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업계에서 또 한 번의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됐다. 미국 석유회사 다이아몬드백에너지가 경쟁사인 엔데버에너지리소시스를 260억달러(약 34조56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번 M&A로 다이아몬드백은 엑슨모빌, 셰브런을 잇는 대형 석유·가스 생산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이번엔 260억달러 빅딜…美석유업계 M&A '붐'

다이아몬드백, 세계 3위 석유업체로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백은 12일(현지시간) 260억달러에 엔데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다이아몬드백과 엔데버 주주들이 각각 합병 회사의 지분 60.5%, 39.5%를 나눠 갖는 구조다. 매각 절차는 올해 4분기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로써 글로벌 석유업계에선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약 66조원)를 넘는 초대형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다이아몬드백의 기업가치는 270억달러(약 36조원)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07년 설립된 다이아몬드백은 2012년 상장 이후 원유 생산량을 50배가량 늘리며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원유 시추업체로 거듭났다. 직전 회계연도에는 96억달러의 매출과 40억달러 넘는 이익을 거뒀다.

합병 회사는 3391㎢ 규모 부지에서 하루 81만6000배럴의 석유·가스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엑슨모빌(130만 배럴), 셰브런(86만7000배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엔데버 인수에 따른 경제적 시너지 효과는 연간 5억5000만달러(약 7308억원)로 추산된다. 서부텍사스원유(WTI)의 현재 가격(배럴당 76달러)보다 훨씬 낮은 배럴당 40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석유를 캐낼 수 있게 된다는 계산에 근거해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이아몬드백 주가는 전날보다 9.38%(14.24달러) 뛴 165.98달러에 마감했다. 이번 M&A로 엔데버 창립자인 오트리 스티븐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석유업계 최고 재벌에 등극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다이아몬드백 현 주가 기준으로 그의 순자산 규모는 259억달러(약 34조4000억원)에 달한다.

“에너지업계 M&A 붐 막 올랐다”

석유업계에서는 최근 몇 달 새 텍사스주 최대 유전 지역인 퍼미안 분지를 둘러싼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엑슨모빌이 600억달러에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를 인수한 데 이어 셰브런이 530억달러에 헤스코퍼레이션을 사들였다. 두 달 뒤에는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이 120억달러에 크라운록을 샀고 올해 들어선 체사피크에너지가 74억달러에 천연가스 기업 사우스웨스턴에너지를 매입했다.

국제유가의 강세로 이익을 축적한 석유업체들이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넷제로’(탄소중립)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서도 석유 수요는 증가세다. 셰일 시추 기술 발달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를 45%가량 앞지르며 산유국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싼 차입 비용과 엄격한 규제 탓에 지난해 위축된 M&A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재시동을 걸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엔데버는 수년 동안 매물로 나와 있었고 다이아몬드백은 또 다른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인수에 성공했다.

캐나다 에너지 회사 엔브리지의 그레그 에벨 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점에 이른 금리가 올해 언젠가 하락 수순에 들어서면 에너지업계에서 더 많은 M&A가 이뤄질 수 있다”며 “‘M&A 붐’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