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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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가격이 수억 원씩 조정받고 있다. 20~30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들)이 몰렸던 노원구에선 최고가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호가가 내려갔다.

15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 160㎡은 지난달 중순 52억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7월 신고가(65억원)보다 13억원 떨어졌다. 인근 압구정 현대3차 전용 82㎡는 매물이 35억 전후에 나와 있다. 지난해 11월 39억원까지 매매가 됐던 주택형으로 두 달 새 호가가 4억원가량 빠졌다. 압구정 3구역에 속한 두 단지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70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공사비 상승 등으로 재건축 예상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매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다른 강남단지들 상황도 좋지 않다.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는 작년 9월 21억원에 거래된 전용 84㎡가 지난달 14억5000만원에 팔렸다. 4개월 새 매매가가 7억원 가까이 빠진 것이다. 조합 내홍이 끊이지 않는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23억7000만원(4층)에 거래되며 지난해 9월 24억4000만원(7층)에서 내림세다. 호가는 22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송파구 재건축 대어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24일 23억78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거래가격(24억68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비강남권에선 분담금 우려에 ‘반토막’난 단지도 나오고 있다. 전용 31㎡ 단일 주택형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전용 84㎡에 들어가기 위해선 가구당 5억원씩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파로 실거래가는 4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 8월엔 8억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보다 추가 분담금이 더 많이 들어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며 “대출 이자 부담 등에 손을 털고 나가겠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재건축 매매가 위축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달께 착공을 추진 중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의 경우 시공사가 최근 조합에 약 1조40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기존 약 2조6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는 셈이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주간 연령별 아파트매매가 동향에 따르면 서울 내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이번주(2월13일 기준)까지 0.47% 하락했다. 전 연령대에서 내림세가 가장 가팔랐다. 신축 아파트인 준공 5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는 0.18% 떨어져 상대적으로 침체장의 영향을 적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4개 구에서도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는 0.44% 떨어졌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