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타고 오를줄 알았더니…이마트 주가 속절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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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바람 타고 올초 2주 만에 시총 5000억원↑
최근 하락세로 '급전환'…상승분 절반 반납
신세계건설 적자로 '어닝 쇼크'까지 겹쳐
최근 하락세로 '급전환'…상승분 절반 반납
신세계건설 적자로 '어닝 쇼크'까지 겹쳐
올 초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묶여 반등했던 이마트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고 종속회사인 '신세계건설' 리스크가 여전히 발목을 잡아서다. 다만 대형마트 휴무일 규제가 완화되면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달 18일부터 약 15% 상승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행을 예고한 후 대표적인 저PBR주로 묶이면서다. 시가총액은 2주 만에 무려 5000억원이 올라 다시 2조원을 돌파했다. 29일과 이달 2일엔 주가가 각각 15.24%, 10.49% 급등하기도 했다.
이달 구체적인 정부 정책이 나올 때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처럼 보였지만 주가는 이내 조정기에 들어갔다. 설 연휴가 끝난 뒤 이마트는 첫 거래일에 갑자기 5%대 밀렸다. 이튿날도 하락해 9만원을 바라보던 주가는 다시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대략 일주일 만에 무려 11%가 빠지며 올 초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한 셈이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주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주주는 종목토론방에 "(잠시 오르길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PBR주라는 이유로 산 것이 후회된다', '분할해서 매수할 때마다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장이 과열된 '저PBR주' 옥석 가리기에 나선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저PBR 수혜를 입은 유통주 중 PBR이 0.2배로 낮은 편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쇼핑과 코스트코가 각각 3%, 4%대 수준인 것에 한참 못 미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저PBR 업종들은 급등 이후 극단적인 저평가 영역에서 벗어났다"며 "수익성 등 다른 지표를 통해 저PBR주 중에서도 꾸준히 주가가 상승할 업종을 구분하려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해 '어닝 쇼크'가 겹치면서 주가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46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사상 첫 연간 영업익 적자다. 매출은 같은 기간 0.5% 증가한 29조4722억원 수준이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종속회사인 신세계건설 리스크가 꼽힌다. 대규모 미분양에 따라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1878억원으로 전년비 약 15배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953%에 달한다. 건설 부문 적자를 제외한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익은 같은 기간 27.3% 감소한 188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신세계건설 리스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건설 업황 부진에 따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어서다. 이달 초 만기 예정이던 옛 포항역 개발사업도 기한을 내후년까지 연장해 급한 불은 껐지만, 1700억원 규모던 PF 채무는 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마트는 지난달 신세계건설에 대한 지분율을 42.7%에서 70.46%로 늘렸다. 일각에선 신세계건설의 PF 부채 부담이 이마트 본업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건설 리스크가 지속돼 연결 부채가 증가하면 이마트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금융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만약 외부 투자가 보류되면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재개하겠다는 전략도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될 경우 이마트가 경쟁사 대비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원칙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이후엔 영업 제한 시간 외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도 가능해진다.
현행 유통법 제12조 2항에 따르면 의무 휴업일은 예외적으로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 등이 매달 두 번 이해당사자와 협의를 통해 공휴일이 아닌 날로도 지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 대형마트가 있는 지자체 117곳 중 118곳의 휴업일 이틀이 모두 일요일이었다.
이진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휴일 매출 비중이 대형마트보다 큰 '트레이더스'와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시 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연간 약 7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달 18일부터 약 15% 상승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행을 예고한 후 대표적인 저PBR주로 묶이면서다. 시가총액은 2주 만에 무려 5000억원이 올라 다시 2조원을 돌파했다. 29일과 이달 2일엔 주가가 각각 15.24%, 10.49% 급등하기도 했다.
이달 구체적인 정부 정책이 나올 때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처럼 보였지만 주가는 이내 조정기에 들어갔다. 설 연휴가 끝난 뒤 이마트는 첫 거래일에 갑자기 5%대 밀렸다. 이튿날도 하락해 9만원을 바라보던 주가는 다시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대략 일주일 만에 무려 11%가 빠지며 올 초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한 셈이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주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주주는 종목토론방에 "(잠시 오르길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PBR주라는 이유로 산 것이 후회된다', '분할해서 매수할 때마다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장이 과열된 '저PBR주' 옥석 가리기에 나선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저PBR 수혜를 입은 유통주 중 PBR이 0.2배로 낮은 편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쇼핑과 코스트코가 각각 3%, 4%대 수준인 것에 한참 못 미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저PBR 업종들은 급등 이후 극단적인 저평가 영역에서 벗어났다"며 "수익성 등 다른 지표를 통해 저PBR주 중에서도 꾸준히 주가가 상승할 업종을 구분하려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해 '어닝 쇼크'가 겹치면서 주가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46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사상 첫 연간 영업익 적자다. 매출은 같은 기간 0.5% 증가한 29조4722억원 수준이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종속회사인 신세계건설 리스크가 꼽힌다. 대규모 미분양에 따라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1878억원으로 전년비 약 15배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953%에 달한다. 건설 부문 적자를 제외한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익은 같은 기간 27.3% 감소한 188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신세계건설 리스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건설 업황 부진에 따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어서다. 이달 초 만기 예정이던 옛 포항역 개발사업도 기한을 내후년까지 연장해 급한 불은 껐지만, 1700억원 규모던 PF 채무는 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마트는 지난달 신세계건설에 대한 지분율을 42.7%에서 70.46%로 늘렸다. 일각에선 신세계건설의 PF 부채 부담이 이마트 본업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건설 리스크가 지속돼 연결 부채가 증가하면 이마트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금융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만약 외부 투자가 보류되면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재개하겠다는 전략도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될 경우 이마트가 경쟁사 대비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원칙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이후엔 영업 제한 시간 외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도 가능해진다.
현행 유통법 제12조 2항에 따르면 의무 휴업일은 예외적으로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 등이 매달 두 번 이해당사자와 협의를 통해 공휴일이 아닌 날로도 지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 대형마트가 있는 지자체 117곳 중 118곳의 휴업일 이틀이 모두 일요일이었다.
이진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휴일 매출 비중이 대형마트보다 큰 '트레이더스'와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시 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연간 약 7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