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신시가지7단지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에 있는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가 모두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로써 1980년대 지어진 단지들은 모두 재건축 사업에 착수하게 됐다.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선도단지와 입지가 우수한 단지를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도 곧바로 반응이 오고 있다. 매물은 사라졌고 호가는 수억원 오른 상태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점,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 등은 투자자들이 망설이는 이유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가 모두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단지 전반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 단지는 대부분 재건축 안전진단 단계에서 발이 묶여 있었지만 지난해 1월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재건축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작년 13개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최근 '마지막 퍼즐'이었던 11단지도 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섰다.

목동신시가지 11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지난해 다른 단지들이 잇달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결국 우리 단지도 안전진단을 통과하게 됐다"며 "이제 조합 설립 등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 재건축을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두 주자인 6단지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높다. 6단지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참여해 정비계획 초안을 마련했다. 지난달 세부적인 정비계획안에 대해 주민설명회도 마쳤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넘으면 정비계획과 정비구역이 확정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단지의 전용 95㎡는 지난해 6월 19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전날까지 신고된 거래 건은 하나도 없지만, 현재 이 면적대 호가는 24억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비교적 최근에 거래된 전용 47㎡는 지난해 11월 13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면적대 역시 호가는 15억원에 형성됐다.
서울 양천구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양천구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목동신시가지 6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목동신시가지 단지 중에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이 6단지다보니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다"며 "전용 95㎡(35평), 전용 65㎡(27평) 등 수요가 많은 면적대는 매물이 많지 않다. 1억원을 올려도 산다는 실수요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6단지 매물이 거의 없다 보니 5단지, 4단지 등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도 있다"며 "이른바 '앞단지'로 불리는 곳에서 4~7단지가 관심을 받는 편"이라고 전했다.

대기 수요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으로 꼽히는 7단지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목동신시가지는 서울 내에서도 층이 낮고 밀도 낮은 사업성이 높은 곳"이라면서 "서울 지하철 5호선과 2호선 등 교통망이 우수하고 학교와 학원 등이 몰려 있는 학군지라는 점 등 때문에 대기 수요는 항상 있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이라 적극적인 수요자들은 뜸해졌다는 전언이다.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는 지난해 1월 13억원에 손바뀜했지만 같은 해 10월 18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지난 1월에 17억원에 거래돼 가격이 고점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목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쏟아졌던 급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며 "2021년도 가격 급등기에 기록했던 가격대는 아니지만, 매수자 입장에선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목동신시가지7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재건축 사업이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 점과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다는 점도 매수자들이 고민하는 요인이다.

신정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조합 설립 전이라 매수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업이 마칠 때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는 점은 부담이다. 문의는 있지만 매수가 활발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거래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려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일 목동신시가지 11단지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면서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는 모두 재건축에 돌입하게 됐다. 13개 단지는 이미 지난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목동신시가지는 1980년대 목동택지개발지구가 지정되면서 한 번에 공급됐다. 전체 면적은 436만8463㎡로 현재 2만6629가구가 거주 중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5만3000여가구 미니 신도시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단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예비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정밀안전진단 단계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을 더는 추진하지 못했다. 현행법은 정밀안전진단 결과 D~E등급을 받는 경우만 재건축을 허용한다. 하지만 작년 1월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 개정 고시 시행으로 이번 안전진단에서 재건축이 최종 확정됐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