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감소에 환호한 이유…골드만이 선택한 AI 주식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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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목요일>
아침부터 경제 지표가 쏟아졌습니다. 전반적으로 데이터는 약했지만,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① 예상보다 더 줄어든 소비
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가 예상한 0.3% 감소보다 더 줄어 10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12월 데이터도 기존 0.6% 증가에서 0.4% 증가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13개의 카테고리 중 9개에서 감소세를 나타났습니다. 자동차 판매가 1.7% 줄었고, 건축자재(-4.1%)와 휘발유(-1.7%), 온라인 매출(-0.8%)도 큰 폭으로 감소했죠. 자동차를 뺀 1월 소매판매도 0.6% 감소했고, GDP 계산에 반영되는 '통제 그룹'(control group) 소매판매도 0.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소매판매에서 유일한 서비스 카테고리인 레스토랑 & 바 매출(food services & drinking places)은 0.7% 증가해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월의 추운 날씨,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1월 소매판매가 부진했던 것 같다. 약세는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12월 하향 수정은 큰 이야기다. 이는 '미국 경제 과열' 내러티브에 반대되는 데이터"라고 분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대로 자동차 판매 부진, 계절성, 추웠던 1월 날씨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많이 줄었죠.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소매판매가 예상외로 급락하고 12월 데이터도 큰 폭 하향 수정되었으며 온라인 매출 감소 등 세부 사항을 뜯어봐도 낙관적인 점은 단지 몇 가지에 그친다. 소비자는 지치기 시작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다만 미국 소비는 최근 상품보다는 서비스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1월 소매판매의 광범위한 감소는 소비자가 연초에 일부 모멘텀을 잃었음을 시사한다"라면서도 "레스토랑 & 바 매출의 큰 증가는 서비스 소비가 여전히 견고하고 이는 상품 소비 약세를 일부 상쇄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한마디로 정리했습니다. "소매판매는 경제가 강하지만 냉각되고 있다는 우리 전망을 뒷받침한다"라고 말입니다.
미국의 소비는 금세 꺾이진 않을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최근 소비에 관한 데이터가 혼조세를 보인다. 연말 지출은 매우 많았지만 1월 소매판매는 감소했고 가계 연체율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을 볼 때 우리는 여전히 세 가지 핵심 요인을 기반으로 탄탄한 소비를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괜찮은 노동시장입니다. 임금 상승세가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면서 실질 소득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직업이 있으면 돈을 씁니다. ▲두 번째는 금리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가계 부채의 90%가 고정 금리로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강력한 긴축에도 소비가 유지됐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가계의 부채 상환 비용은 여전히 2019년 수준보다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세 번째는 부의 효과입니다. 모건스탠리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부동산 관련 부가 50%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올해도 주택 가격이 거의 내려가지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 이는 가계 심리와 지출에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소비는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보다 강세를 보인다. 그리고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아 보인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② 산업생산은 아직
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1% 감소했습니다. 월가가 예상한 0.2% 증가를 밑도는 수치입니다. 12월 데이터도 기존 0.1% 증가에서 보합(0%)으로 수정됐습니다.
산업생산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1월에 0.5% 줄어들었습니다. 추운 날씨 탓인지 3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날씨 탓에 유틸리티 생산이 6% 늘어나 이를 어느 정도 상쇄했죠. 오늘 뉴욕 연방은행에서 발표한 2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전달 -43.7에서 41포인트 증가한 -2.4로 집계됐고,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도 전달보다 16포인트 상승한 5.2를 기록했습니다. 필리 지수는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확장)로 전환했습니다. 제조업이 여전히 나쁘지만 회복되고 있는 것이죠.
웰스파고는 "산업생산은 2023년처럼 계속 정체되고 있다. 제조업 활동은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감소했다. 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산활동은 높은 금리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 회복되고 있다는 초기 징후가 있다. 지난해 말 내구재 출하량과 신규 주문이 증가했고,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월 49.1을 기록해 1년여 만에 가장 덜 느린 위축 속도를 보였다. 또 오늘 뉴욕과 필라델피아 연은이 발표한 지역 제조업 데이터도 2월 약간의 개선을 시사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주택시장은 금리 하락 기대에 반등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의 2월 주택시장 지수는 48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46)을 넘어 6개월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세 가지 구성 요소 모두 개선되었으며 현재 및 예상 주택 매매가 모두 기준점인 50을 넘어섰습니다.
③ 고용은 괜찮아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8000건 감소한 21만2000건으로 집계되어 예상(22만 건)보다 낮았습니다. 2주 이상 지속해서 신청한 계속 청구 건수는 3만 건 늘어난 189만5000건(예상 188만 건)으로 증가했습니다. ING는 "많은 기업이 해고를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식 데이터는 노동시장이 조금씩 냉각되고 있지만, 전혀 붕괴하지는 않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④ 물가는 살짝 걱정
1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3월(2.9%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입니다. 월가는 보합세를 예상했죠. 다만 전년 대비로는 1.3% 하락한 상태입니다. 석유를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이 1.2% 뛰었고 소비재는 1.1%, 자동차도 0.8% 상승했습니다. 사실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에서도 세부 지수 중 지불가격이 9.8포인트 오른 33.0, 필라델피아 조사에서는 5포인트 상승한 16.6으로 집계됐습니다. 필라델피아 Fed는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예측치(중앙값)는 11월 4.0%에서 2월 3.0%로 낮아졌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데이터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뒤 미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조금씩 하향 수정되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추운 날씨가 1월 소매판매에 압박을 가했을 수 있지만, 0.8%나 줄어든 온라인 판매 등 전체적인 약세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는 1분기 성장과 소비가 기존 우리 추정보다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1분기 GDP 증가율 추정치를 기존 2.9%에서 2.5%, 지난해 4분기 추정치도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은 3.2%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1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3.4%에서 2.9%로 낮췄습니다. Fed는 이런 데이터들을 어떻게 해석할까요.
BMO는 "오늘 데이터는 약간 혼조세를 보였다. Fed는 당분간 데이터를 보면서 방관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커질 때까지 금리 인하는 조만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3월 소매판매가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1분기 성장률은 4분기보다 급속히 둔화할 것이다. Fed 위원들은 지속적인 경제 회복세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쁜 데이터가 시장에는 좋을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시카고 상품거래소 Fed 워치 시장에서 5월 기준금리 인하 베팅이 전날 35% 수준에서 40%로 높아졌고 올해 기준금리 인하 예상 폭도 다시 100bp 안팎까지 늘어났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소매판매가 나쁘게 나온 뒤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3시 40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1bp 내린 4.236%, 2년물은 0.8bp 내린 4.57%를 기록했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지난 화요일 CPI가 나왔을 때 채권시장은 충격을 받았고 포지셔닝 때문에 엄청난 반응이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이틀간 그 상승폭의 일부를 되돌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올해 소비와 기업 투자 등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는 1.5~2% 성장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더한 명목 GDP는 4%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이런 환경에서 10년물은 3.5~4%에서 움직였다. 나는 10년물 수익률이 이 범위에서 올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라고 관측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에 보합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다시 상승세가 나타났습니다. 다우는 0.91%, S&P500 지수는 0.58% 상승했고 나스닥은 0.30% 올랐습니다. 나쁜 데이터가 시장에 좋을 수 있다는 말을 받아들인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치주, 소형주 등 소외됐던 주식들이 급등했습니다. 금리 인하는 이들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죠. 11개 업종 중 ▲에너지(2.48%) ▲부동산(2.36%) ▲소재(1.88%) ▲금융(1.66%) ▲유틸리티(1.54%) 등이 급등하면서 시장을 이끌었고요. 유일하게 ▲IT 업종(-0.44%)만 떨어졌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0.1%)는 보합세를 보였고요.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또다시 2.45% 올라 지난 화요일 CPI 발표 이전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반면 빅테크와 반도체 주식은 꽤 큰 폭의 약세를 보였습니다. 여기엔 몇 가지 소식이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먼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애플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는 소식입니다. 버크셔는 어제 13F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애플 주식 1000만 주를 팔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약 20억 달러어치입니다. 버핏은 여전히 9억500만 주(5.9%)를 갖고 있지만, 보유 주식의 1.1%를 매각한 것이죠. 애플은 버핏의 3500억 규모 주식 포트폴리오의 거의 절반을 차지해왔습니다.
두 번째는 전날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시스코입니다. 시스코는 1월 분기에 월가 추정치를 넘는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우울한 전망과 함께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고, 직원 5%(4200명) 감축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시스코는 "기업들이 재고를 정리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네트워킹 장비 주문 둔화가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할 수 있다"라면서도 "장기 전략에 대해 확신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스코가 10년 전에 이런 우울한 전망을 하였다면 기술주 전반에 큰 충격을 줬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코는 과거 기술주의 대장 격이던 그 시스코가 아닙니다. 또 시스코는 작년 말 실적 발표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암울한 얘기들을 했었죠. 어쨌든 전반적인 분위기는 흐렸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중요한 개별 뉴스들이 있었습니다. '오픈AI가 AI를 활용한 검색서비스를 개발 중'이라는 보도(인포메이션)가 나오는 바람에 알파벳이 급락했고요. 애플(-0.16%)과 관련, 더 버지는 '애플 팬들이 비전프로를 반품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그러나 장 막판 블룸버그는 애플이 앱 개발자들을 위한 AI 도구, 즉 마이크로소프트가 깃허브에서 제공하는 코파일럿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거의 끝냈다고 보도하면서 애플은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AI가 여전히 이번 어닝시즌의 중심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AI가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제품 출시를 개선하는 기업(MSFT, BK, UNH, AMZN, IBM) ▲AI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보기 시작한 기업(AMD, NOW, GOOGL, FCX, FFIV) ▲AI에 대한 추가 투자 필요성에 대해 말하는 기업(GM, META, ADP, BEN, RHI) 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1월 생산자물가(PPI)가 발표됩니다. 중요합니다. 월가는 이미 발표된 CPI를 근거로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1월 근원 CPI(0.4% 상승)보다 낮은 0.3%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PPI가 나오면 더욱 정교한 추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최근 CPI가 주거비 때문에 높게 나오자, CPI가 아닌 PCE 물가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 부쩍 늘었습니다. 과도한 주거비 비중으로 인해 CPI는 현실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사실 그런 이유로 Fed는 2000년부터 PCE 물가를 물가 벤치마크로 삼아왔습니다. 어제 시카고 Fed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Fed의 2% 목표는 CPI가 아닌 PCE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두 지표의 측정 방법은 '약간 크게' 다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금융사들은 CPI 데이터를 기반으로 1월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25%, 근원 PCE 물가는 0.30% 상승할 것으로 보는데요. 1월 CPI가 각각 0.3%, 0.4% 상승한 것보다 낮은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월 CPI 상승요인의 3분의 2를 차지했던 게 주거비인데요. PCE 물가의 주거비 비중은 CPI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또 PCE 물가는 의료서비스 물가를 반영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1월 CPI에서 의료서비스는 한 달 만에 0.6% 올랐었지요. 월가는 1월 PPI와 근원 PPI 모두 전월 대비 0.1%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상치 이하가 나온다면 1월 PCE 추정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계속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줄 것입니다. 전년 대비로는 PPI가 0.6%, 근원 PPI가 1.6%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는 12월의 0.8%와 1.7%에 비해 더 낮아진 것입니다. Fed의 목표 2%에도 미달하고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아침부터 경제 지표가 쏟아졌습니다. 전반적으로 데이터는 약했지만,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① 예상보다 더 줄어든 소비
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가 예상한 0.3% 감소보다 더 줄어 10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12월 데이터도 기존 0.6% 증가에서 0.4% 증가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13개의 카테고리 중 9개에서 감소세를 나타났습니다. 자동차 판매가 1.7% 줄었고, 건축자재(-4.1%)와 휘발유(-1.7%), 온라인 매출(-0.8%)도 큰 폭으로 감소했죠. 자동차를 뺀 1월 소매판매도 0.6% 감소했고, GDP 계산에 반영되는 '통제 그룹'(control group) 소매판매도 0.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소매판매에서 유일한 서비스 카테고리인 레스토랑 & 바 매출(food services & drinking places)은 0.7% 증가해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월의 추운 날씨,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1월 소매판매가 부진했던 것 같다. 약세는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12월 하향 수정은 큰 이야기다. 이는 '미국 경제 과열' 내러티브에 반대되는 데이터"라고 분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대로 자동차 판매 부진, 계절성, 추웠던 1월 날씨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많이 줄었죠.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소매판매가 예상외로 급락하고 12월 데이터도 큰 폭 하향 수정되었으며 온라인 매출 감소 등 세부 사항을 뜯어봐도 낙관적인 점은 단지 몇 가지에 그친다. 소비자는 지치기 시작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다만 미국 소비는 최근 상품보다는 서비스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1월 소매판매의 광범위한 감소는 소비자가 연초에 일부 모멘텀을 잃었음을 시사한다"라면서도 "레스토랑 & 바 매출의 큰 증가는 서비스 소비가 여전히 견고하고 이는 상품 소비 약세를 일부 상쇄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한마디로 정리했습니다. "소매판매는 경제가 강하지만 냉각되고 있다는 우리 전망을 뒷받침한다"라고 말입니다.
미국의 소비는 금세 꺾이진 않을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최근 소비에 관한 데이터가 혼조세를 보인다. 연말 지출은 매우 많았지만 1월 소매판매는 감소했고 가계 연체율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을 볼 때 우리는 여전히 세 가지 핵심 요인을 기반으로 탄탄한 소비를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괜찮은 노동시장입니다. 임금 상승세가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면서 실질 소득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직업이 있으면 돈을 씁니다. ▲두 번째는 금리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가계 부채의 90%가 고정 금리로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강력한 긴축에도 소비가 유지됐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가계의 부채 상환 비용은 여전히 2019년 수준보다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세 번째는 부의 효과입니다. 모건스탠리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부동산 관련 부가 50%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올해도 주택 가격이 거의 내려가지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 이는 가계 심리와 지출에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소비는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보다 강세를 보인다. 그리고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아 보인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② 산업생산은 아직
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1% 감소했습니다. 월가가 예상한 0.2% 증가를 밑도는 수치입니다. 12월 데이터도 기존 0.1% 증가에서 보합(0%)으로 수정됐습니다.
산업생산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1월에 0.5% 줄어들었습니다. 추운 날씨 탓인지 3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날씨 탓에 유틸리티 생산이 6% 늘어나 이를 어느 정도 상쇄했죠. 오늘 뉴욕 연방은행에서 발표한 2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전달 -43.7에서 41포인트 증가한 -2.4로 집계됐고,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도 전달보다 16포인트 상승한 5.2를 기록했습니다. 필리 지수는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확장)로 전환했습니다. 제조업이 여전히 나쁘지만 회복되고 있는 것이죠.
웰스파고는 "산업생산은 2023년처럼 계속 정체되고 있다. 제조업 활동은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감소했다. 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산활동은 높은 금리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 회복되고 있다는 초기 징후가 있다. 지난해 말 내구재 출하량과 신규 주문이 증가했고,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월 49.1을 기록해 1년여 만에 가장 덜 느린 위축 속도를 보였다. 또 오늘 뉴욕과 필라델피아 연은이 발표한 지역 제조업 데이터도 2월 약간의 개선을 시사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주택시장은 금리 하락 기대에 반등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의 2월 주택시장 지수는 48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46)을 넘어 6개월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세 가지 구성 요소 모두 개선되었으며 현재 및 예상 주택 매매가 모두 기준점인 50을 넘어섰습니다.
③ 고용은 괜찮아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8000건 감소한 21만2000건으로 집계되어 예상(22만 건)보다 낮았습니다. 2주 이상 지속해서 신청한 계속 청구 건수는 3만 건 늘어난 189만5000건(예상 188만 건)으로 증가했습니다. ING는 "많은 기업이 해고를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식 데이터는 노동시장이 조금씩 냉각되고 있지만, 전혀 붕괴하지는 않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④ 물가는 살짝 걱정
1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3월(2.9%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입니다. 월가는 보합세를 예상했죠. 다만 전년 대비로는 1.3% 하락한 상태입니다. 석유를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이 1.2% 뛰었고 소비재는 1.1%, 자동차도 0.8% 상승했습니다. 사실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에서도 세부 지수 중 지불가격이 9.8포인트 오른 33.0, 필라델피아 조사에서는 5포인트 상승한 16.6으로 집계됐습니다. 필라델피아 Fed는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예측치(중앙값)는 11월 4.0%에서 2월 3.0%로 낮아졌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데이터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뒤 미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조금씩 하향 수정되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추운 날씨가 1월 소매판매에 압박을 가했을 수 있지만, 0.8%나 줄어든 온라인 판매 등 전체적인 약세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는 1분기 성장과 소비가 기존 우리 추정보다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1분기 GDP 증가율 추정치를 기존 2.9%에서 2.5%, 지난해 4분기 추정치도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은 3.2%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1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3.4%에서 2.9%로 낮췄습니다. Fed는 이런 데이터들을 어떻게 해석할까요.
BMO는 "오늘 데이터는 약간 혼조세를 보였다. Fed는 당분간 데이터를 보면서 방관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커질 때까지 금리 인하는 조만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3월 소매판매가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1분기 성장률은 4분기보다 급속히 둔화할 것이다. Fed 위원들은 지속적인 경제 회복세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쁜 데이터가 시장에는 좋을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시카고 상품거래소 Fed 워치 시장에서 5월 기준금리 인하 베팅이 전날 35% 수준에서 40%로 높아졌고 올해 기준금리 인하 예상 폭도 다시 100bp 안팎까지 늘어났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소매판매가 나쁘게 나온 뒤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3시 40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1bp 내린 4.236%, 2년물은 0.8bp 내린 4.57%를 기록했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지난 화요일 CPI가 나왔을 때 채권시장은 충격을 받았고 포지셔닝 때문에 엄청난 반응이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이틀간 그 상승폭의 일부를 되돌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올해 소비와 기업 투자 등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는 1.5~2% 성장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더한 명목 GDP는 4%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이런 환경에서 10년물은 3.5~4%에서 움직였다. 나는 10년물 수익률이 이 범위에서 올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라고 관측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에 보합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다시 상승세가 나타났습니다. 다우는 0.91%, S&P500 지수는 0.58% 상승했고 나스닥은 0.30% 올랐습니다. 나쁜 데이터가 시장에 좋을 수 있다는 말을 받아들인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치주, 소형주 등 소외됐던 주식들이 급등했습니다. 금리 인하는 이들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죠. 11개 업종 중 ▲에너지(2.48%) ▲부동산(2.36%) ▲소재(1.88%) ▲금융(1.66%) ▲유틸리티(1.54%) 등이 급등하면서 시장을 이끌었고요. 유일하게 ▲IT 업종(-0.44%)만 떨어졌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0.1%)는 보합세를 보였고요.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또다시 2.45% 올라 지난 화요일 CPI 발표 이전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반면 빅테크와 반도체 주식은 꽤 큰 폭의 약세를 보였습니다. 여기엔 몇 가지 소식이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먼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애플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는 소식입니다. 버크셔는 어제 13F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애플 주식 1000만 주를 팔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약 20억 달러어치입니다. 버핏은 여전히 9억500만 주(5.9%)를 갖고 있지만, 보유 주식의 1.1%를 매각한 것이죠. 애플은 버핏의 3500억 규모 주식 포트폴리오의 거의 절반을 차지해왔습니다.
두 번째는 전날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시스코입니다. 시스코는 1월 분기에 월가 추정치를 넘는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우울한 전망과 함께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고, 직원 5%(4200명) 감축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시스코는 "기업들이 재고를 정리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네트워킹 장비 주문 둔화가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할 수 있다"라면서도 "장기 전략에 대해 확신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스코가 10년 전에 이런 우울한 전망을 하였다면 기술주 전반에 큰 충격을 줬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코는 과거 기술주의 대장 격이던 그 시스코가 아닙니다. 또 시스코는 작년 말 실적 발표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암울한 얘기들을 했었죠. 어쨌든 전반적인 분위기는 흐렸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중요한 개별 뉴스들이 있었습니다. '오픈AI가 AI를 활용한 검색서비스를 개발 중'이라는 보도(인포메이션)가 나오는 바람에 알파벳이 급락했고요. 애플(-0.16%)과 관련, 더 버지는 '애플 팬들이 비전프로를 반품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그러나 장 막판 블룸버그는 애플이 앱 개발자들을 위한 AI 도구, 즉 마이크로소프트가 깃허브에서 제공하는 코파일럿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거의 끝냈다고 보도하면서 애플은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AI가 여전히 이번 어닝시즌의 중심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AI가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제품 출시를 개선하는 기업(MSFT, BK, UNH, AMZN, IBM) ▲AI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보기 시작한 기업(AMD, NOW, GOOGL, FCX, FFIV) ▲AI에 대한 추가 투자 필요성에 대해 말하는 기업(GM, META, ADP, BEN, RHI) 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1월 생산자물가(PPI)가 발표됩니다. 중요합니다. 월가는 이미 발표된 CPI를 근거로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1월 근원 CPI(0.4% 상승)보다 낮은 0.3%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PPI가 나오면 더욱 정교한 추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최근 CPI가 주거비 때문에 높게 나오자, CPI가 아닌 PCE 물가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 부쩍 늘었습니다. 과도한 주거비 비중으로 인해 CPI는 현실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사실 그런 이유로 Fed는 2000년부터 PCE 물가를 물가 벤치마크로 삼아왔습니다. 어제 시카고 Fed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Fed의 2% 목표는 CPI가 아닌 PCE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두 지표의 측정 방법은 '약간 크게' 다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금융사들은 CPI 데이터를 기반으로 1월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25%, 근원 PCE 물가는 0.30% 상승할 것으로 보는데요. 1월 CPI가 각각 0.3%, 0.4% 상승한 것보다 낮은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월 CPI 상승요인의 3분의 2를 차지했던 게 주거비인데요. PCE 물가의 주거비 비중은 CPI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또 PCE 물가는 의료서비스 물가를 반영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1월 CPI에서 의료서비스는 한 달 만에 0.6% 올랐었지요. 월가는 1월 PPI와 근원 PPI 모두 전월 대비 0.1%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상치 이하가 나온다면 1월 PCE 추정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계속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줄 것입니다. 전년 대비로는 PPI가 0.6%, 근원 PPI가 1.6%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는 12월의 0.8%와 1.7%에 비해 더 낮아진 것입니다. Fed의 목표 2%에도 미달하고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