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클래식 음악에 특화한 별도 앱’이 화제다. 출시 시점에 손열음, 임윤찬, 조성진을 동시에 '등판'시키다니, 머글과 덕후 모두를 전방위적으로 공략하려는 기세다. 500만개 이상의 카탈로그는 과연 방대했다. 2020년 2월 함부르크의 랜드마크 엘프필하모닉에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연주한 말러 교향곡 9번의 실황 연주 앨범을 발견하고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다. 2015년 10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홈그라운드의 뮌헨 헤르쿨레잘에서 직관했던 연주를 포함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대부분의 연주들이 모두 ‘Live’ 타이틀을 달고 음원화되어있었고, 심지어 마에스트로 마리스 얀손스와 오케스트라의 엑섭 (발췌 연주)까지 들을 수 있었다.
마리스 얀손스가 서있던 헤르쿨레잘의 포디움
마리스 얀손스가 서있던 헤르쿨레잘의 포디움
오케스트라 단체들이 연주 실황을 녹음하거나 녹화해 수익화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이 분야의 선구자 베를린 필하모닉은 ‘디지털 콘서트홀'에서 주요 라이브 연주의 생중계와 다시보기를 아예 영상으로 제공한다. 과거 연주들의 아카이브뿐 아니라 지휘자, 솔리스트들의 인터뷰들까지 콘텐츠가 끊임없이 업로드된다. KBS 교향악단도 ‘디지털 K-hall’ 앱을 통해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시보기, 다시듣기가 가능하려면 우선 실황 연주를 녹화, 녹음해야 한다. 위에 언급한 다양한 서비스들 때문에라도 요즘 오케스트라들은 대부분의 연주를 일단 레코딩해 두는 것 같다. 그런데 음악도 음악이지만 객석에서의 테러(!)까지 고스란히 기록되어 영상과 소리로 박제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서울시향이 정명훈 지휘자와 함께 말러 9번을 실황 녹음할 때 울려퍼진 ‘벚꽃 엔딩' 벨소리 일화는 유명하다. 머글이 아무리 호소해도 이러한 벨소리 테러는 그칠 줄 모르니, 해당 레코딩에 직접 참여한 연주자로부터 관련 심경을 들어보도록 하자.

▶머글: 서울시향에서 말러 9번 연주하실때 객석에서 벚꽂엔딩 벨소리가 울렸었던 것 기억하시죠, 그때 솔직하게 연주자로서 기분이 어떠셨나요?!!!

▶음악가 D: 그날은 서울시향이 도이치 그라모폰과 함께 실황 앨범 발매를 위해서 말러의 교향곡 9번을 라이브 연주로 녹음하는 날이었어요. 물론 세계적인 음반사와의 작업도 한몫하지만,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라이브 연주이기 때문에 단원들 모두가 정말 많이 연습하고 공을 들인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시작 전 여러번 안내방송을 통해 불필요한 잡음, 특히 휴대폰 벨소리 등을 주의해주십사 공지하기도 했어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는 2015년 10월 ‘랩소디'(광시곡)시리즈를 선보였다. 협연 데니스 마추예프.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는 2015년 10월 ‘랩소디'(광시곡)시리즈를 선보였다. 협연 데니스 마추예프.
당시 말러9번 실황 녹음은 저희 음악가들에게 엄청난 도전이기도 했지만 관객분들께서도 90분짜리 교향곡을 전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감상한다는건 무척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정도로 우리 모두가 긴장한 공연이었는데, 가장 정적이고 아름다운 순간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더군요. 그해에 가장 유행했던 벚꽃엔딩.. (심지어 제가 가장 애정하는 곡중 하나!!)

정말 200프로 집중해 연주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벨소리가 울리는 순간만큼은 그 집중력이 흐트러질수밖에 없는건 사실입니다. 벨소리는 최신식 마이크와 전문가의 손길로 지울수는 있지만, 연주자들의 흩어진 집중력, 다른 관객분들의 아쉬움은 어떠한 기술로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원활하고 쾌적한 연주를 위해 휴대폰 전원은 꼭 꺼주세요 :)

제발 연주 시작 전에 휴대폰 전원을 반드시 끄도록 하자.
그 날의 연주를 라이브 앨범으로 다시 들을 수 있다.ⓒ‘애플뮤직 클래시컬' 스크린샷
그 날의 연주를 라이브 앨범으로 다시 들을 수 있다.ⓒ‘애플뮤직 클래시컬' 스크린샷
위 대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연주 시작 전 안내방송'이다. 지휘자나 관계자가 직접 관객에게 부탁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벨소리에 버금가는 테러행위, ‘안다박수' 혹은 ‘안다브라보'는 특히 더 간곡한 부탁을 필요로 한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은 안다박수로 자주 테러를 당하는 단골 곡목이다. 서울시향이 오래 전 한 시민공연에서 해당 곡을 연주하던 때, 오케스트라 단원 한 분이 연주 시작 전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애통함으로 가득 찬 마무리를 선보여드릴 테니, 연주가 끝나더라도 관객분들도 정적과 함께 슬픔의 정서를 함께 표현해 주시기를 부탁한다" 며 “지휘자의 손이 모두 내려가면 박수를 쳐주세요" 라고 안내했었다. 그 공연에서는 ‘안다박수'가 나오지 않았었다.

물론 이러한 당부 사항이 객석 내 단 하나의 소음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라이브 연주에서 음악 외적인 소리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요소다. 내친 김에 위 음악가 D와 대화를 이어가보자.

▶머글: 객석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잘 들리시나요? 그리고 그게 연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요.

▶음악가 D: 보통 객석에서 나는 소리들은 무대에서 무척 잘 들려요. (벨소리같은 큰 소리가 아닌 이상) 저는 개인적으로 객석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음들은 연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긴장감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라이브 연주의 묘미라고나 할까요? 연주하는 순간 관객들의 존재가 지금 나와 함께 숨쉬고 호흡하고 교류하고 있구나, 음악이 살아있구나, 그래서 Live 연주라고 하는구나, 라고 생각해요.

모든 연주가 기록되어 언제 어디서든 찾아 듣고 볼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황 연주를 듣기 위해 오늘도 콘서트홀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를 음악가 D의 발언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머글: 라이브 연주의 진정한 기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음악가 D: 제가 연주하면서 표현하는 아주 많은 감정들을 객석에 계신 관객분들께서 함께 느끼고 있는걸 깨닫는 순간이 있어요. 그 때가 가장 행복하고, 연주자로서 관객분들께 감동받는 순간이에요. 음악가로서 평생 숙제이자 음악 인생의 목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