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울대공원 제공
사진 = 서울대공원 제공
서울대공원에 살던 1965년생 국내 최고령 코끼리인 '사쿠라'가 노령으로 폐사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노령에 따른 질환으로 집중 치료를 받던 아시아코끼리 암컷 사쿠라가 13일 숨을 거뒀다고 15일 밝혔다.

1965년 2월 태국에서 태어난 사쿠라는 7개월 만에 일본으로 옮겨져 다카라즈카 패밀리랜드에서 서커스 공연을 했다. 2003년 패밀리랜드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 같은 해 5월 서울대공원으로 들어왔다.

사쿠라는 다른 코끼리와 무리지어 생활한 경험이 없는 탓에 사회성이 부족해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줄곧 단독생활을 해 온 코끼리다. 그러다 2018년부터 지속적인 합사 훈련을 거쳐 키마·수겔라·희망이 등 3마리 코끼리와 무리를 지어 최근까지 함께 지냈다.

사쿠라는 건강히 지내다 2019년 4월 발톱에 염증이 생기는 조갑염에 걸렸다. 평균 몸무게가 3∼4t인 코끼리에게 발 질환은 흔한 질병이다. 당시엔 고비를 넘겼지만,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복부에 물이 차고 생식기 피하 부종이 악화해 지난달 10일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사육사들은 사쿠라가 좋아하는 대나무와 과일 등을 제공하며 식욕 회복과 치료에 집중했으나 잠시 호전됐던 상태가 다시 악화해 결국 숨을 거뒀다.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한 사쿠라는 아동 논픽션 소재가 되기도 했다. 2007년 재일교포 아동문학가 김황씨는 '코끼리 사쿠라'(부제 -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사쿠라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해당 작품에서는 사쿠라가 우여곡절 끝에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온 과정과 사쿠라를 돌본 한국 최초의 여성 코끼리 사육사 이야기가 담겼다. 이 작품은 일본의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에서 제1회 최우수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공원은 사쿠라와 함께 지내던 3마리의 코끼리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일상 회복을 도울 전망이다. 코끼리 전담반 사육사들은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온 사쿠라가 서울대공원에서 가족을 만나 노년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고 국내 최고령 코끼리로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희망을 줬다.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