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금감원 제공
이복현 금감원장. /금감원 제공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손실액이 5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번 주부터 ELS 판매사에 대한 2차 검사에 착수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부터 주요 ELS 판매사(은행 5곳·증권사 6곳)에 대한 2차 현장검사에 돌입한다. 1차 검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토대로 각 사례를 유형화·체계화해 각 사례에 적용하는 것이 2차 현장검사의 주된 내용으로, 이르면 이달 말까지 '책임 분담 기준안'을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2차 검사에선 설명 의무, 적합성 원칙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20년간의 손익통계와 추세를 분석해 제시해야 하지만, 실제론 2015~2016년 중국 증시 급락기의 수치가 빠진 통계를 제시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선 잘못된 설명이 일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책임 분담 기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검사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의 전면 재검토 작업도 시작할 전망이다. 앞서 이 원장은 은행의 ELS 등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프라이빗뱅커(PB), 자산관리(WM) 센터 등으로 국한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다만 은행권에선 이 원장이 거론한 은행권의 선(先) 자율배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은행권에선 법적 근거 없이 먼저 자율배상할 경우 배임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향후 분쟁과 소송, 당국의 징계(과징금) 부과 과정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편 ELS 원금 손실액은 계속 확대돼 5000억원(5대 시중은행 기준)을 돌파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 H 지수 기초 ELS 상품 중 만기가 도래한 원금은 9733억원으로, 이 중 환급된 금액은 4512억원에 그쳤다. 손실액은 5221억원으로, 원금 손실률이 53.6%에 달했다.

지난 9일 기준 홍콩 H 지수는 5306.79로 2021년 2월19일 고점(1만2106.77)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 상반기엔 10조2000억원, 올해 전체로는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홍콩 H 지수가 극적인 반등을 이루지 못할 경우 손실액은 7조~8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평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