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선을 훔치다 화상을 입어 숨진 에세키엘 프란시스코 쿠라바. /사진=엑스(X, 옛 트위터) 캡처
고압선을 훔치다 화상을 입어 숨진 에세키엘 프란시스코 쿠라바. /사진=엑스(X, 옛 트위터) 캡처
아르헨티나에서 고압선을 훔치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20대 남성이 이틀 뒤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13일(현지시간) 일간 라나시온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7시쯤 로사리오에서 에세키엘 프란시스코 쿠라바(21)가 친형과 함께 땅 밑에 묻혀있는 고압선을 훔치려고 도랑에 들어갔다가 감전 사고를 당했다. 당시 큰 폭발이 일면서 쿠라바의 옷은 찢어지고 온몸의 90%에는 화상을 입어 피부가 새까맣게 탔다.

당시 거리를 지나가던 시민들은 "쿠라바의 피부는 새까맣게 탔고 일부는 하얗게 화상을 입었으며, 입고 있던 옷조차 타버려 너덜너덜했다"고 말했다.

쿠라바는 도랑에서 스스로 걸어 나왔지만, 쇼크 상태에서 비틀거리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피부는 화상으로 탔고 몸속의 장기들은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폐에도 염증이 생겨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어 상황이 위급하다"며 쿠라바의 상태를 전했다.

그는 사고 이틀 후 결국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한편 극심한 고물가 불경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선 전화선, 전선 등 금속들을 훔치는 절도범이 늘며 감전 사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로사리오에서 붙잡힌 전선 절도범은 95명에 달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