인적공제 중 기본공제 금액은 2009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승한 뒤로 15년째 고정돼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이 28.4%에 달하지만 공제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험료에 대한 특별세액공제 규정도 마찬가지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기본공제대상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장애인전용보장성보험과 그 밖의 보장성보험에 대해 납입한 보험료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액은 2002년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된 다음 22년째 고정돼있다.
이처럼 해묵은 공제기준은 때로 ‘보여주기’ 차원에서 이용된다는 비판도 받는다.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는 2003년 월 10만원으로 만들어진 뒤 20년 넘게 고정돼있다 올해 20만원으로 상향됐다. 정부는 이를 ‘저출산 대책’으로 홍보했지만, 일각에선 “'대책'보다 '정상화'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히려 소득세 부담 늘려야" 지적도
관가에선 여전히 한국의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시기상조’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가장 큰 문제는 재정 문제다. 정부는 2022년 세법 개정안에서 6% 세율 적용 구간을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15% 세율 구간을 1200만~4600만원에서 1400만~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렸는데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핀셋 조정’만으로도 줄어드는 세수가 2023~2027년 총 19조435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이유로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1949년 소득세법이 처음 제정된 이후 단 한 번도 도입된 적이 없다.
과표기준이나 공제기준이 물가에 맞춰 오르면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소득세 면세자 비중은 이미 33.6%(690만명)에 달한다. 열 명 중 세 명 이상은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실정이다. 만일 물가에 따라 과표기준이나 공제금액이 상향되면 중산층 이상 면세자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소득세 부담 ‘완화’가 아니라 ‘강화’라고 꼬집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 총 조세수입 가운데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27.1%로, 미국(54.7%)이나 독일(44.8%), 일본(32.0%)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OECD 평균(32.5%)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먼저 면세자 비중을 줄이고 각종 공제 혜택이 산재해있는 현행 소득세 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과표기준을 올리는 대신, 소득세를 정상화하자는 차원에서 다시 과표기준을 낮추자고 하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나”고 지적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