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억원 투자금 확보…"빠른 속도로 빅테크와 경쟁" [긱스]
“빠르게 성장하는 인공지능(AI)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신속하게 내놓겠습니다.”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신성규 최고재무책임자(CFO·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잡는 건 대부분 스타트업”이라며 “기술과 속도로 빅테크와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리벨리온은 국내 대표 AI 반도체 기업 중 하나다. 지난달 시리즈B(사업 확장 단계)에서 8800억원 규모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약 16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2800억원에 달한다. 창업 3년 반 만의 성과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 침체에도 리벨리온이 거액의 투자금을 확보한 비결은 기술력이다. 지난해 AI 반도체 아톰으로 반도체 기술력 검증 테스트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와 퀄컴 제품보다 일부 앞선 성능을 보여줬다. 작년 아톰을 정식 출시해 KT 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고 있다. 신 CFO는 “최근 생성형 AI 서비스 수요가 급증해 AI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리벨리온의 올해 목표는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이다. 신 CFO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세계 각국의 거대 통신사와 정보기술(IT) 기업 대상으로 해당 지역과 고객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에서 리벨리온 투자사이자 파트너사인 KT와의 협업이 큰 도움이 됐다. 신 CFO는 “해외 고객은 KT에 공급한 아톰의 성과부터 물어본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KT와 정부의 AI 반도체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K-클라우드’ 사업에도 같이 참여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해외 투자사도 조력자로 나섰다. 일본계 벤처캐피털(VC) DG다이와벤처스(DGDV)는 일본의 잠재 고객과 다양한 파트너를 계속 소개해 주고 있다. 신 CFO는 “프랑스 VC인 코렐리아캐피털은 현지에서도 알기 어려운 유럽의 데이터센터 시장과 AI 반도체 수요 등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했다.

리벨리온은 이번 투자금으로 새로운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대규모언어모델(LLM) 맞춤형 AI 반도체 ‘리벨’을 만들고 있다. 리벨은 매개변수(파라미터) 1000억 개의 AI 모델까지 추론할 수 있는 반도체다. 삼성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적용하고, 삼성 파운드리에서 디자인하우스 서비스 업무도 맡는다.

최근 회사 설립 후 리벨리온이 처음으로 대규모 채용에 나선 것도 리벨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신 CFO는 “이번 신규 반도체는 리벨리온의 기술력과 삼성 중심의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벨리온의 기업공개(IPO) 계획에 대해선 “지금은 최고의 인재와 거액의 투자금으로 리벨리온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상장에 필요한 업무는 항상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