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규 전각을 말하다' 출간
서예가 박원규 "전각은 돌에 생명 불어넣는 작업"
"전각을 하기 위해 인석(印石)을 손에 쥐면 체온이 서서히 돌에 전달되고, 마침내 인석에선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전각 작업이란 생명이 없던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
전각(篆刻)이란 나무나 돌, 금속에 인장(印章)을 새기는 걸 말한다.

하석(何石) 박원규(77)는 전주에서 서예를 공부하며 독학으로 전각을 익혔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명동 중국서점에서 대만 전각가 이대목의 '주백상간인'(朱白相間印)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대만으로 건너가 이대목에게 3년간 전각을 배웠다.

붓을 잡은 지 올해로 61년.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그는 서예와 전각을 넘나들며 동양 예술의 명맥을 잇고 있다.

서예가 박원규 "전각은 돌에 생명 불어넣는 작업"
최근 출간된 '박원규 전각을 말하다'는 서예평론가 김정환 씨가 박 작가와 진행한 대담을 엮은 책이다.

김 평론가가 묻고 박 작가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이 책은 전각의 매력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다.

박원규는 14일 서울 중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 급제한 문인들이 하던 게 전각"이라며 "글을 다루는 사대부들이 했다는 점에서 도장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원나라 이전까지만 해도 인장은 주물로 뜨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명나라 때 칼로 깎아낼 수 있는 돌, 화유석이 널리 퍼지면서 전각 기술이 발달했다.

문인들은 서예 작품과 책에 전각 한 인장을 찍기 시작했다.

서예가 박원규 "전각은 돌에 생명 불어넣는 작업"
전각은 전각도를 잘 다룬다고 대성할 수 있는 '손기술'이 아니다.

높은 인문학적 지성을 요구하는 고차원적인 일이다.

박 작가는 칼을 다루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한문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점과 선을 배치하는 공간 감각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각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작품이 전부 다르게 표현됩니다.

전각을 하는 사람의 성정, 미감, 학덕 등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납니다.

"
그는 전각의 매력으로 자유로움을 꼽는다.

"문자를 가지고 노는 것"이 전각에 대한 그의 정의다.

그는 "문자라는 소재의 제한 속에서 무한한 자유를 느끼게 하는 것, 그게 전각의 매력"이라고 했다.

책에는 좋은 전각도의 재질과 크기, 칼날 각도 등 전각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전각을 새기는 화유석의 종류와 특성, 산지와 명칭도 소개한다.

"'인장은 글씨로부터 시작하고, 인장의 품격은 글씨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각을 배우는 데 있어 무엇보다 서예가 그 기본이 된다는 뜻이지요.

제가 이 대담을 통하여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핵심이기도 합니다.

"
한길사. 45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