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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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9부능선을 넘었다. 13일(한국시간)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받으면서 이제 미국 승인만 남았다. 이로써 36년간 이어져온 양대 대형 항공사(FSC) 체제가 단일 메가 항공사(초대형 항공사)로의 재편을 눈앞에 뒀다.

EU,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13일 업계에 따르면 EU 내 기업결합 승인을 담당하는 유럽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조건부 승인했다.

업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EU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서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EC가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U 경쟁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했으며 2023년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다양한 시정조치를 논의한 후 같은해 11월2일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이후 이해관계자들 의견 취합 및 마켓 테스트 등을 거쳐 승인이 이뤄졌다.

EU 경쟁당국은 양사 통합 시 화물사업부문과 여객 4개 노선에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쟁환경 복원을 위한 시정조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의 분리 매각 △여객 4개 중복 노선에 대한 신규 항공사의 노선 진입 지원 등 크게 2가지로 이뤄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의 화물기 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 및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들을 선행해야 한다. 선정된 매수인에 대한 EU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할 수 있으며 이후에 실제 분리매각을 추진한다.

아울러 유럽 여객노선의 신규 진입항공사(Remedy Taker)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점으로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14개국 중 13개국 승인…남은 건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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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에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 온 EU 문턱까지 넘으면서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가운데 미국만 남겨두게 됐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심사가 순조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미국 법무부(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 중인 한국과 미주 노선간 독점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통과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미국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과 공동운항해 온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노선 경쟁력 악화를 우려해 결합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럽 노선 일부를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에 이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주 노선 일부도 국내 LCC에 이관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일본, 영국, 중국 등은 두 항공사 합병 시 다양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최근 합병 후 일본에 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 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 등 7개 노선에 대해 국적 LCC를 포함, 진입 항공사들이 해당 구간 운항을 요청할 경우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양사 최종 합병시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양사가 최종 합병하면 단숨에 매출 20조원, 항공기 200대 이상의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국제선 합산 여객은 3335만여명으로 전체 여객의 48.6%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항사 여객을 제외한 기준으로 보면 5개 항공사의 합산 여객 점유율은 80.2%에 달한다.

따라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승인될 경우 장거리는 물론 단거리 노선에서도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며, 가격 결정권 제고에 따른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승인될 경우 운임의 하방 경직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장거리 노선에서의 독점적 지위와 초대형 LCC 자회사를 통한 단거리 노선 경쟁력 제고로 시장 지배력 자체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