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10개국서 1위…‘살인자ㅇ난감’, 원작과 달라진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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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2010년 연재 된 동명의 웹툰 원작
평범한 대학생이 극악무도한 범죄자 심판하는 줄거리
'죽어 마땅한 이들'에 대한 사적 제재의 정당성 질문해
원작의 귀여운 그림체 온데 간데 없고
한결 잔인한 스릴러의 탈로 바꿔 써
'정답이 없다'는 주제의식은 그대로
2010년 연재 된 동명의 웹툰 원작
평범한 대학생이 극악무도한 범죄자 심판하는 줄거리
'죽어 마땅한 이들'에 대한 사적 제재의 정당성 질문해
원작의 귀여운 그림체 온데 간데 없고
한결 잔인한 스릴러의 탈로 바꿔 써
'정답이 없다'는 주제의식은 그대로
대학생 '이탕'(최우식)의 그날 하루는 특별했다. 특이한 이름과는 달리 무기력하고 비루한 하루를 살아가던 그였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술에 취한 진상 손님을 마주한다. 퇴근길에 다시 마주친 손님한테 얻어맞자 눈이 뒤집힌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 생애 처음으로 반격에 나선다.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마침 집에 액자를 걸어야 해서 망치를 챙겼고, 하필 힘 조절을 실패해 살인으로 이어진 터였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진 빗줄기는 그의 흔적을 지웠다. 유일한 증거인 망치는 누가 치운 듯 사라졌다. 심지어 죽은 사람이 12년간 잠적한 연쇄살인마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여론은 '잘 죽었다'는 쪽으로 돌아선다.
우연은 그치지 않았다. 이탕의 다음 우발적 살인의 대상 역시 천인공노할 범죄자였다.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이라도 생긴 걸까. 법망의 바깥에서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게 올바른 일일까. 의문만을 무성히 남긴 채, 그와 마찬가지로 별난 이름을 지닌 강력계 형사 '장난감'(손석구)이 수사망을 좁혀온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는 첫 화부터 '정답이 없는' 문제로 숨 막히게 조여온다. 제목부터 '살인자의 난감함', 또는 '살인자와 장난감' 등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다. 설 연휴인 지난 9일 공개된 이번 시리즈는 8부작에 걸쳐 '죄와 벌', 즉 '죽어 마땅한 이들'에 대한 사적 제재의 정당성을 질문한다.
작품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지만, 시청자의 평가가 대체로 모이는 지점이 있다. 간만에 '볼 만한 작품'이 나왔다는 것. 13일 OTT 서비스 순위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살인자ㅇ난감'은 지난 12일 기준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10개국에서 시청 시간 1위에 올랐다. 온라인상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주인공 '장난감'처럼 이름 때문에 손해를 보고 산 사례를 모집하는 글엔 3만5000개가 넘는 댓글이 쇄도했다. 꼬마비 작가가 2010년부터 1년간 연재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2011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인생 웹툰'으로 꼽는 대작이다. 연재가 끝난 지 무려 13년 만에 드라마화된 셈이다.
원작으로부터 달라진 점과 달라지지 않은 점은 명확하다. '네컷만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귀엽고 아기자기했던 만화 그림체가 잔혹한 스릴러의 탈을 썼다. 존속살인, 리벤지 포르노, 소년범 등 자극적인 범죄 현장을 만화적인 히어로 액션과 누아르를 오가는 다양한 형식으로 연출했다. 원작 만화는 현재 15세 관람가지만, 넷플릭스 시리즈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극 중 악인으로 등장하는 건설사 대표 형성국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루머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끌하기도 했다. 뒤로 넘긴 백발의 머리 스타일, 안경을 쓴 모습 등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형 회장의 죄수번호 4421번이 대장동에서 제일건설이 올린 수익금 4421억원과 같고, 접견실로 초밥을 배달해 먹는 장면이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과 비슷하다는 점이 거론됐다.
형 회장 손녀의 이름 '형지수'를 두고도 과거 이 대표의 욕설 논란을 꼬집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오갔다. 접견실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이나 손녀의 이름 등은 원작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전혀 상관 없다"고 일축했다.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시대상이 반영된 점도 소소한 볼거리다. 한심한 학창 시절을 보내던 이탕이 훔친 친구의 MP3도 드라마에선 '태블릿PC'로 바뀌었다. 이탕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두 번째 희생자 선여옥(정이서)이 입막음의 대가로 요구한 돈의 액수도 원작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 10년간 오른 물가와 최저임금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겠다. 사소한 차이와는 별개로, 원작 특유의 밀도 있는 전개는 그대로다. 이탕과 장난감을 포함해 주요 등장인물은 이탕의 조수 '노빈'(김요한)과 이탕보다 한껏 잔혹한 방식으로 악인을 처단하는 '송촌'(이희준) 등 네 명이 전부다.
이들의 상충하는 정의관은 끊임없이 '죽어 마땅한 자'를 규정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쳐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미쳐야 한다"는 형사 장난감의 입장에 공감할 무렵, 극악무도한 악인들의 등장이 이러한 선입견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탕의 권선징악적 살인 행위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비슷한 '다크 히어로'인 송촌의 칼부림에는 묘한 거부감이 느껴진다. 드라마 마무리 부분 송촌이 이탕한테 건네는 "너는 무엇을 기준으로 죽일 놈을 정하냐?"는 대사는 곱씹어볼 만하다.
웹툰이든 드라마든 변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독자가 보고 싶은 대로 읽히는 만화 제목처럼, 드라마도 특정한 답을 속단하지 않는다. 죄책감으로 서서히 폐인이 되는 이탕, 본인의 신념을 잃고 무너지는 형사 장난감, '죽어 마땅한 자'를 단죄하지 못하는 무능한 법을 차례로 비출 뿐이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서 살아"라며 장난감이 이탕한테 건네는 마지막 대사가 모호한 여운을 남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우연은 그치지 않았다. 이탕의 다음 우발적 살인의 대상 역시 천인공노할 범죄자였다.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이라도 생긴 걸까. 법망의 바깥에서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게 올바른 일일까. 의문만을 무성히 남긴 채, 그와 마찬가지로 별난 이름을 지닌 강력계 형사 '장난감'(손석구)이 수사망을 좁혀온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는 첫 화부터 '정답이 없는' 문제로 숨 막히게 조여온다. 제목부터 '살인자의 난감함', 또는 '살인자와 장난감' 등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다. 설 연휴인 지난 9일 공개된 이번 시리즈는 8부작에 걸쳐 '죄와 벌', 즉 '죽어 마땅한 이들'에 대한 사적 제재의 정당성을 질문한다.
작품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지만, 시청자의 평가가 대체로 모이는 지점이 있다. 간만에 '볼 만한 작품'이 나왔다는 것. 13일 OTT 서비스 순위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살인자ㅇ난감'은 지난 12일 기준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10개국에서 시청 시간 1위에 올랐다. 온라인상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주인공 '장난감'처럼 이름 때문에 손해를 보고 산 사례를 모집하는 글엔 3만5000개가 넘는 댓글이 쇄도했다. 꼬마비 작가가 2010년부터 1년간 연재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2011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인생 웹툰'으로 꼽는 대작이다. 연재가 끝난 지 무려 13년 만에 드라마화된 셈이다.
원작으로부터 달라진 점과 달라지지 않은 점은 명확하다. '네컷만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귀엽고 아기자기했던 만화 그림체가 잔혹한 스릴러의 탈을 썼다. 존속살인, 리벤지 포르노, 소년범 등 자극적인 범죄 현장을 만화적인 히어로 액션과 누아르를 오가는 다양한 형식으로 연출했다. 원작 만화는 현재 15세 관람가지만, 넷플릭스 시리즈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극 중 악인으로 등장하는 건설사 대표 형성국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루머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끌하기도 했다. 뒤로 넘긴 백발의 머리 스타일, 안경을 쓴 모습 등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형 회장의 죄수번호 4421번이 대장동에서 제일건설이 올린 수익금 4421억원과 같고, 접견실로 초밥을 배달해 먹는 장면이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과 비슷하다는 점이 거론됐다.
형 회장 손녀의 이름 '형지수'를 두고도 과거 이 대표의 욕설 논란을 꼬집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오갔다. 접견실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이나 손녀의 이름 등은 원작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전혀 상관 없다"고 일축했다.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시대상이 반영된 점도 소소한 볼거리다. 한심한 학창 시절을 보내던 이탕이 훔친 친구의 MP3도 드라마에선 '태블릿PC'로 바뀌었다. 이탕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두 번째 희생자 선여옥(정이서)이 입막음의 대가로 요구한 돈의 액수도 원작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 10년간 오른 물가와 최저임금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겠다. 사소한 차이와는 별개로, 원작 특유의 밀도 있는 전개는 그대로다. 이탕과 장난감을 포함해 주요 등장인물은 이탕의 조수 '노빈'(김요한)과 이탕보다 한껏 잔혹한 방식으로 악인을 처단하는 '송촌'(이희준) 등 네 명이 전부다.
이들의 상충하는 정의관은 끊임없이 '죽어 마땅한 자'를 규정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쳐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미쳐야 한다"는 형사 장난감의 입장에 공감할 무렵, 극악무도한 악인들의 등장이 이러한 선입견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탕의 권선징악적 살인 행위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비슷한 '다크 히어로'인 송촌의 칼부림에는 묘한 거부감이 느껴진다. 드라마 마무리 부분 송촌이 이탕한테 건네는 "너는 무엇을 기준으로 죽일 놈을 정하냐?"는 대사는 곱씹어볼 만하다.
웹툰이든 드라마든 변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독자가 보고 싶은 대로 읽히는 만화 제목처럼, 드라마도 특정한 답을 속단하지 않는다. 죄책감으로 서서히 폐인이 되는 이탕, 본인의 신념을 잃고 무너지는 형사 장난감, '죽어 마땅한 자'를 단죄하지 못하는 무능한 법을 차례로 비출 뿐이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서 살아"라며 장난감이 이탕한테 건네는 마지막 대사가 모호한 여운을 남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