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1조2364억원의 대규모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사주를 5000억원어치 사들이고, 보통주와 우선주 배당도 경영진 제안보다 각각 76.5%, 75.0%나 높여달라는 내용이다.

소액주주 권리 행사를 매도하고 싶지는 않지만 회사 미래보다 펀드의 단기투자 수익률 제고에 치중한 제안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일단 주주환원 요구액 1조2364억원은 올해 회사의 현금창출 능력인 잉여현금흐름(FCF)을 웃도는 규모다. 제안대로 실행한다면 투자 재원 부족으로 회사의 성장잠재력과 고용 여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은 이미 2020년부터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를 주주에게 환원 중이기도 하다.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제안 역시 ‘기업 밸류업’ 분위기에 편승한 무리한 요구로 판단된다. 회사는 연초에 이미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계획을 발표했다. 1년 전 이맘때는 보유 중인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을 5년 내 매각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은 터다. 현재로선 5개 펀드의 제안이 한 달 뒤 정기주총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지분을 다 합쳐봐야 1.46%로 사측(33.63%)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립금 부족에 시달리는 국민연금(7.25%)이 혹여 부화뇌동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의 오판은 수익률 제고에 급급한 기관투자가들까지 잘못된 길로 이끌어 자본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라는 용어는 중립적 뉘앙스가 있지만 속성은 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럴듯해 보이는 제안과 미디어를 통해 여론전을 펼쳐 단기 고수익을 내고 빠지는 이른바 ‘먹튀’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삼성물산 공격에 5개 펀드가 연합한 것에서 보듯 울프팩(wolf pack·늑대 무리) 전략이 본격화했다. 늑대가 무리 지어 사냥하듯 여러 펀드가 한 곳을 집중 공격하면 버틸 기업이 많지 않다. 이달 발표가 예고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투기적 집단의 이익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