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 버려야 하나요?"…명동 갔다가 '한숨' 터져 나온 이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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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옆에 쓰레기 산이"
명동 길거리 노점 일대 쓰레기통 부족
시민들 불편 겪고, 일부 구역에선 무단 투기도
노점마다 쓰레기통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명동 길거리 노점 일대 쓰레기통 부족
시민들 불편 겪고, 일부 구역에선 무단 투기도
노점마다 쓰레기통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거 다 먹고 어디다 버리지. 쓰레기통이 안 보이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저녁 명동 관광특구 일대. 어깨가 부딪힐 만큼 관광객이 가득한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관광객의 한 손에는 간식 꾸러미가, 한 손엔 다 먹은 나무 꼬치가 들려 있었다.
명동 메인 광장인 신한은행 명동지점 앞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범죄행위입니다'라는 경고 문구 보라듯이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공용 벤치에 슬그머니 쓰레기를 두고 일어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놓고 쓰레기 산을 향해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노점상 음식에서 나온 일회용 접시, 종이컵, 나무 꼬치였다.
한쪽 손에 쓰레기를 들고 있던 20대 김모 씨는 "명동에 오면 다들 길거리 음식을 먹기 마련 아닌가"라며 "필연적으로 많은 쓰레기가 발생할 곳인데도 쓰레기통이 잘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취재 결과 쓰레기통 없이 운영하는 노점이 대부분이었다. 몇몇 가게는 판매대 측면에 쓰레기통 봉투를 붙여둔 곳이 있었다. 다만 자유롭게 버릴 순 없고 해당 노점서 구매한 간식 쓰레기만 처리해주는 방식이었다. 요리 중 발생하는 쓰레기만 버릴 요량으로 손님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쓰레기봉투를 비치해둔 노점도 많았다.
호떡 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종이컵을 버려달라고 하는 손님들의 쓰레기만 받아서 버려드린다"며 "손님들이 자유롭게 쓰레기를 버리시게끔 두면 감당이 안 돼서 쓰레기통 없이 장사하는 노점이 많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24년 한국 주요 상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명동 중심 상권에서 생긴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15일보다 7배가량 늘었다.
명동 상권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무단으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늘자 이 일대 길거리 쓰레기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1995년 7607개에 달하던 서울시 내 쓰레기통은 2023년 4956개로 줄었다. 공공 쓰레기통에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버리는 양심 없는 시민들이 생긴 데 대한 조치였다. 이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다'고 호소하는 시민이 점차 늘었다. 2021년 서울시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73.3%가 '거리에 쓰레기통이 적은 편'이라고 답한 바 있다.
명동파출소에 인근 쓰레기통의 위치를 문의한 결과 명동 1·2가와 가까운 명동 지하쇼핑센터 15번 출구 앞과 명동역 앞을 안내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명동 관광특구 주변의 거리 쓰레기통은 총 28개다. 다만 명동 관광특구는 광화문역 인근 무교동 음식문화의 거리부터 회현역 일대까지 포함돼있어 쓰레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명동 1·2가보다 면적이 넓다. 중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명동 상권에 유독 무단투기된 쓰레기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에 대해 "환경공무관은 매일 새벽 5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 가로변 쓰레기들이 쌓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를 인지하고 명동과 같은 집중 관리 지역에는 환경공무관 부재 시간에 운영하는 '365 청결기동대'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올해 초부터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 일시적으로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며 2월 말에 모든 채용 절차가 끝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5년까지 거리 쓰레기통을 현 수준의 1.5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 기조에 맞춰 명동이 속한 중구 또한 쓰레기통 설치 확대 검토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쓰레기통 설치 위치에 따라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나 민원이 제기될 수 있어 쓰레기통을 늘리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에 대한 시민 의식 없이 무작정 쓰레기통만 늘리는 것이 해답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동 상권 특성상 쓰레기에 음식물이 많이 묻어 있을 텐데 쓰레기통에 대량의 음식 폐기물들이 장시간 방치될 경우 악취가 발생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점마다 쓰레기통을 필수적으로 운영하고, 번거롭더라도 시민들이 간식을 구매한 노점에 다시 돌아가 쓰레기를 버리게끔 하는 환경 의식이 조성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저녁 명동 관광특구 일대. 어깨가 부딪힐 만큼 관광객이 가득한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관광객의 한 손에는 간식 꾸러미가, 한 손엔 다 먹은 나무 꼬치가 들려 있었다.
명동 메인 광장인 신한은행 명동지점 앞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범죄행위입니다'라는 경고 문구 보라듯이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공용 벤치에 슬그머니 쓰레기를 두고 일어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놓고 쓰레기 산을 향해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노점상 음식에서 나온 일회용 접시, 종이컵, 나무 꼬치였다.
한쪽 손에 쓰레기를 들고 있던 20대 김모 씨는 "명동에 오면 다들 길거리 음식을 먹기 마련 아닌가"라며 "필연적으로 많은 쓰레기가 발생할 곳인데도 쓰레기통이 잘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취재 결과 쓰레기통 없이 운영하는 노점이 대부분이었다. 몇몇 가게는 판매대 측면에 쓰레기통 봉투를 붙여둔 곳이 있었다. 다만 자유롭게 버릴 순 없고 해당 노점서 구매한 간식 쓰레기만 처리해주는 방식이었다. 요리 중 발생하는 쓰레기만 버릴 요량으로 손님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쓰레기봉투를 비치해둔 노점도 많았다.
호떡 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종이컵을 버려달라고 하는 손님들의 쓰레기만 받아서 버려드린다"며 "손님들이 자유롭게 쓰레기를 버리시게끔 두면 감당이 안 돼서 쓰레기통 없이 장사하는 노점이 많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24년 한국 주요 상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명동 중심 상권에서 생긴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15일보다 7배가량 늘었다.
명동 상권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무단으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늘자 이 일대 길거리 쓰레기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1995년 7607개에 달하던 서울시 내 쓰레기통은 2023년 4956개로 줄었다. 공공 쓰레기통에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버리는 양심 없는 시민들이 생긴 데 대한 조치였다. 이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다'고 호소하는 시민이 점차 늘었다. 2021년 서울시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73.3%가 '거리에 쓰레기통이 적은 편'이라고 답한 바 있다.
명동파출소에 인근 쓰레기통의 위치를 문의한 결과 명동 1·2가와 가까운 명동 지하쇼핑센터 15번 출구 앞과 명동역 앞을 안내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명동 관광특구 주변의 거리 쓰레기통은 총 28개다. 다만 명동 관광특구는 광화문역 인근 무교동 음식문화의 거리부터 회현역 일대까지 포함돼있어 쓰레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명동 1·2가보다 면적이 넓다. 중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명동 상권에 유독 무단투기된 쓰레기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에 대해 "환경공무관은 매일 새벽 5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 가로변 쓰레기들이 쌓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를 인지하고 명동과 같은 집중 관리 지역에는 환경공무관 부재 시간에 운영하는 '365 청결기동대'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올해 초부터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 일시적으로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며 2월 말에 모든 채용 절차가 끝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5년까지 거리 쓰레기통을 현 수준의 1.5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 기조에 맞춰 명동이 속한 중구 또한 쓰레기통 설치 확대 검토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쓰레기통 설치 위치에 따라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나 민원이 제기될 수 있어 쓰레기통을 늘리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에 대한 시민 의식 없이 무작정 쓰레기통만 늘리는 것이 해답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동 상권 특성상 쓰레기에 음식물이 많이 묻어 있을 텐데 쓰레기통에 대량의 음식 폐기물들이 장시간 방치될 경우 악취가 발생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점마다 쓰레기통을 필수적으로 운영하고, 번거롭더라도 시민들이 간식을 구매한 노점에 다시 돌아가 쓰레기를 버리게끔 하는 환경 의식이 조성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