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워크아웃 1호’ 기업인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삐걱대고 있다. 핵심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별 구조조정안이 당초 데드라인까지 수립되지 못해 기한을 연장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채권단은 태영건설과 관련된 PF 사업장 60곳의 대주단에 지난 11일까지 사업장별 처리 방안을 제출하도록 했으나, 한 곳도 처리안을 확정하지 못해 시한을 이달 26일까지로 연장했다. 사업장별 처리안에는 대주단이 해당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을 접고 청산에 들어갈지 여부와 사업 계속 이행 시 자금 지원 규모 및 금융사별 분담액 등이 포함된다. 최대 PF 사업장인 서울 마곡 CP4는 사업 유지로 방향을 잡았지만, 자금 세부 사항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은 처리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PF 사업장 구조조정 계획이 스케줄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사업장 처리 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사별 손실도 현실화하는 것이어서 선뜻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해당 사업장의 정상화를 늦추고 금융사의 손실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공기가 핵심인 건설업체 워크아웃 성패의 관건은 속도다. 그러나 PF 대주단 금융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자율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속도’와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위해선 금융당국의 적절한 조율이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정부가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부동산 PF 연착륙의 ‘모범사례’로 만들겠다고 천명한 것을 감안하면 깔끔한 워크아웃 진행이 더욱 절실해졌다. 태영건설과 대주단의 상호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사업 정상화를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융당국도 부동산시장 불안 차단을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