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 가구당 통신비가 14만원을 넘을 전망이다. 통신 요금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가 가계통신비에 포함되는 데 따른 변화다. 통신 3사는 벌써부터 끙끙 앓는 분위기다. 통신사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내년부터 ‘정보통신비’

1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엔 통계청 분류상 가구당 통신비가 14만원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통계청이 내년부터 통신비를 정보통신비로 이름을 바꿔 OTT 구독료까지 편입하기로 해서다. OTT 구독료는 그동안 문화서비스로 분류돼 왔다.
OTT 요금 합산…통신비 月14만원 시대
정보통신비는 △통신 요금(통신사) △통신기기(스마트폰 제조사) △OTT 구독료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구당 통신비는 12만9969원이다. 월평균 OTT 구독료 1만2005원을 더하면 14만1974원에 이른다. 통계상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일 전망이다. 가구당 통신비가 14만원을 넘은 적은 아직 없다.

통신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겨우 12만원대로 낮춰 놓은 통신비가 급격히 높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다. 2022년 4분기 가구당 통신비가 역대 최고치인 13만4917원을 기록한 뒤 정부는 통신사에 통신비 인하 압박을 이어왔다. 통신 3사 모두 지난해 5G(5세대) 요금제를 손보거나 청년 혜택 등을 강화하며 요금 부담을 낮췄다. 가구당 통신비가 지난해 2분기부터 12만원대로 내려간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통신 요금만 발라내면 내년엔 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통신 3사는 올해 1분기 5G 요금제 최저 구간을 일제히 낮춘다. KT가 월 3만7000원짜리 5G 요금제를 지난달 출시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1분기에 3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는다.

‘인상 불똥’ 통신사에 튈까

통신업계는 정보통신비 14만원 시대가 본격화하면 그 여파가 통신사에 먼저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애플이 만드는 스마트폰값이 오른 영향이 큰데도 통신비 책임은 늘 통신사가 떠안았다”며 “OTT 구독료 부담까지 통신사에 가중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OTT 구독료가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가 압력을 넣기 어려운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업체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3세 이상 5041명의 86.5%가 OTT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평균 OTT 구독 개수는 2.1개다.

최근 OTT업체들은 구독료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달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제한하고 최저(광고 없는 요금제 기준) 월 9500원 요금제를 없앴다. 티빙은 지난해 12월부터 구독료를 20% 넘게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OTT 요금 상승세가 가파르다”며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사용자는 OTT 사용료가 통신비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제 역차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해외 OTT는 상대적으로 정부 영향을 적게 받는 구조로 알려졌다. 정부로부터 요금 규제를 받는 통신사 입장에선 OTT 업체와의 역차별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통신사 임원은 “OTT 구독료 인상은 가속화하는 추세”라며 “적어도 정보통신비 지출이 늘었다는 이유로 통신사부터 옥죄는 식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