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분식회계를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증거인멸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와 안중현 삼성 글로벌리서치 사장(전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김 전 대표 등이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비할 목적으로 회사 직원들에게 관련 문건 등을 위조·인멸하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회의 등에서 김 부사장 등과 증거인멸을 공모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거인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관련 내용이 김 전 대표에게 재차 보고됐다”는 김 부사장의 진술도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부사장의 증거인멸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단과 방법, 관련자 수, 삭제된 정보량 등을 종합할 때 김 부사장이 증거인멸 관련 범행을 사실상 총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 등은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이사회 의결 등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삿돈 4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각 피고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2019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18TB(테라바이트) 용량의 백업 서버 등이다. 이 증거는 지난 5일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에서도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