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 아직 창창하데이"…Z세대 구애 나선 美 석유 재벌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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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석유는 앞으로 적어도 50년은 필요한 자원이고, 천연가스 수요도 100년은 거뜬할 겁니다."
1960년대 스물 한살의 나이로 석유가스 기업 콘티넨탈 리소시스를 창업한 해럴드 햄은 '미국 셰일오일 혁명의 선구자'이자 '석유왕 록펠러의 계보를 이을 거물'로 불린다. 수압파쇄법과 수평시추법이란 기존 기술을 융합해 셰일 암반층의 석유가스를 캐내는 데 성공해 미국을 에너지 수출 대국의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에서다.
햄은 올해 78세가 됐지만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화석연료 시대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부르짖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넷제로) 움직임에 따라 석유가스 업계가 눈총에 시달리는 가운데 인력 채용마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 에너지 연구소 '햄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5000만달러(약 667억원)를 기부한 그는 "차세대 게임 체인저가 될 인재들을 석유가스 업계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이는 에너지 업계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석유 수요 정점론'을 제기해 업계의 심기를 더욱 자극했다. 이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합의문이 도출되며 탈(脫)화석연료에 관한 인식이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공유됐다.
미국의 한 석유공학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은) 석유와 가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세대"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업 안정성을 우려해 우려해 업계에 발을 들이길 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 하인즈 텍사스 공과대 명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석유공학을 전공으로 택한 학부생은 2019년 7046명에서 지난해 3911명으로 급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석유가스 관련 과목을 아예 폐지하거나 친환경 에너지 강의로 대체하는 등 대학 차원에서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영국 스완지대학교 등은 석유가스 기업들이 학생들에게 채용 홍보를 할 수 없게끔 취업박람회 참석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석유기술자협회의 전 세계 회원 수는 2015년 16만8125명에서 2022년 11만9120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회원의 평균 연령은 45세에서 48세로 고령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말레이시아 석유가스 생산업체 히비스커스 페트롤리엄의 켄 페레이라 전무이사는 "이대로라면 석유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석유 생산을 위해 유전을 운영할 사람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학 전문가가 급감하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한축을 담당하는 탄소포집저장(CCS) 분야의 개발도 더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CCS에는 시추 공정과 유사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햄 인스티튜트 외에도 Z세대의 관심을 돌려놓기 위한 업계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엑슨모빌이 2022년 전 세계 대학들에 총 1640만달러를 기부한 게 대표적이다. 셰브런은 석유가스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스킬스레디'라는 취업 준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유럽의 석유 공룡인 셸과 BP도 장학금과 취업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고 셸의 경우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틱톡, 트위치 등 Z세대의 놀이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석유가스 생산을 계속하면서도 동시에 CCS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면 채용 모델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렌스 팰리쉬 석유기술자협회 회장은 "석유가스가 과연 컴퓨팅, 인공지능(AI) 같은 하이테크만큼 '섹시한' 산업으로 통할까요?"라고 반문한 뒤 "우리가 얼마나 멋진 일을 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가 탄소중립만큼이나 에너지 안보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며 "다시 많은 이들이 우리 업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1960년대 스물 한살의 나이로 석유가스 기업 콘티넨탈 리소시스를 창업한 해럴드 햄은 '미국 셰일오일 혁명의 선구자'이자 '석유왕 록펠러의 계보를 이을 거물'로 불린다. 수압파쇄법과 수평시추법이란 기존 기술을 융합해 셰일 암반층의 석유가스를 캐내는 데 성공해 미국을 에너지 수출 대국의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에서다.
햄은 올해 78세가 됐지만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화석연료 시대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부르짖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넷제로) 움직임에 따라 석유가스 업계가 눈총에 시달리는 가운데 인력 채용마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 에너지 연구소 '햄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5000만달러(약 667억원)를 기부한 그는 "차세대 게임 체인저가 될 인재들을 석유가스 업계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이는 에너지 업계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석유 수요 정점론'을 제기해 업계의 심기를 더욱 자극했다. 이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합의문이 도출되며 탈(脫)화석연료에 관한 인식이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공유됐다.
미국의 한 석유공학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은) 석유와 가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세대"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업 안정성을 우려해 우려해 업계에 발을 들이길 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 하인즈 텍사스 공과대 명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석유공학을 전공으로 택한 학부생은 2019년 7046명에서 지난해 3911명으로 급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석유가스 관련 과목을 아예 폐지하거나 친환경 에너지 강의로 대체하는 등 대학 차원에서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영국 스완지대학교 등은 석유가스 기업들이 학생들에게 채용 홍보를 할 수 없게끔 취업박람회 참석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석유기술자협회의 전 세계 회원 수는 2015년 16만8125명에서 2022년 11만9120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회원의 평균 연령은 45세에서 48세로 고령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말레이시아 석유가스 생산업체 히비스커스 페트롤리엄의 켄 페레이라 전무이사는 "이대로라면 석유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석유 생산을 위해 유전을 운영할 사람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학 전문가가 급감하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한축을 담당하는 탄소포집저장(CCS) 분야의 개발도 더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CCS에는 시추 공정과 유사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햄 인스티튜트 외에도 Z세대의 관심을 돌려놓기 위한 업계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엑슨모빌이 2022년 전 세계 대학들에 총 1640만달러를 기부한 게 대표적이다. 셰브런은 석유가스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스킬스레디'라는 취업 준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유럽의 석유 공룡인 셸과 BP도 장학금과 취업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고 셸의 경우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틱톡, 트위치 등 Z세대의 놀이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석유가스 생산을 계속하면서도 동시에 CCS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면 채용 모델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렌스 팰리쉬 석유기술자협회 회장은 "석유가스가 과연 컴퓨팅, 인공지능(AI) 같은 하이테크만큼 '섹시한' 산업으로 통할까요?"라고 반문한 뒤 "우리가 얼마나 멋진 일을 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가 탄소중립만큼이나 에너지 안보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며 "다시 많은 이들이 우리 업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