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전경. /한경DB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전경. /한경DB
이른바 ‘영끌’ 성지로 불리며 노원구 내 재건축 최대 기대주로 관심을 받았던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가 최근 술렁이고 있다.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며 조합원이 내야 하는 분담금이 커진 데다가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소송까지 겪게 됐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최근 하락 거래까지 나오면서 집주인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는 이달 초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층수가 4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개월 만에 다시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5억대 매매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해도 가격이 4000만원 이상 내렸다.

현장에선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실제 호가는 실거래가보다 더 낮게 나오고 있다”며 “원하면 4억5000만원 이하 급매도 중개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지는 1987년 840가구 규모로 준공돼 올해로 38년 차를 맞았다. 전용면적 31㎡ 단일 크기지만, 대단지로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상계동 내에서도 재건축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재건축 사업에 잡음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단지 조합원이 전용 84㎡ 아파트를 받기 위해선 분담금을 5억원 이상 내야 한다. 서울 내 다른 단지들에 비해 조합원 분담금이 큰 편은 아니지만, 현재 주택 가격이 4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집값보다 분담금이 더 큰 셈이다. 한 주민은 “대출을 받고 투자한 조합원들이 상당한데 분담금이 아파트 가격 이상이면 추가 대출을 받기도 힘들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와의 소송도 변수다. 공사 기간과 비용을 놓고 시공사와의 갈등 끝에 계약을 해지했는데, 시공사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에겐 부담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간 재건축을 위해 사업비용으로 사용한 돈과 이자 비용 등을 모두 돌려주고 소송 비용까지 주민들이 부담하면 향후 재건축 사업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가 새로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단지들이 지방엔 많다”며 “상계주공 5단지도 사업성 확보를 위한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면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다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상계동 내에선 3단지를 비롯해 6, 7단지 등이 노원역과 가까워 재건축 알짜 단지로 통한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성이 5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과 높아진 공사비가 향후 재건축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기대했던 소유주들이 다시 집을 내놓으면서 가격 하락 폭도 커지고 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