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안에 자녀에게 백만원을 보내시오"…유튜브 보고 '울컥'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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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부모들, 은행 앱으로 용돈 보내기 미션
이체 성공만에 "기분 좋다"…시청자들 공감
고령 부모 둔 이들 반성도
현직 은행원 "현 시스템 불편한 점 많아"
이체 성공만에 "기분 좋다"…시청자들 공감
고령 부모 둔 이들 반성도
현직 은행원 "현 시스템 불편한 점 많아"
금융권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바일 뱅킹 사용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고령자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선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어려워하는 고령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돈 송금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다.
지난 8일 구독자 326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odg'에는 '10분 안에 자녀에게 백만원을 보내시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은행 앱을 전혀 사용해본 적이 없는 박순연 씨(62), 한용기 씨(70)가 은행 앱으로 자녀들에게 용돈을 보내는 미션을 수행하는 영상은 공개 일주일만에 누적 조회수 70만회를 넘길 만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은행 앱 설치부터 이들에겐 난관이었다. 신분증 촬영에 이어, 통장 개설까지 소요된 시간은 한씨가 37분 19초, 박씨가 51분 13초였다. 이후에도 앱 화면을 보더니 "뭘 눌러야 하는 것이냐"고 당황해하는가 하면, 제작진의 안내에도 잘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땐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모바일 계좌 인증 등 복잡한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이 없다"며 위축되기도 했다.
송금에 주어진 10분. 두사람은 모두 몇초 내외를 남기고 계좌이체에 성공했다. 무사히 송금을 마친 한씨는 "모바일 앱으로 자녀에게 용돈을 쓰라고 보내주는 거 자체가 좋다"고 뿌듯해했다. 박씨도 "기분이 너무 좋다"며 "집에 가서 연습을 좀 해서 손주들에게 돈도 보내주고 해야겠다"면서 웃었다. 시청자들은 "(앱 사용법에 익숙지 않은 게) 본인들 잘못이 아닌데 눈치 보시고 죄송하다 하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 "참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누구는 점점 편리해진다고 생각하겠지만, 또 누구에게는 점점 따라가기 버거워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등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과거 자기 행동을 후회한다며 반성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엄마가 돈 송금도 못해서 답답해 하고 가끔 뭐 알려 달라할 때마다 귀찮은 듯 대답했는데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며 "내 시대에 태어나 당연하게 누릴 수 있던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엄마가 엄마 시대에 태어나 자연스레 몸에 배게 된 것들을 생각 못했다. 하나 배워간다"고 털어놨다.
은행 앱등 디지털 플랫폼이 대중화 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노년층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8개 은행 모바일뱅킹 앱 접근성과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 등 실태 조사에서 콘텐츠(텍스트·이미지 등)와 배경의 명도 차이가 국가 표준(3:1)보다 적어 노안, 저시력자가 알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현직 은행원은 "지금까지 응대한 어르신 고객 대부분이 은행 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앱으로 하면 금리 등 혜택을 더 주는데도 '에이 나 그런 거 못 해, 복잡해'라고 말한다"라며 "그럴 때마다 휴대폰을 같이 보면서 어느 버튼 눌러야 하는지 알려드리고 차근차근 도와드린다"고 전했다. 은행 앱과 비슷하게 문제점으로 꼽히는 게 키오스크다. 어르신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일하는 한 아르바이트생은 "일할 때 바빠서 키오스크 사용법을 못 가르쳐드린 어르신이 계속 생각난다"며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못 알려드린 게 마음 한편에 계속 걸린다. 그 이후로는 앱이나 키오스크 관련된 걸 물어보는 어르신들에게 잘 알려드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정부도 신구세대간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고령층을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문해 능력 교육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 등의 기초 문해교육 프로그램과 디지털 금융 및 디지털 기기 활용 등의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