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과 관련해 "주요 파트너들이 공식·비공식 우려 사항을 제기하고 있다"며 "정책을 결정할 때 통상 관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통상 주무부처 차관이 공개적으로 플랫폼법 제정에 우려를 밝힌 것이다.

정 본부장은 15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국내 규제가 통상 문제가 돼 우리의 통상 정책 역량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이를 어떻게 범국가적으로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숙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의 정책을 문제삼은 순위는 10위 정도지만, 다른 나라가 우리 정책을 문제삼은 피소 건수는 중국 다음이 한국"이라며 "국내 정치적 이슈로 보면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정책 결정을 할 때는 통상 정책적 관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외국의 우려 사항을 통상 당국의 관점에서 정리해 (정부)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대형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각종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국 재계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미 간 마찰 우려가 제기됐고, 국내 업계에서도 반발이 커지자 공정위는 최근 '충분한 의견 수렴'을 이유로 제정을 연기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커진 11월 미국 대선 이후 통상 환경 급변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미국 선거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통상 정책 기조가 어떤 기조로 앞으로도 전개될 것인지는 저희가 계속 검토하고 있고, 가동할 수 있는 정보망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오늘 3월 말께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당국과 주요 한미 통상 현안을 점검하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정 본부장은 미중 전략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무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국 역시 우리나라와 공급망뿐 아니라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높다"며 "물론 미국 정책과 부합도를 높여나가야 하지만, 우리가 가진 나름의 레버리지를 잘 활용해 중국과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쿠바와의 수교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대쿠바 제재 상황을 고려해 우리 통상 당국이 작년부터 추진해왔던 무역투자 원활화 협정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바가 국제사회 일원으로 위치를 확보하면 서둘러 경제관계를 원활히 하겠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지난 30여년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등에서 연구원과 교수로 국제통상 정책과 경제안보 정책을 연구한 학자 출신으로 지난달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