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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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에 돌입한 지 100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국내 증시 변동 폭이 되레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금지 취지인 증시 부양 효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재개 시점 이후인 하반기 장세에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시 주가 변동 ‘예측불가’

13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증시의 일간 변동성을 집계한 결과, 공매도 금지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6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일간 변동성은 1.19%를 기록했다. 작년부터 금지 기간 이전까지의 수치에 비해선 0.29%p 늘었다. 코스닥시장 일간 변동성은 1.50%로, 같은 기간 0.07%p 격차가 커졌다.

일간 변동성은 특정 기간의 일일 주가 등락률을 종합해 표준편차로 나타낸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주가 등락의 평균치보다 더 큰 변화들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주가의 오르내림이 극심해지며 국내 증시의 투자 위험도는 커졌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내세운 공매도 금지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증시 변동성 축소였다.

주가 부양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공매도 금지일에 대비해 코스피지수는 이날까지 5.89% 올랐다. 다만 지수 상승을 이끈 요인은 단기 급등세를 보인 저PBR 주(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종목) 투자 열풍 탓이 크다. 지속 가능성은 안갯속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달 3일부터 8거래일 연속 하락(-8.76%)했던 코스피지수는 2400선까지 위협받다가 정부의 정책 발표일인 지난달 17일 이후 비로소 반등을 시작했다. 같은 이유로 상승세인 코스닥지수도 낙폭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지난달 31일엔 장중 800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만이다. 금지일 이후 코스피시장에선 개인이 16조원 이상을 내던지며 시장을 떠났고, 코스닥시장에선 기관의 순매도세(2조5884억원)가 특히 뚜렷하다.

○공매도 상위종목 ‘줄하락’

개별 종목으로 보면 공매도 비중이 높던 종목이 예상과 달리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공매도 금지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잔고금액 비중(공매도 비중)이 높은 주요 종목은 현재까지 주가가 빠졌다. 개인 투자자가 날을 세웠던 2차전지 관련주 중에선 SKC(-13.34%), 포스코퓨처엠(-21.03%),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21.27%), 엘엔에프(-23.81%) 등이 고전 중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금지일 대비 에코프로(-23.31%), 에코프로비엠(-19.73%)의 주가가 내렸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 전망이 악화하며 실적이 쪼그라든 여파가 겹쳤다. 종목별로 개인과 ‘큰손’이 번갈아 순매도에 나섰다.

2차전지 관련주뿐만이 아니다. 공매도 금지 직전인 지난해 11월 3일, 호텔신라와 롯데관광개발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각각 1948억원과 487억원이었다. 공매도 비중으론 유가증권시장에서 1위와 2위였다. 이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두 종목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주가는 이날까지 각각 13.81%, 21.58% 내렸다. 코스닥시장에선 같은 기간 의료용품·바이오 업체들인 휴마시스(-25.88%), 에스티큐브(-28.78%) 주가가 하락했다. 미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인 HLB와 같이 개별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된 종목만 주가가 뛰었다.

오는 7월 공매도 재개 때는 증시가 더 꺾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공매도 금지는 순기능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개인투자자의 의견을 반영한 즉흥적 정책”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하 연기에 이어 오는 2분기 수출 지표가 꺾일 가능성이 큰데, 이런 악재가 묶여있던 공매도 재개와 맞물려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